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만큼 팔았다"…외국인 반도체株 매도공세 막내리나

외국인 9~13일 전기·전자 7.5조 매도로 지수보다 많아
반도체 매도→원/달러 상승→지수 매도 '악순환' 형성
17일 전기·전자/지수 매도 강도는 다소 약화
"원화 약세, 반도체 실적에 유리…금리, 환율 반도체 대비 양호"
테이퍼링·델타에 '사자'는 어려워…환율 1190원 전...
  • 등록 2021-08-18 오전 12:20:00

    수정 2021-08-20 오후 11:19:41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대거 빠져나가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 정점 논란에 국내 산업의 핵심인 반도체주를 팔아 치운 게 화근이 됐다. 외국인 매도는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린 요인이 됐고 이는 다시 외국인 수급 악화로 이어져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됐다.

역설적으로 반도체주를 팔만큼 팔았으니 이제 환율의 정상화와 외국인 매도 둔화를 기대해볼만 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반도체주 하락 전부터 우려된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과 델타 변이 바이러스 문제는 해결되지 않은 탓에,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은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메모리 위주 산업에 신흥국서 원화만 약세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413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 두 종목 합쳐 5312억원어치 팔아치워 순매도 1~2위에 올려놨다. 지난주(9~13일)에도 외국인은 코스피를 7조450억원 순매도한 가운데 전기·전자 업종만 7조5149억원 순매도해 전체 규모를 넘어섰다. 삼성전자(005930) 한 종목만 5조5738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4분기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이 애초 예상보다 가파를 것이란 의견이 제기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는 ‘메모리-겨울이 다가오고 있다’는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000660)의 목표주가를 15만6000원에서 8만원으로 내렸다.

외국인의 코스피 전자·전기 업종 순매도는 원·달러 환율 상승을 불러왔고, 이는 다시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를 가속화 하는 악순환이 나타난 것으로 판단된다.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주초 1144.3원에서 1169원으로 급등했다. 반면 달러 인덱스는 92.938에서 92.512로 내렸고, 대표적인 아시아 신흥국 중국의 위안화는 달러당 6.49위안에서 6.48위안으로 내렸다. 17일 환율은 1170원을 넘어서 연중 최고치를 또 갈아치웠다.

외국인 입장에서 비슷한 지역으로 분류되는 대만 통화도 횡보세를 보였다. 지난주 달러당 27.80신(新)대만달러에서 27.82신대만달러로 마감했다.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 고점 논란으로 인한 것인 만큼, 비메모리 업체인 TSMC가 대장주로 있는 대만엔 비교적 타격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대만 가권지수의 지난주 외국인 순매도는 약 1조2300억원달러로 코스피 전기·전자 순매도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유난히 원화 약세만 두드러진 배경으로 한국 증시 시총 상위 1~2위 종목이 반도체 기업, 그 중에서도 메모리 기업이라는 점이 꼽힌다. 즉 외국인의 반도체주 매도로 인한 악순환이 이번 원·달러 상승의 계기이자 핵심인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주간 단위 사상 최대 규모를 매도했다”며 “메모리 반도체 업황과 실적 불확실성이 증폭된 상황에서 원화 약세와 외국인 순매도 간의 악순환 고리가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나 코스피나 팔 만큼 팔았다

코스피와 원화의 수난이 메모리 반도체에 기인한 만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대형주의 수급 개선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를 4125억원, 전기·전자는 4346억원 팔아, 전체 매도에서 반도체 비중이 낮아졌다. 지난 12일 외국인은 코스피를 1조8841억원, 전기전자를 2조4102억원 순매도한 바 있다.

중단기적인 관점에서도 반도체주의 반등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모리 사이클 하락은 막을 순 없지만, △공급병목 현상 해소 △낮아진 밸류에이션 매력 △원화 약세로 인한 실적 개선 등 긍정적 요인이 있다고 분석된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수요는 몰라도, 공급 병목현상이 해결되며 최소 4분기를 고객 재고가 소진되는 시기로 봐야 맞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나타나고 있는 원화 약세도 반도체 실적에 유리한데다, 주가는 소외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등 슈퍼사이클을 기다린 이들에겐 암담한 상황일지 모르나, 한편으로는 반등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와 외국인 수급은 흔들렸지만, 국내 경기 관련 지표는 굳건하단 평가도 있다. 펀더멘털이 꺾이지 않는 이상 외국인 순매도도 반도체에 국한된 것으로 봐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대비 SK하이닉스의 상대강도는 코로나19 이후 바닥까지 하락했으나 다행히 올해 2분기 이후 반도체 부진이 한국 경기와 주식시장의 정점을 의미하진 않았다”며 “반도체주 부진에 비하면 금리와 환율 모두 잘 버틴 편”이라고 짚었다.

외국인 코스피 순매도도 더 강화되진 않을 걸로 분석된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과거 외국인 지분율 저점이 31%고 현재 31.56%인 점 등을 고려할 때 외국인 추가 매도가 나온다면 5조~6조원 수준일 것”이라고 전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수급환경 최선행 지표인 외국인 코스피200 지수선물 10일 누적 순매수 계약수는 13일 기준 마이너스(-) 3만1000계약으로 경험적 하방 임계구간인 -3만 계약권을 밑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반도체가 흔든 코스피, 기둥 흔들린 것’ 분석도

한편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은 쉽지 않으리라고 전망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이 3분기로 전망되고, 신흥국의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어서다. 이에 당분간 달러 강세 및 선진국 우선 전략이 강조된다. 다만 당분간이란 단서가 붙은 만큼, 두 가지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 줄 것으로 관측된다. 테이퍼링이 지난 올해 말쯤 코스피 외국인 순매수 전환이 기대되기도 한다.

반면 최근 반도체를 시작으로 흔들리는 코스피를 단지 반도체만의 문제로 보지 않는 시각도 있다. 중국이 미국과는 달리 완화적으로 통화정책을 가져갈 경우 강달러가 지속된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의 폭발적 수요가 언택트(비대면) 기간망 구축과 함께한 만큼 피크 아웃은 언택트에도 해당된다”며 “표면적으로는 코스피 하락이 반도체 때문이겠지만, 그 기저에는 비대면 기간망 구축의 완료 및 유동성 감소의 시작이 깔려 있어 고배당, 저변동성 성격을 지닌 주식이 나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같은 증권사의 문홍철 연구원은 “긴축으로 가는 연준과 달리 중국이 지준율 인하에 이어 통화정책 완화를 지속할 것으로 보이고 있어 이는 국내 경제엔 재앙의 전조가 될 수 있다”며 “원·달러 환율 1180~1190원의 기존 강달러 전망을 유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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