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플방지] "이태원 클럽 방문, 비밀로 해줄테니..."

  • 등록 2020-05-10 오전 12:05:00

    수정 2020-05-10 오전 12:10:17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이태원 클럽 방문, 비밀로 해줄 테니 신고하고 검사받으라는 직원 전체 공지가 떴다”

한 대학병원 종양내과 의사로 아이디 onc*****를 사용하는 누리꾼이 트위터에 남긴 글이다. 그는 “절대 비밀 보장의 첫 번째는 신천지, 두 번째는 룸살롱”이라며 “개인의 자유와 프라이버시, 공공의 이익, 거기에 보건의료인의 책무와 양심까지 더해진 퍼즐에 마음이 복잡해진다”라고 밝혔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킹클럽은 경기도 용인시의 66번째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이하 A씨)가 다녀간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킹클럽 측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 2일 A씨의 방문 사실을 알리며 “자체 방역과 입장 시 발열체크 및 방명록 작성 등의 절차를 거쳤고 관계 기관의 역학조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투명하게 밝혔다.

그러나 킹클럽이 ‘게이 클럽’으로 알려지면서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이어졌다.

A씨가 SNS를 통해 “추가적인 루머와 억측들이 돌고 있는 것 같아 말씀 드리려고 한다”며 “클럽은 호기심에 방문했기 때문에 오랜 시간 머물지는 않았으며 성소수자를 위한 클럽, 외국인을 위한 클럽, 일반 바 형태의 클럽들이 포함돼 있다”고 해명했지만 ‘아웃팅(outing)’ 논란은 계속됐다. 아웃팅은 본인은 원하지 않는데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다른 사람에 의해 강제로 밝혀지는 일을 말한다.

킹클럽을 비롯한 용인 확진자가 찾았던 ‘트렁크클럽’, ‘클럽퀸’ 등은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SNS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용인 66번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이태원의 한 클럽 (사진=연합뉴스)
“이 시국에 게이 클럽”…‘아웃팅’ 논란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는 게이 클럽이라고 보도한 언론 매체와 개인 정보를 공개한 지방자치단체를 비판하고 나섰다.

친구사이는 8일 성명서를 통해 “클럽 방문자의 검진 권고가 아니라 성소수자로만 초점이 맞춰진 이유는 성소수자면 누구나 잠재적 가해자, 관리가 필요한 대상 집단이란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며 “방역 차원이라고 하지만 지자체의 과도한 정보 공개와 무리한 명단 공개 요청은 확진자와 접촉한 이들이 더욱 존재를 드러낼 수 없게 만드는, 오히려 방역의 구멍이 되는 또 다른 공포와 혐오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는 지난 3월 초 소식지를 통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이태원 클럽의 휴업 소식을 전하며 “전대미문의 일”이라고 표현했다 (사진=친구사이 페이스북)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A씨 관련 일부 언론사의 반인권적, 편파적 보도를 중재해달라”는 글을 올린 26세 성소수자도 “신천지 사태와 같이 자발적 검사 및 자가격리를 기피하는 행위를 막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자극적이고 강제적으로 개인의 성 정체성을 공개하는 것은 코로나로 인한 임시격리가 아닌 누군가에게 있어 더 큰 사회적 단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 시국에 게이 클럽 가는 건 혹시라도 코로나19에 걸릴 경우 아웃팅 당하는 거 각오하고 가는 거 아닌가”, “게이 클럽이라서 공개한 게 아니다. 동선 공개하고 보니 게이 클럽인 것”, “아웃팅이 아니고 커밍아웃(coming out)한 것과 마찬가지”라는 누리꾼의 반발도 이어졌다. 커밍아웃은 성소수자가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일을 말한다.

이 가운데 누리꾼 ysh****은 “저 사람(용인 확진자) 비난받고 신상 털면 안된다. 저 사람은 숨길 수 있었음에도 정직하게 이동 경로를 말했고 그 경로에서 감염된 사람이 저 사람 비난당하는 걸 보고 숨기고, 숨으면 큰일 난다”고 중재하기도 했다.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A씨가 방문한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한 집단감염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9일 정오까지 파악된 관련 확진자는 서울 27명, 경기 7명, 인천 5명, 부산 1명 등 40명이다.
게다가 제주도에서 지난 5일 킹클럽에 다녀온 여성이 9일 오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청정지역 간판을 내리게 됐다.

이번 집단감염 확진자 가운데 군인, 간호사, 백화점 직원, 콜센터 직원 등이 포함돼 접촉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용산구는 클럽·주점 방문자 전수조사 기간을 기존 5월 1∼2일에서 4월 30일∼5월 5일로 늘리고 대상 업소를 기존 ‘킹’, ‘퀸’, ‘트렁크’ 3곳에 ‘소호’와 ‘힘’을 추가해 5곳으로 확대했다. 구가 파악한 조사 대상자는 총 7222명에 달한다.

또 강남구는 이태원 클럽을 다녀와 확진된 경기도 안양시 23번 확진자와 양평군 거주자이면서 서울의 648번 확진자로 등록된 환자가 신논현역 3번 출구 옆 ‘블랙 수면방’을 방문했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밝혔다. 두 확진자는 4일 0시 30분부터 5일 오전 8시 30분까지 봉은사로1길 6에 위치한 이 업소에 머물렀다. 이 업소는 성 소수자들이 모이는 장소로 알려졌다.

간호사 한 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경기도 성남시의료원에 코로나19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들이 클럽이나 주점에 방문한 당시는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던 때로, 유흥업소가 영업활동을 하더라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1∼2m 거리두기를 유지하는 등 방역수칙을 준수해야 하는 행정명령이 유효한 시기였다. 하지만 클럽에서 이러한 방역수칙이 지켜진다는 건 현실성이 떨어져 그동안 운영 자체를 제재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결국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은 8일 전국 유흥주점의 1개월간 운영 자제 행정명령을 내렸다.

중대본을 비롯해 서울시와 경기도 등 각 지자체는 자발적인 검사와 자가격리를 당부했다.

특히 김강립 중대본 1총괄조정관은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그간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또는 사회적 거리두기 노력을 국민과 함께 진행하면서 우리 사회가 코로나19에 대해 어찌 보면 맑은 물처럼, 호수처럼 맑은 상황으로 보인다”며 “이런 맑은 물에 잉크 한 방울이 떨어지면 단시간 내 번져나가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생각한다. 누가 우리 사회에서 이런 코로나19 잉크, 전파자가 되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페이스북에 이태원 클럽 발 무더기 확진자 발생 소식을 전하며 “걱정했던 일”이라면서 “이번 일 수습하는데 2주 이상은 걸리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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