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니지먼트]175년간 인력감축을 단 한번도 안한 회사(23)

직원교육으로 행복경영을 실천하는 회사
전사원이 매년 100시간 사내MBA 과정을 이수해야
김해동 비브라운 대표
  • 등록 2014-07-25 오전 6:00:00

    수정 2014-07-25 오전 6:00:00

[이데일리 류성 산업 선임기자] “열심히 일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얼마나 남들과 다르게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놀이를 할 때 몰입하듯이 일 자체에 푹 빠져들어야 한다.”

김해동(61) 비브라운 코리아 대표는 회사에서 실천하는 ‘펀(Fun) 경영’의 궁극적인 목표는 직원들의 행복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지난 1990년대부터 일찍이 ‘행복경영’의 전도사로 나선 선각자다. 지금도 여전하지만 ‘농업적 근면성’이 강조되던 시절에 행복경영을 주창하고 나섰으니 당시 주변 반응은 냉랭하기 짝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 대표는 “직원들 모두가 업무에서 행복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야 지속성장이 가능한 장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신념 아래 행복 경영을 20여 년 넘게 줄기차게 실천해오고 있다.

비브라운은 인공관절에서부터 인슐린주사기, 인공신장기, 손소독제 등을 생산하는 유럽 최대규모의 의료소모품 전문기업이다. 독일에 본사가 있으며 설립된지 175년이나 된 장수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7조 원을 올렸으며 세계 56개국에 160여 개 법인 및 지사를 두고 있다.

김 대표는 재계의 숨은 고수다. 지난 1990년 비브라운 코리아 대표로 취임해 2003년까지 14년간 매년 매출을 30% 이상씩 성장시키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 성과를 본사에서 인정받아 2004년 비브라운 아시아·태평양 총괄회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까지 10년간 말레이시아 본부에서 근무했다. 독일인이 줄곧 맡아오던 총괄회장직을 한국인이 맡기는 김 대표가 처음이다.

이 기간에도 김 대표는 회사 이익을 무려 22배 늘리면서 경영자로서의 실력을 다시 한번 유감없이 발휘했다. 본사의 만류에도 한국생활이 그리워 자진해서 한국법인으로의 복귀를 요청해 지난해 다시 비브라운 코리아 대표로 돌아왔다.

김 대표가 지난 25년 동안 올린 탁월한 경영실적은 비브라운 그룹내에서 ‘전설’이 됐다.그는 “최고 실적을 거둘 수 있었던 가장 큰 배경은 아마도 ‘행복경영’ 덕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직원들의 행복을 위해 가장 중시하는 것이 교육이다. “직원들이 무엇보다 실력을 먼저 갖춰야 일을 자신감을 갖고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행복과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소신이다. 실력이 없으면 직원행복을 위한 회사제도나 기업문화가 아무리 탁월하더라도 무용지물일 뿐이라는 설명이다.

비브라운은 직원 교육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지난 2000년부터 BBS(Braun Business School)라는 사내 경영학석사(MBA)과정을 개설했다. 직원 모두 예외 없이 1년에 100시간 이상 온·오프라인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한 달에 10시간 가까이 일과 함께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 고강도 교육 체계다. 졸업은 없고 이 회사에서 몸담고 있는 동안은 예외 없이 매년 100시간 이상 교육과정을 마쳐야 한다. 그야말로 평생교육이다.

김 대표가 한국법인에서 처음으로 사내 MBA를 개설한 이후 지금은 중국, 일본,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에 있는 비브라운 해외법인들이 모두 벤치마킹해 도입하고 있을 정도로 성공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목 또한 비즈니스에 필요한 거의 모든 과정을 개설해 직원들에게 업무상 필요한 지식과 노하우를 체득하게 하고 있다. 마케팅, 세일즈, 리더십, 협상 과정에서부터 심지어 뇌과학 등 전문 의료지식을 다루는 과목까지 수십 개 교육과목이 운영되고 있다. 이 회사에서 가장 넓은 회의실 공간은 직원 교육장으로 쓰이며 상시 개방돼 있다.

특히 의료소모품 업체답게 매주 의료 분야 별로 전문가를 초빙해 특강을 진행하며 직원들의 실력 키우기에 주력하고 있다. 교육이수는 이 회사에서 성공하려면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필수조건이다. 매년 의무적으로 통과해야 하는 학점 이수량이 미달하면 성과급이나 연봉이 대폭 삭감되는 벌칙이 부과된다.

반면 의무학점을 우수한 성적으로 이수하면 회사가 미래 핵심인재로 선발해 별도 커리어 관리에 들어간다. 임원으로 승진해 경영진이 되고자 하는 직원들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으로 자리 잡았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본능으로 비즈니스를 실행하는 사람이 최고의 고수다.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그런 본능을 타고나지 않았다.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김 대표는 의식적으로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습관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집중적인 교육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소개했다.

직원별로 능력과 적성이 하는 일과 부합되는 지를 수시로 직접 체크하고 조율하는 것도 김 대표가 행복경영을 위해 실천하고 있는 주요 경영업무다. “회사가 교육과 실전 경험을 통해 직원들의 능력을 지속적으로 높여주고, 매년 목표는 능력대비 120~130% 더 높게 책정해 준다.” 직원들이 해마다 본인의 능력이 높아지고, 목표도 달성할 때 비로소 일에 대한 보람과 행복을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대신 능력 개발과 목표 달성을 소홀히 하는 직원들에게 김 대표는 어느 회사 사장보다 엄격한 존재다. 3차례 이상 기회를 줬음에도 이 두 가지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는 직원들에게는 회사가 직무전환이나 재취업이라는 조치를 취한다.

김해동 비브라운 코리아 대표는 회사 매출을 14년간 매년 30% 이상 성장시키는 대기록을 달성한 재계의 숨은 고수다. 김 대표는 “지속적 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행복 경영을 가장 중요한 경영모토로 실천해왔기 때문”이라며 “체계적인 사내 교육이야말로 직원들을 행복하고 능력있게 만들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대욱 기자
“회사가 필요로 하는 능력이나 적성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면 회사를 위해서도, 본인을 위해서도 서로 ‘이혼’하는 게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김 대표는 강조했다. 비브라운에서 결코 행복할 수 없는 직원들을 무리하게 붙잡아두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직원을 불행으로 이끄는 지름길이라고 덧붙였다. 전국 각지에서 비브라운 대리점을 개업해 사업을 벌이고 있는 대다수 사장들도 직무전환 등을 통해 새로운 인생을 설계한 비브라운 출신들이다.

비브라운은 175년이라는 긴 역사동안 단 한차례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은 회사로 독일내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그만큼 회사가 직원들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는 반증이다. 회사가 어려울 때는 사업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기존 직원들은 교육 등을 통해 재배치를 한다는 원칙을 철저히 지켜온 게 비결이다 .

김 대표는 “지금껏 회사가 수많은 존폐의 위기를 겪어왔지만 인적 구조조정은 단 한번도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며 “직원을 진정한 가족처럼 여기는 기업문화에서는 직원을 자르는 것은 곧 가족을 자르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귀띔했다. 사업이 내리막이면 직원부터 내보내고 보는 다른 기업들과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직원 120여 명 규모인 비브라운 코리아는 사회봉사 활동에도 어느 기업보다 적극적이다. 특히 올해 연말에는 광주광역시에 100베드 규모의 재활의료원을 완공한다. 선진의료 서비스를 통해 지역사회에 보답을 하겠다는 의지에서다.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다양한 해외봉사활동도 펼치고 있다. 매년 국내 의료진 및 비영리단체들과 협력하여 네팔, 캄보디아, 필리핀, 몽골, 우즈베키스탄, 에티오피아 등 의료환경이 열악한 개발도상국에 의료봉사단을 파견하고 있다.

“직장생활에서 행복을 느끼고 회사가 사회와 고객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을 직원들이 몸소 체득할 때 비로소 행복경영은 탄탄하게 자리하게 된다.” 김 대표의 행복경영을 이루는 세 축은 직장과 사회, 고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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