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딸 업고 1km 달렸다"…60대 아빠, 이태원 참사 증언

29일 밤 딸이 보낸 문자에 이태원 달려간父
부상 당한 딸, 직접 업고 병원으로 향해
택시 안 잡혀 '발 동동'…도움 준 30대 남녀
  • 등록 2022-11-01 오전 12:00:33

    수정 2022-11-01 오전 12:00:33

[이데일리 권혜미 기자]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큰 부상을 입은 딸을 직접 업고 1.5km가량을 달린 아버지의 감동적인 사연이 전해졌다.

31일 뉴시스에 따르면 경시 성남시에 사는 남성 A(62)씨는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난 29일 밤 20대인 딸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핼러윈데이를 앞두고 친구들과 이태원에 갔던 딸은 A씨에게 “옆에 사람들이 죽었어”라며 다급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A씨는 딸에게 무슨 얘기인지 물었지만, 통화가 끊어지는 탓에 뒷말을 들을 수 없었다.

(사진=뉴시스)
잠시 후 딸에게서 온 문자 메시지를 확인한 A씨는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직감하고 곧장 택시를 잡아 딸을 보호하고 있는 이태원 파출소로 향했다.

당시 딸은 A씨에게 “나 죽다 살았는데 다리가 부러진 것 같아”, “이태원에서 압사 사고 났는데 집에 가려다 맨밑에 깔렸어”, “살려줘 나 무서워”라고 문자를 보냈다.

A씨는 택시로 이동하면서 휴대전화로 사건 관련 검색을 시도했지만, 아무 뉴스가 나오지 않아 사태파악이 힘들었다.

그러던 중 밤 11시께 ‘심정지 50명’이라는 뉴스가 처음으로 보도됐고, A씨는 “그때 택시를 타고 이태원 부근에 도착했는데 교통 통제로 인해 도로가 막혀 차에서 내려 1.5㎞ 가량을 뛰었다”고 말했다.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인명사고 현장이 출입 통제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우여곡절 끝에 A씨는 파출소에 도착했고, 여기엔 A씨의 딸을 포함해 네 명 정도가 누워 있었다. 하지만 사망자가 너무 많아 경찰과 소방이 이곳으로 부상자를 인계하러 오기까지 최소 3~4시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A씨는 “딸은 고통스러워하고 도로엔 일반 차가 못다니는 상황이었다”며 “결국 택시라도 탈 수 있는 쪽으로 나가려고 딸을 등에 업고 1㎞ 넘게 뛰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한참을 뛰었는데도 택시는 잡히지 않았고, 결국 A씨는 아무 차량이라도 얻어타기 위해 도움의 손길을 청해봤지만 이마저도 뜻대로 안 됐다.

그 순간 BMW 차량을 탄 젊은 남녀가 다가와 A씨에게 “병원까지 태워주겠다”고 먼저 제안했다. 이들은 A씨와 딸을 함께 태운 뒤 여의도성모병원 응급실까지 데려다 줬다.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에 마련된 압사 사고 추모공간에 시민들의 애도 문구가 적혀 있다.(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이곳도 앞서 실려온 사상자들로 이미 다른 환자를 받을 수 없었고, 이 남녀는 A씨 집 근처에 위치한 분당차병원 응급실까지 두 사람을 태워줬다.

덕분에 A씨의 딸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끝에 고비를 넘겨 현재 일반 병실로 옮겨진 상태다. 병원 측은 사고 당일 A씨의 딸이 장시간 압력에 노출되면서 근육 손실로 인한 신장(콩팥) 손상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전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딸을 태워준 젊은 남녀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병원 응급실에 도착해서도 우리를 데려다준 젊은 남녀가 휠체어까지 갖고 와서 딸을 태워 옮겨다주고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지금 입원한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서너 정도 시간이 걸렸다.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기 위해 약소한 돈이라도 비용을 치르려고 했는데 한사코 안 받고 다시 건네주고 돌아갔다”고 밝혔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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