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붓딸 성추행 후 집유…돌아온 그가 살인마로 돌변했다[그해 오늘]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의붓딸을 성추행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10여일만에 아버지가 부인과 두 딸, 아들 등 일가족 4명을 몰살했다. 자숙하고 반성해야 마땅할 아버지가, 비뚤어진 적개심과 보복심으로 살인마가 된 것이다.

지난 2001년 12월 13일 오전 9시15분께 서울 잠실에 소재한 모 아파트를 찾아간 119구조대와 경찰은 충격적인 광경을 목격했다. 중년의 여성과 아직 미성년자인 자녀 3명 등 일가족 4명이 둔기로 맞거나 흉기에 찔려 잔인하게 사망한 상태였다.

경찰이 아파트를 찾아간 것은 이 가족의 가장인 김중호씨의 수술동의서를 받기 위해서였다. 김씨는 팔과 배 등에 자상을 입어 수술이 필요했는데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아 동의서를 써줄 가족을 찾기 위해 경찰이 해당 아파트를 방문했다.

(사진=MBC 캡쳐)

경찰은 사건 당시 집에 없었던 아버지 김씨를 의심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김씨는 경찰의 추궁에 “내가 가족을 죽였다”고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김씨에게 생긴 팔과 배 등의 상처는 가족을 살해한 뒤 본인 스스로 자해한 흔적이었다.

1989년 김씨는 부인 이씨와 결혼했다. 이씨는 당시 재혼으로 4살이던 큰 딸이 있었다. 두 사람은 1990년과 1992년에 딸과 아들을 하나씩 얻었다. 겉보기엔 단란한 다섯 식구 대가족이었다.

그러나 1995년 부인과 사이가 멀어지던 김씨는 그만 의붓딸에게 손을 대고 말았다. 급기야는 1999년 자신의 친자인 작은 딸에게까지 성추행을 이어갔다. 가족과 사이가 좋을 리 만무했다.

결국 2001년 고등학생이 된 큰 딸이 엄마에게 김씨의 성추행 사실을 털어놨다. 단란주점 주방일, 요구르트 배달 등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부인은 이 사실에 격분해 남편을 성추행과 가정폭력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김씨는 구속돼 재판을 받았고 결국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11월 30일 구치소를 나온 김씨는 이혼만은 막고 싶었지만 이미 가족들의 시선은 싸늘했다.

12월 12일 김씨는 아내를 찾아 설득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 잠에서 깬 큰 딸이 엄마를 폭행하려던 김씨를 말리려 했지만 김씨는 둔기로 아내와 큰 딸을 잔인하게 살해했다.

부인과 의붓딸을 살해한 김중호는 초등학교 5학년 딸과 초등학교 2학년 아들도 연이어 살해했다. 살해 당시 자녀는 고작 17세, 11세, 9세에 불과했다.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가장이 도리어 어린 생명을 앗아간 살인마가 된 것이다.

서둘러 집을 나온 김씨는 택시를 타고 분당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소형 절단기로 자해를 시도했다. 그러나 생명에 지장이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법원은 “범행의 죄질과 범정의 극악함”을 들어 사형을 선고했다. 김씨는 심신장애를 주장하며 항소했지만 2심과 대법원에서 모두 항소가 기각됐다. 2003년 사형이 확정된 김씨는 현재 복역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