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램값 '조금' 하락? 진짜겠네!"…삼성전자·하이닉스 '왕의 귀환'

美 애널 '탑픽' 꼽자, 마이크론 8%↑
SK하이닉스 PBR 1.1배…"주가 바닥"
고객社, 리드타임 21주에 '많은 재고'는 뉴노멀
공급社 "사이클 무관한 경영…저가판매 지양"
장비社 "쇼티지에 공급 못한다"
투자자, '이번엔 다르다' 믿기 시작
  • 등록 2021-11-23 오전 12:30:00

    수정 2021-11-23 오후 11:22:52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저평가된 자산가격이 제값을 찾아가는 시장의 작용은 순식간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1,2위의 초대형주이자 국내 메모리 반도체 공급사,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에 대한 얘기다. 그간 주식시장은 메모리 가격의 하락 사이클 진입 및 큰 폭의 하락 우려로 두 종목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던 두 종목이 하루 만에 5% 이상 상승했다. 메모리를 헐값에 팔지 않고 투자도 크게 늘리지 않는 등 공급사들의 변화를 시장이 믿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지난주 美 마이크론 8%↑

2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각각 5.2%, 7.17% 상승해 7만4900원, 11만9500원에 마감했다. 코스피 등락률 1.42%를 상회했다. 두 종목의 시가총액이 지수에서 각각 19.41%, 3.77%를 차지한단 점을 감안할 때 큰 폭의 상승이라 할 수 있다. 대형주를 움직이려면 그만큼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전 거래일인 지난 19일(현지시간) 마이크론은 7.8% 상승했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함께 전 세계 3대 메모리 공급사로 분류된다. 한 기관의 애널리스트가 마이크론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한 게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메모리 반도체주의 상승의 출발점인 셈이다. 금융 전문지 배런스는 “에버코어 ISI 애널리스트가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 중 마이크론을 최선호주(탑픽)로 제시한 뒤 마이크론은 지난 금요일 작년 이후 최고의 날을 맞았다”며 “그는 투자자들이 내년 마이크론의 이익 성장률이 증가하는 걸 기대하면서 주식을 담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메모리 공급사 주가 바닥”

반면 국내 증권가에서는 애초 두 반도체 대형주들의 상승을 이미 예견해왔다. 이날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전망한 삼성전자 목표주가의 평균치는 9만5870원이다. SK하이닉스는 13만6304원이다. 상승 전망의 바탕은 저렴한 가격이다. 삼성증권과 퀀티와이즈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두 기업의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1.5배, 1.1배다. 삼성증권이 추정한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률은 29.3%다. 1000원을 팔아 300원을 남기는 회사의 시가총액을 총자산으로 대부분 살 수 있단 얘기다. 매우 저평가됐단 것이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10월 말 “메모리 업체들의 주가는 내년 1분기 실적 급감까지 이미 선반영한 것으로 판단, 주가는 바닥을 확인했다”라고 전했다.

싼 주식인 만큼, 주가를 누르고 있는 악재만 해소돼도 큰 폭 상승할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악재는 메모리 가격 하락 사이클 진입과 공급 과잉 및 수요 둔화 등으로 인해 하락 폭이 클 거란 우려다. 메모리는 규격화된 제품으로 성수기와 비수기가 번갈아 찾아오며, 주기를 갖는 상품(Commodity)의 성격을 갖는다. ‘메모리는 겨울에 진입한데다 추위도 매서울 것’이란 관측이 시장을 지배했던 것이다. 디램익스체인지 지수(DXI)는 3분기 초입인 지난 7월 초 이후 하락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1분기를 하락기의 정점으로 보고 있다.
(출처=한국거래소, 디램익스체인지)
코로나19란 불확실성, 재고 더 쌓는 ‘뉴 노멀’ 만들어

그러나 우려가 점차 기우로 밝혀지면서 메모리 가격이 하락기를 맞이했는데도 불구, 주가가 반등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하락 폭이 작을 거란 것인데, 이유는 코로나19로 커진 불확실성이 공급사와 고객사의 전략을 변화시켰단 점이다.

서스퀘하나 파이낸셜 그룹에 따르면 반도체를 주문해 실제 받기까지의 시간인 리드타임은 올 초 13주에서 지난 10월 21주까지 늘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해졌고 이는 고객사들이 수요보다 많은 재고를, 공급사들은 예상보다 적은 재고를 쌓아두는 걸 ‘새로운 표준(뉴 노멀)’으로 정착시키는 중이다. 예전 잣대로 재고 수준과 이에 따른 메모리 가격 전망을 할 수 없단 얘기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공급사의 디램 출하량이 좋고 디램 재고가 낮은데 가격은 하락하고, 고객사는 재고를 전보다 많이 쌓아두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안 빠진다”라며 “이같은 모순은 코로나19라는 안갯속에서 ‘수요는 모른다’는 걸 인정하고 최대한 방어적으로 운영하려는 고객사와 공급사의 전략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공급업체의 변화가 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불확실성의 시대, 변동성이 큰 메모리 사업에서 큰 이익을 내려는 욕심보단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대신 고부가가치의 신사업을 개발하겠다는 태도로의 전환이 관찰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비메모리, SK하이닉스는 낸드 플래시 사업에 몰두하겠단 것이다. 사이클 하락기에도 헐값에 재고떨이하지 않고 점유율 경쟁을 위해 공급을 무리하게 늘리지 않고 있다. 유연함을 늘리기 위해 재고는 최대한 낮게 가져가며 메모리 사업의 몸을 가볍게 하고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때 SK하이닉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메모리 사이클과 무관하게 수익성 중심 경영을 지속한다고 약속하고 실제 3분기 저가판매를 지양하고 가격이 오르는데도 팔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장비社 “공급 못 한다” 확인에 시장 ‘확신’

기업들의 말을 반신반의하며 조심스레 주식을 매수하던 주식시장은 이날 매수를 확 늘리며 확신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공장을 짓는 데 부품을 공급하는 장비업체들이 공급난에 시달린다는 소식을 접한 영향으로 설명된다. 이를 통해 메모리 공급사들이 공급을 늘리고 싶어도 늘릴 수 없는 ‘사실’이 나타났기 때문에,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더욱 해소된 것이다. 장비사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는 실적발표에서 “장비 수요는 증가하지만 공급망이 따라가 주지 못해 매출이 기대를 하회했다”라고 밝혔다.

황민성 연구원은 “내년 1분기 서버 디램의 컨센은 10~15% 하락이었지만, 점차 당사의 10% 이하 하락일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모바일과 PC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며 “마이크론 주가가 8% 오르도록 자본시장이 베팅을 하는 것은 분명히 향후 메모리 가격에 긍정적 영향으로 공급 업체들의 주가 상승은 이어질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전망했다. 이어 “디램 업체들의 디시플린(Discipline·통제규율)을 믿기 시작한다면 그만큼 가치는 늘어날 것”이라며 “하락 사이클은 피할 수 없지만 줄어든 변동성이 가치 상승을 이끌 것이란 당사 의견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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