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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후계자는 없었다…측근으로 채운 지도부

공산당 불문율 '격대지정' 깨고 상무위원 내 후계자 없어
서열 3위부터 7위까지…"어떤 방식으로든 시 주석과 관계"
중국 공산당은 2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 리커창 총리(왼쪽에서 다섯번째), 리잔수 중앙판공청 주임(왼쪽에서 세번째), 왕양 부총리(왼쪽에서 여섯번째), 왕후닝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왼쪽에서 두번째), 자오러지 중앙조직부장(왼쪽에서 일곱번째), 한정 상하이시 서기(왼쪽에서 첫번째)가 중국 공산당 상무위원으로(서열순) 뽑혔다고 밝혔다. [AFPBB 제공]
[베이징= 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결국 후계자는 없었다. 시진핑 집권 2기를 이끌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발표됐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뒤를 이을 후계자는 보이지 않았다.

독재를 막기 위해 덩샤오핑이 고안했던 격대지정(隔代指定·중국 지도자가 다음 세대 지도자를 미리 지정하고 양성하는 것) 원칙이 무너지고 시 주석의 1인 체제가 시작되는 셈이다.

◇후계자 없이 5년 간다…전원 60대 상무위원 배치

중국 공산당은 2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19기 중앙위원회 1차 전체회의(19기 1중전회)를 열고 상무위원을 공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이어 리커창 총리, 리잔수 중앙판공청 주임, 왕양 부총리, 왕후닝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자오러지 중앙조직부장, 한정 상하이시 서기가 서열 순서대로 단상에 올랐다. 당초 시 주석의 후계자로 예상됐던 천민얼 충칭시 당 서기나 후춘화 광둥성 당 서기는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중국은 이제까지 현 지도자가 한 세대를 건너뛰어 다음 세대 지도자를 미리 낙점해놓는 ‘격대지정’ 원칙을 지켜왔다. 독재자를 막고 다음 체제로 원활하게 넘어가기 위해 고안된 이 원칙에 따라 덩샤오핑은 장쩌민을 이을 후진타오를 미리 낙점했고 후진타오는 시 주석의 뒤를 이을 쑨정차이와 후춘화를 지정한 바 있다.

그러나 쑨정차이 전 충칭시 서기가 지난 7월 부패로 낙마한 가운데 후춘화는 물론 새로운 후계자로 주목받던 천민얼까지 상무위원에 오르지 못하게 된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이 2022년 20차 공산당 대회에서도 10년 임기를 마친 후 세 번째 집권에 도전할 것이라 관측하고 있다. 이미 시진핑 이름을 넣은 ‘시진핑 새 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을 당장(黨章·당헌)에 넣은 만큼, 중국 건국의 기틀을 닦은 마오쩌둥의 반열에 올랐으며 1인 체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격대지정 방식을 대체하는 새로운 후계자 선정 방식이 도입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제까지 7명의 상무위원이라는 집단 내에서 차기 후계자를 낙점하는 식이었다면 앞으론 25명에 달하는 정치국원들을 후계자 후보로 삼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후계자로 거론되던 후춘화와 천민얼 모두 상무위원에선 미끄러졌지만 정치국원엔 이름을 올린 상태이기도 하다.

◇시진핑의 사람들…부패척결·사상 홍보 강도 높인다

하지만 후계 방식을 어떻게 하든 시 주석의 1인 체제 강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새로 상무위원에 뽑힌 5명 모두 시 주석의 측근인 ‘시좌진’이거나 시 주석과 이미 인연을 맺은 사람들이다.

이번에 서열 3위로 올라선 리잔수는 시 주석의 최측근이자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인물이다. 시 주석이 정딩현 서기를 지내던 1980년대 초반 리잔수는 인근인 시좌좡지구 우지현 서기를 지냈다. 당시 두 사람은 자주 만나며 우의를 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리잔수는 허베이성, 산시성, 헤이룽장성 등 지방관리를 역임하며 경력을 쌓았고 시 주석은 그의 청렴함과 출중한 능력을 늘 치켜세웠다. 리잔수가 구이저우성에서 제시한 ‘생태 문명 건설’은 시 주석의 국가통치이념인 치국이정에 삽입되기도 했다.

서열 5위로 올라선 왕후닝 주임도 주목할 만하다. 중앙정책연구실에서 15년간 재직한 그는 장쩌민의 삼개대표론, 후진타오의 과학적 발전관은 물론 ‘시진핑 사상’을 정립한 브레인이다. 왕후닝은 이번 당 대회에서 당장에 삽입된 시진핑 사상을 선두에서 진두지휘하고 홍보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로도 인선된 자오러지 역시 서열 6위로 떠오르며 ‘포스트 왕치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시 주석이 반부패 척결을 지난 18일 당 대회 업무보고에서도 언급한 만큼 자오러지의 위상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열 4위인 왕양은 리커창 총리와 같은 ‘공청단’으로 분류되지만 20대 초반 5년 정도만 공청단에서 활동을 하는 등 다소 ‘공청단 색깔’이 약한 편이다. 게다가 왕양은 부총리로 근무하며 시 주석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주며 시 주석의 측근으로 자리 잡았다. 한정 역시 장쩌민계의 상하이방으로 분류되지만 시진핑 서기 시절의 극진한 보좌를 해 시진핑 계열이라 불리기도 한다.

중국 공산당은 왕후닝 주임은 당 중앙서기처 서기로, 자오러지 부장은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로 인선됐다고 발표했다.다른 상무위원들의 구체적인 업무 분장은 내년 3월에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공개될 전망이다.

다만 관례에 따라 서열 3위인 리잔수가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 4위인왕양이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7위인 한정이 상무 부총리로 선임된 것으로 보인다.

한 외교소식통은 “공청단이나 상하이방 등 다양한 계파가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이미 시 주석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된 인물들”이라며 “상무위원들이 시 주석에게 반기를 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