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본색을 드러냈다. 연내 기준금리 인상은 물론 그 시점까지 구체화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특히 한은은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4.0%, 3.0%로 파격적으로 상향 조정해 기준금리를 올릴 수 있는 토대를 쌓았다.
|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통화정책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0.5%로 동결했다. 금통위원 만장일치 동결이었다.
그러나 한은의 파격적인 경제성장률 상향 조정과 이주열 한은 총재의 기자간담회 발언 등을 고려하면 금통위가 사실상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못 박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총재는 “당초 예상보다 경기 회복세, 물가상승세가 더 빨라짐에 따라 현행의 통화정책을 유지하는 것은 ‘큰 폭의 완화 기조’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은 석 달 전 전망치(3.0%, 2.5%)보다 각각 1.0%포인트, 0.5%포인트 상향 조정한 4.0%, 3.0%로 전망했다. 특히 한은은 상반기 성장률이 3.7%, 하반기 4.2%를 기록하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경기 개선세가 내년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백신 보급이 빨라져 경제 활동이 활발해지는 낙관 시나리오 아래에서는 올해와 내년 성장률이 각각 4.8%, 3.6%까지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올해와 내년 각각 1.8%, 1.4%로 한은의 물가목표치(2.0%)에는 미달하나 2017년, 2018년 기준금리 인상 당시에도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목표치에 미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목표치보다 낮은 물가 전망치는 금리 조정의 변수는 아니다.
반면 장기간 0.5%라는 초저금리를 유지해온데 따른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비트코인,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성향이 강해지고 있고 대출 금리 상승에도 가계부채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4월 가계대출은 25조4000억원 늘어 증가폭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는 코로나에 따른 어려움을 대응하기 위해 늘어난 측면도 있지만 자산 가격 상승과 연계해 위험 추구 성향이 강해진 면도 있다”며 “금리를 올리면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으나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 지속된다면 이에 따른 부작용이 더 크다”고 말했다.
연내 금리 인상 기정사실..3분기냐, 4분기냐
이제 관심은 한은이 언제 기준금리를 올릴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이 총재는 그 시점에 대해서도 힌트를 줬다. 일단 연준보다 먼저 올린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연준이 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한은이 먼저 국내 여건에 맞게 통화정책을 조정하는 것이 (통화정책의 여력을) 넓힐 수 있어 더 좋다”고 했다.
또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회의에서 금통위원간에 금리 정상화와 관련 토론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 “금리 인상 시그널과 관련 금통위에서 많은 논의가 있었다. 시기를 단정할 수 없지만 (금리를) 거시 경제 금융안정 변화 상황에 맞게 어떻게 질서 있게 조정할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라며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총재는 “통화정책 완화기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통화정책 방향 문구에는 적시되지 않은 ‘당분간’이란 시점을 제시했다. ‘당분간’을 ‘가까운 장래’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르면 3분기내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음 번 7월 금통위 회의에서 금리 인상 소수의견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시장에선 기준금리 인상 시점에 대해 의견이 엇갈린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소수 의견이 나올 것으로 본다”며 “과거 상황을 보면 11월 경제성장률을 수정한 후 내년 1분기 액션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정인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와 3분기 성장률이 예상을 상회해 연간 4% 이상의 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면 올해 11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