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문제 삼는 것은 삼성전자의 디자인이다. 갤럭시탭 10.1이 평면 스크린과 모서리, 유저 인터페이스(UI) 등에서 아이패드2를 베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에 이어 독일 법원도 애플의 의견을 받아들여 갤럭시탭 10.1의 독일내 판매를 금지시켰다.
삼성전자는 발끈했다. `IT 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판결`이라는 수위 높은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직사각형 태블릿PC는 모두 애플을 따라한 거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켠에선 이번 애플의 디자인 소송을 지켜보며 "좀 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일 최대 신문사인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네차이퉁(FAZ)이 이번 소송을 두고 "둥근 타이어를 만든다는 이유로 던롭이 브리지스톤을 제소하는 것과 같다"며 비꼰 것도 같은 맥락이다.
10여년째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에 머물고 있는 삼성전자의 `창의성 부족`을 지적하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토대로 빠르게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올라섰지만 `창의적인 기업`이란 소리는 듣지 못했다.
한 경제연구소의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성장과정을 보면 혁신적인 제품이 나오면 이를 빠르게 따라한다. 이후 탁월한 부품 경쟁력을 토대로 최고 스펙의 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빼앗아 온다"며 "이런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애플과 유사한 제품 라인업을 갖다 보니 애플의 카피캣(Copycat)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디자인, 마케팅, R&D 등 모든 분야에서 창조적인 경영으로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며 `창조경영`을 부르짖은 지도 올해로 6년째다.
한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에 대해 "앞장서서 시장을 만드는 방법을 까먹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이 어떻게 진행될지 가늠하기 힘들지만 이번 소송이 삼성전자가 창의적인 기업으로 거듭나는 단초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다면 삼성전자 입장에서도 잃는 것보단 얻는 게 많은 싸움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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