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점 122억원어치…케이옥션 '다다익판' 승부수

14일 케이옥션 '6월경매'
낙찰총액 끌어올릴 '대작' 대신
출품작 평소보다 40~50점 늘려
천경자 수필에 나온 상상 속 여인
'미인도' 위작논란에도 주목 받아
김환기 과슈·피카소 드로잉도 눈길
  • 등록 2017-06-12 오전 12:15:00

    수정 2017-06-15 오전 9:02:52

파블로 피카소의 ‘리클라이닝 누드 & 스펙테이터’(1971). 케이옥션 ‘6월경매’에 추정가 2억 4000만∼3억 5000만원에 출품됐다. 노년의 남성이 젊은 여성을 훔쳐보는 장면을 잡아낸 작품은 종이에 펜·잉크로 그린 피카소의 말년작이다(사진=케이옥션).


[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 이중섭·이대원·장욱진·천경자 등 근현대 구상화가, 김환기·정상화·박서보·윤형근·이우환 등 단색·추상화가, 여기에 ‘호승첩’ ‘동국여지지도’ ‘백자청화접시’ 등 귀한 고미술. 좀더 멀리 나가선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키스 해링 등 해외 인기작가. 웬만한 작품은 다 있다. 경매 단골작가는 물론 흔치 않게 이름을 올린 작가도 보인다. 이들이 케이옥션 ‘6월경매’에 총출동한다. 1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진행하는 6월경매에 나선 작품은 210점. 전부 122억원어치다.

이번 경매가 특별한 건 흔히 ‘얼굴마담’ 격의 대작이 빠졌다는 거다. 김환기의 점화 등이 주로 그 역할을 담당하며 낙찰총액을 끌어올렸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대신 출품작이 크게 늘었다. 일반적으로 150~170점 안팎이던 작품 수를 210점까지 끌어올렸다. 유명작가의 소품과 종이작품까지 골고루 판매대를 꾸며내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천경자의 또 다른 미인 ‘길례언니’ 12억원 나와

천경자의 또 다른 미인이 이번 경매에선 단연 화제다. 1982년에 그린 ‘길례언니’다. 높은 추정가 12억원에 선뵌다.

천 화백은 그림도 많이 그렸지만 글도 많이 썼다. 자서전 ‘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1978)를 비롯해 에세이집 ‘탱고가 흐르는 황혼’(1995), ‘꽃과 색채와 바람’(1996) 등 출간한 단행본만 10여권. 붓으로 구구절절이 전하지 못한 사연을 펜으로 대신 풀어놓으려 한 듯 애잔한 수필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간혹 글 속에 언급한 인물이 캔버스에 등장하기도 해 궁금증을 키운다.

‘길례언니’가 대표적이다. ‘탱고가 흐르는 황혼’에 등장했던 ‘길례언니’는 천 화백이 상상 속 여인을 그려냈다고만 알려졌다. “어린 시절 어느 여름축제에서 노란 원피스에 하얀 챙이 달린 모자를 쓴 여인을 보고 강렬한 인상을 받아 직접 붙인 이름,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썼다. 국적·나이도 불분명한 기억 속에서만 살아 있는 아가씨라고.

천경자의 ‘길례언니’(1982). 케이옥션 ‘6월경매’에서 추정가 6억 7000만∼12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에세이집 ‘탱고가 흐르는 황혼’에 등장했던 ‘길례언니’는 천 화백이 상상 속 여인을 그려냈다고만 알려졌다(사진=케이옥션).


여전히 진행 중인 ‘미인도’의 진위논란에도 불구하고 최근 천 화백의 작품가는 상승세다. 게다가 같은 시기에 그린 같은 크기, 같은 화풍의 ‘여인’이 지난해 경매에서 7억 8000만원에 팔린 터. 애틋한 연민을 진하게 풍기는 ‘길례언니’가 응찰자의 높은 호가를 이끌어낼지 주목된다.

“의상은 화려하고 머리에 예쁜 꽃을 꽂았지만 그 화려함 뒤에 숨은 고독을 찾고 싶었다”는 천 화백의 여인 그림이 한 점 더 나온다. 한 여행지에서 만난 이국여성을 스케치해뒀다가 나중에 채색해 완성했다는 ‘괌’(1983)이다. 4억 5000만∼6억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

▲단색화·과슈·고지도…웬만한 건 다 있다

국내 경매시장에서 미술품 최고가 1~6위를 싹쓸이 한 김환기의 소박한 작품도 보인다. 종이에 그린 과슈(수용성 아라비아고무를 섞은 불투명한 수채물감으로 그린 그림) ‘산월’(1963)이 추정가 2500만∼4000만원에 나온다. 또 다른 과슈작품인 ‘새와 달’(1958)은 3500만∼8000만원의 가격표를 달았다.

김환기의 ‘산월’(1963). 국내 경매시장에서 미술품 최고가 1~6위를 싹쓸이 한 김환기의 소박한 과슈작품이다. 케이옥션 ‘6월경매’에 추정가 2500만∼4000만원에 나온다(사진=케이옥션).


단색화의 대표주자인 정상화의 200호 대작 무제 ‘06-10-15’(2006)는 높은 추정가 12억원에 출품해 이번 경매서 최고가에 도전한다. 2호 소품도 있다. ‘무제 84-53’(1984)이 1200만∼2500만원에 응찰을 기다린다. 격자패턴에 푸른색과 자주색을 찍은, 단색화가의 특별한 다색작품이다.

장욱진의 유화 ‘노인’(1988)은 8000만∼1억 5000만원에 새 주인을 기다린다. 1986년부터 작고한 1990년까지 지냈다는 용인서 그린 그림이다. 가장 왕성하게 작품을 쏟아냈다는 때다. 이때 완성한 220여점은 평생의 작품 중 3분의 1쯤 된다. 종이에 채색한 ‘풍경’(1975)도 1000만∼1500만원에 출품됐다.

장욱진의 ‘노인’(1988). 가장 왕성하게 작업했다는 말년 용인시절 때의 작품이다. 케이옥션 ‘6월경매’에서 추정가 8000만∼1억 5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는다(사진=케이옥션).


조선 헌종의 생일축하연을 담아낸 ‘호숭첩’(1848)이 고미술 분야에선 눈길을 끈다. 전라감영에서 벌인 왕의 생일잔치에 모인 30여명의 판관·현감·목사 등이 좌우로 대열해 연회를 즐기는 모습을 세밀하게 묘사한 작품은 1억∼2억원에 나왔다.

조선후기의 ‘동국여지지도’도 보인다. 연도가 정확치 않은 작품은 조선의 국토 전체를 종이 한 장에 그린 것. 윤두서의 ‘동국여지지도’를 충실히 모사해 조선후기 지도제작의 특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추정가는 1500만∼3000만원이다.

‘호숭첩 내 연회도’(1848). 조선 헌종의 생일축하연을 담아낸 그림으로 케이옥션 ‘6월경매’에 추정가 1억∼2억원에 출품됐다(사진=케이옥션).


▲피카소 3억 5000만원짜리 누드드로잉

파블로 피카소의 누드작품이 오랜만에 경매시장에 나섰다. 종이에 펜·잉크로 그린 ‘리클라이닝 누드 & 스펙테이터’(1971)다. 추정가 2억 4000만∼3억 5000만원에 나왔다. 노년의 남성이 젊은 여성을 훔쳐보는 장면을 잡아낸 작품은 피카소의 말년작. 피카소가 자신의 눈을 통해 그 자신의 삶을 직접 들여다보려 한 시도가 읽힌다.

앤디 워홀과 더불어 세계를 대표하는 팝아티스트 키스 해링의 조각 ‘무제-3명의 댄싱 모형’(1989)도 있다. 해링은 ‘춤’이란 주제로 1990년 32세로 요절하기 전까지 맹렬히 작품활동을 해왔던 터. 4억 9000만∼6억 5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아 나선 작품이 한국서 의미있는 춤판을 벌일지 기대를 모은다.

세계를 대표하는 키스 해링의 ‘무제-3명의 댄싱 모형’(1989). 케이옥션 ‘6월경매’에 추정가 4억 9000만∼6억 5000만원에 나온다(사진=케이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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