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지상파 방송사들은 국민이 무료인 지상파를 통해 UHD 방송을 즐기려면 700MHz 대역에서 일정 폭(54MHz)을 할당받아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새로 주파수를 받지 않아도 이미 쓰고 있는 주파수 폭(228MHz)을 효율화하면 UHD 방송이 가능하다는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이런 주장이 현실화되면 수년째 다툼이 치열한 방송·통신계의 주파수 갈등이 해결되는 것은 물론, 국가 자산인 주파수를 국민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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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19일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개최한 한국IT리더스포럼 강연에서 “한정된 국가 자원인 주파수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700㎒ 등 새로운 주파수를 배정하지 않고 지상파가 기존 주파수를 효율화해 UHD 용도로 쓰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 발전 덕에 앞으로는 그렇게 많은 주파수를 사용하지 않고도 방송이 가능할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지상파들이 기존에 쓰는 주파수를 내놓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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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임주환 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고려대 교수)은 당장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ETRI가 ‘디지털 방송 중계장비(지상파 DTV 분산 중계기)’ 기술을 개발했는데, 이를 지상파가 도입한다면 주파수 효율성을 높여 현재 38개 채널에서 서비스하는 것을 최대 9개 채널까지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장비를 쓰면 △지상파가 사용 중인 대역에서도 하나의 주파수(채널)로 단일 방송망을 구현하는 ‘SFN(Single Freqency Network)’ 기술을 구현할 수 있으며 △지상파 주파수 재사용률이 크게 높아진다는 것이다.
임 전 원장은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현재 지상파는 38개 채널로 228MHz를 쓰는데 이는 아날로그 방송장비를 그대로 쓰기 때문”이라면서 “이를 디지털 장비로 바꾸면, 기존 주파수 대역에서 9개 채널 54MHz까지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상파 방송사 재정이 어려워 디지털 장비로 교체하기 어렵다면 국고 등에서 지원해도 3000억 원 정도면 해결되는 것으로 안다”며 “이리되면 지상파는 기존 주파수로 UHD를 서비스할 수 있고, 정부는 남는 주파수를 필요한 곳에 팔아 2조 5000억 원의 재정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부연했다.
방통위, 해외 사례 참고…현실화 검토
ETRI는 이 기술을 국내 기업에 기술 이전했는데, 방통위 사무국도 해외에서 기존 지상파 주파수를 활용해 UHD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추세를 들여다 보고 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18일 이기주 상임위원과 윤종록 2차관이 참석한 가운데 차관급 ‘UHD정책협의회’를 열고, 한국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전문가로부터 국내외 사례와 UHD 시장 동향 등에 대해 보고받고 토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