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아마존은 실패의 역사"…27년만에 물러나는 베이조스 눈은 우주로

27년 아마존 역사 쓰고 물러나는 베이조스
CEO로서 마지막 주총서 "27년 실패의 역사"
"리스크 감수 도전 외에 수익 내는 법 없다"
"새 CEO, 아마존 평범하게 만들지 않을 것"
독점 논란에…"아마존은 지금도 계속 경쟁"
베이조스, 우주·기후 등 '아마존 2막' 그릴듯
  • 등록 2021-05-28 오전 12:00:00

    수정 2021-05-28 오전 12:00:00

제프 베이조스가 지난 2000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PC 엑스포에서 아마존 웹사이트를 설명하고 있다(사진=AFP 제공)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김보겸 기자] “우리는 많은 실패를 했고, 또 실패할 것입니다.”

‘공룡’ 아마존을 이끌고 있는 제프 베이조스가 26일(현지시간) 온라인 연례 주주총회에서 한 말은 어떻게 아마존이 30년이 채 안되는 시간에 세계 최대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는 지 보여준다는 평가다. 그는 아마존이 법인 등록한지 27년이 되는 오는 7월 5일 CEO직에서 물러난다고 이날 발표했다. 후임은 ‘베이조스의 그림자’로 불리는 앤디 재시 아마존웹서비스(AWS) CEO다.

“리스크 감수 외에 수익 내는 법 없다”

베이조스는 이날 주총에 나와 지난해 성공을 강조하면서도 “앞으로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모든 길은 아마존으로 통한다’는 질투어린 극찬을 받는 회사의 CEO이자 창업자가 꺼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베이조스는 ‘아마존의 몸집이 커진 이상 혁신에 어려움을 겪지 않겠냐’는 질문을 받은 후 “모든 일에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며 또 모든 일에는 위험이 뒤따른다”며 “그게 아마존의 역사”라고 했다.

그는 이어 “아마존은 그동안 많은 실패를 겪었고 앞으로도 또 실패를 겪을 것”이라며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도전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평균 이상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밖에 없다”고도 했다. 베이조스는 지난 2월 2일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CEO 사임 계획을 처음 언급했는데, 당시에도 그가 강조한 게 ‘혁신’ ‘열정’ ‘발명’ ‘에너지’ ‘호기심’이었다.

전자상거래 공룡의 출발은 초라했다. 월가 헤지펀드에서 사회 생활을 시작한 베이조스는 동료인 매켄지와 1993년 결혼한 후 시애틀의 작은 차고에서 아마존을 창업했다. 아마존이 법인으로 등록된 날이 1994년 7월 5일이다. 이후 아마존은 당시 생소했던 무료 신속 배송 등을 앞세워 온라인 쇼핑의 절대강자로 부상했다.

지금은 전자상거래 외에 클라우드 컴퓨팅, 동영상 콘텐츠 제작, 식품 체인, 자율주행 전기차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자선사업 프로젝트 데이 원 펀드, 우주로켓업체 블루오리진, 언론사 워싱턴포스트, 기후변화 대응 펀드 베이조스 어스 펀드 등까지 손을 뻗쳤다. 아마존이 1998년 이후 인수한 회사만 100개가 넘는다.

그래서 아마존을 늘 따라다니는 게 독점 논란이다. 베이조스는 이에 대해 “아마존이 하는 모든 사업마다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그는 “소비자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수많은 소매점에서 쇼핑을 할 수 있다”며 “승자 독식과는 거리가 먼 산업”이라고 일축했다. 베이조스는 그러면서 “아마존은 소매업의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현실에 안주하다가는 언제 경쟁에 밀려 사라질지 모르는 만큼 혁신만이 살 길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베이조스는 또다른 독점 논란이 일고 있는 IT에 대해서는 “우리는 구글,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 이미 궤도에 올라 있는 기업들 외에 스노우 플레이크, 트윌리오처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성공한 신생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베이조스가 후임인 재시에게 거는 기대 역시 ‘뜨거움’이다. 그는 “재시는 아마존을 평범하게 만들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걸출한 리더”라고 추켜세웠다.

차기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에 오르는 앤디 재시 아마존웹서비스(AWS) CEO. (사진=AFP 제공)
마지막까지 ‘OTT 승부수’ 던진 베이조스

이날 아마존은 공교롭게도 회사 역사상 두 번째로 큰 ‘빅딜’을 발표했다. 84억5000만달러(약 9조4000억원)에 헐리우드의 주요 영화 제작사인 MGM을 인수할 것이라고 알린 것이다.

아마존의 이번 빅딜은 말 그대로 도전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인수가가 너무 비싸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아마존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또다른 인수 후보로 떠오른 애플은 아마존보다 40% 이상 낮은 60억달러를 인수가로 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마존이 40% 이상 프리미엄을 주며 MGM을 사들인 건 이유가 있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프라임 비디오’에 넣을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아마존은 2010년 아마존 스튜디오를 설립하며 처음 미디어 콘텐츠 사업에 발을 들였고, 이듬해인 2011년 프라임 비디오를 출시했다. 하지만 콘텐츠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넷플릭스에 밀려 있다. 이번 인수는 OTT 시장의 판을 흔들기 위한 아마존의 승부수인 셈이다. CNBC는 “초대형 기술기업이 전통 미디어 콘텐츠업체를 사들인 첫 사례”라며 “아마존은 MGM을 통해 예상치 못한 일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조스는 이날 주총에서 MGM 빅딜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MGM은 매우 사랑 받는 지적재산권(영화 판권 등)을 방대하게 갖고 있다”며 “MGM과 아마존 스튜디오는 21세기를 위한 콘텐츠를 다시 상상하고 개발할 것”이라고 했다.

베이조스는 CEO직 내려놓은 뒤에도 이사회 의장으로서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27년의 아마존 1막을 뒤로 하고 2막을 다시 그릴 것으로 보인다. 그는 2월 당시 서한에서 “초기 단계의 이니셔티브에 집중하려고 한다”며 블루오리진, 어스 펀드 등에서 시간을 더 보낼 것이라고 했다. 그는 새로운 도전과제인 우주로켓과 기후변화에서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을까.

아마존과 MGM의 로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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