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플방지] 박범계 '판사'의 사과

‘운명을 결정할’ 판사...'재심' 변호사의 당부
"사법 불신 언제부터 누적됐는지 짚어봐야"
"AI 시급"...김명수 대법원장 입장 주목
  • 등록 2021-01-03 오전 12:03:26

    수정 2021-01-03 오전 12:08:04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어떤 이들은 판사직을 천형이라고 합니다. 신이 아닌 인간이 인간에 대한 ‘생사여탈권’이 있어서지요”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4년 전 ‘삼례 나라슈퍼 살인 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3명을 만나 용서를 구한 뒤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다.

삼례 나라슈퍼 살인은 1999년 2월 전북 완주군 삼례읍 한 슈퍼에서 발생한 강도치사 사건이다.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정신지체 장애를 앓고 있던 최모씨 등 이른바 ‘삼례 3인조’를 범인으로 체포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전주지검은 삼례 3인조를 그대로 재판에 넘겼고, 같은 해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3~6년을 확정했다. 당시 전주지법 판사였던 박 후보자는 1심 배석판사로 사건 심리에 참석했다.

이후 박준영 변호사는 진범이 따로 있고 강압적인 수사로 인해 범인으로 몰렸다며 재심을 청구한 끝에 2016년 11월 4일 최종 무죄를 확정받았다.

박 변호사는 박 후보자에게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박 후보자는 결국 2017년 2월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서 오심 피해자들을 국회로 초청해 오심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판사’ 문제 여전”… ‘재심’ 변호사의 당부

박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되자 이같은 오심 논란이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재점화될 여지가 보였다.

그러자 박 변호사는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박 후보자에게 사과를 요구한 과정에 대해 “불쌍한 청년들에 대한 황당한 오판에 이름을 올린 판사였다는 사실이 가볍지 않기 때문에 공인의 지위에 걸맞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박 후보자의 사과에 대해선 “판·검사 출신 인사가 과거 자신의 실수와 잘못으로 피해 입은 당사자를 직접 만나 사과한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박 후보자의 사과는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문회 리스크로 삼례 나라슈퍼 사건이 거론되고 있고 오판을 한 것과 관련해 판단력이 문제 있다는 비판이 있다”면서도 “사건 당사자들과 그 가족, 피해자, 유가족은 여전히 박 후보자가 의미 있는 사과를 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고 전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왼쪽), 박준영 변호사 (사진=박 후보자 페이스북)
다만 “박 후보자도 인정한 바와 같은 ‘합의부 재판이 판사 세 명의 실질적인 토론 없이 결론 내려지고, 주심 아닌 배석판사는 기록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재판장이 권위적일 때는 주심 판사도 다른 생각을 마음대로 말하지 못하는 문제’가 여러 가지 현실적 이유까지 더해져 여전히 남아 있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박 후보자를 이해한다면서도 “실질적인 토론 없이 정해진 결론을 추인하는 합의체가 꽤 있다. 장관이 된다면 이런 문제를 꼭 바로잡아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AI 대체 시급”…언제부터였을까

한 사람에 대한 판사의 판결을 앞두고 ‘운명을 결정할’이라는 표현을 흔히 쓴다. 박 후보자도 오심을 인정하고 사과하면서 사람의 목숨을 죽이고 살릴 수 있는 권리, 즉 ‘생사여탈권’을 언급했다.

지난해에는 유난히 판사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실검) 순위에 오르내렸다. 물론 박 후보자의 사례와는 명백히 다르지만 누군가의 운명을 결정한 판결을 내린 판사들이었다.

조주빈의 ‘박사방’ 사건과 ‘다크웹’ 손정우 사건, 코로나19 확산 관련 광화문집회 집행정지 사건을 거치면서 대중의 기대와 어긋난 결정을 내린 판사들이 실검에 올라 신상까지 털렸다.

정·재계 인사의 자녀 관련 판결이 국민의 기대치와 다르게 나올 경우에는 어김없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반응이 뒤따랐다.

최근 조국 법무부 전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1심 실형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효력 정지 결정,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대통령명예훼손’ 무죄 선고는 진영논리에 휩싸였다.

판결에 대한 불만은 각자 진영에 따라 있을 수 있고 비판도 가능한 영역이지만 문제는 사법부에 대한 신뢰마저도 훼손되는 상황이다.

이탄희 민주당 의원 (사진=연합뉴스)
판사 출신인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0일 정 교수의 1심 선고를 맡은 담당 판사를 탄핵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40만 이상 동의를 받은 것과 관련해 “누적된 사법 불신을 보여준 중요한 현상”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예전에는 엉뚱한 판결이라고 느껴도 40만 명이 서명하는 일은 없었다”며 “사법 불신이 언제부터 누적되기 시작한 건지 짚어봤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사법 농단을 목격하면서 재판 결과가 판사의 정치적 성향이나 정치적 영향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아 버렸다”며 “판결 결과가 이상하다고 느낄 때 ‘저 판사가 이상한 거 아니냐. 저 판사가 어떤 거 받은 게 아니냐’ 이런 생각을 당연히 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난 9월 11일 ‘법원의 날’ 기념사에서 “외부로부터의 평가는 낯설지 모르지만, 오히려 자기 성찰의 기회로 삼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도 “판결에 근거 없는 비난이나 공격이 있더라도 부동심(不動心)으로 정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대법원장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8일 민주당이 사법부를 비판하는 것에 대한 입장을 요구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판사의 이름과 이력을 기억해둬야 한다”, “인공지능(AI)으로 대체가 시급하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가운데 김 대법원장이 오는 4일 시무식에서 어떤 목소리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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