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2월 10일 오후, 평소처럼 집에 있던 아내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는 남편 신 씨(가명). 그런데 통화를 하던 아내가 초인종 소리에 현관문을 열어주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 후 충격적인 아내의 비명소리가 이어졌다고 한다.
이날 열린 현관문을 통해 느닷없이 집안으로 들이닥친 괴한은 아내와 초등학생 아들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절박했던 상황은 당시 통화 중이던 남편 신 씨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신 씨의 신고로 경찰이 바로 출동했지만, 안타깝게도 아내는 목숨을 잃었고, 어린 아들은 중태에 빠졌다.
끔찍한 사건이 벌어지고 4일 만에 살인자의 신상이 공개됐다. 26세 이석준. 그는 놀랍게도 신 씨의 딸이 위협을 느껴, 신변보호를 요청하게 만든 가해자였다.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물론 가해자가 찾을 수 없도록 꼭꼭 숨어야만 했던 피해자. 하지만 이를 비웃듯 결코 물러서지 않고 집요하게 피해자를 찾아 그 가족의 목숨까지 앗아간 가해자. 신변보호를 받을 정도로 예견된 위험이었지만 비극을 막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피해자들은 신변보호 제도가 있음에도 끝없는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보이지 않는 위협 때문에 온전한 일상을 살 수 없고, 결국 삶이 파괴된다는 피해자들. 과연 피해자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제작진은 그 공포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지금도 스토커와 끈질긴 사투 중인 수많은 피해자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그중에서도 인터넷에서 먹방 방송을 하고 있는 나리 씨는 제작진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왔다.
‘방에 카메라 있는 건 모르네...’ 나리 씨는 가해자가 보낸 소름 돋는 협박성 문자 메시지부터, 그동안 가해자가 집 주변에 출몰했던 증거 사진까지 가해자와 관련된 자료들을 모아놓고 있었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는 가해자의 위협 사실을 피해자가 증명해야만 경찰의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나리 씨가 경찰에 신고할 정도로 의사표시를 분명히 했음에도, 또한 범죄 행위임에도, 도대체 가해자는 왜 위협을 멈추지 않는 것일까.
제작진은 나리 씨와 함께 가해자의 위협을 기다려보기로 했는데 집을 떠나 캠핑을 하던 나리 씨 주변에 나타난 수상한 차량이 나타났다. 한밤중 캠핑장 주변을 맴도는 수상한 차량을 확인하기 위한 아찔하고도 위험한 추격전이 벌어졌다.
노원구 세 모녀 살인사건 이후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되면서, 피해자들의 신고 건수도 5배 정도 증가했고, 이에 따라 신변보호 요청을 하는 건수도 계속 늘고 있다.
제작진이 만난 피해자들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해야 할 자신의 집에서도 위협과 불안을 느끼고 있었다. 피해자들은 어느 곳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공포 속에서, 왜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숨어 지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한편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토요일 밤 11시 10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