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허니버터칩 열풍'..시간과 싸워야할 숙명

  • 등록 2014-11-23 오전 6:00:00

    수정 2014-11-23 오전 6:00:00

[이데일리 안승찬 기자] 모든 시간은 엄중하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은 무게를 부과한다. 시간 앞에서 모든 것들은 퇴색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긴 시간을 뚫고 살아남은 제품에는 넘볼 수 없는 아우라가 있다.

이제 출시된 지 갓 3개월이 넘은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이 열풍이다. 품귀 현상까지 나올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허니버터칩은 출시 100일만에 10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새 제품이 1년동안 100억원 매출을 올리면 ‘대박’이라는 제과업계의 공식을 가뿐히 깼다. 수십년간 짠맛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의 입맛을 ‘단맛 감자칩’이라는 새로운 콘셉트로 단숨에 사로잡았다.

해태제과 ‘허니버터칩’
해태제과의 모회사인 크라운제과(005740)의 주가도 급등세다. 이달 들어서만 주가가 38%이상 올랐다. 시가총액도 10월말에 비해 1000억원 이상 늘어났다.

제과업계는 10년만에 나타난 대형 루키의 등장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제과업계 한 관계자는 “이 정도로 인기를 끄는데, 단맛 감자칩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그건 거짓말”이라며 말했다. 저마다 비슷한 제품을 준비하기 위한 내부 준비에 착수했다.

하지만 한때 국내 라면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하얀국물 라면’과 같은 신세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2011년 8월 혜성처럼 등장한 팔도의 ‘꼬꼬면’을 기점으로 하얀국물 라면 제품이 우후죽순 쏟아졌다. ‘빨간 국물’ 라면이 지겹던 소비자들은 당시 하얀국물 라면의 등장에 열광했다.

하지만 열풍은 6개월에 그쳤다. 한달에 2000만개씩 팔리며 농심의 신라면을 넘보던 팔도의 꼬꼬면은 현재 월 100만개 정도 팔린다. 한때의 영광은 사라지고 2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꼬꼬면과 함께 하얀국물 라면을 이끌던 ‘나가사끼 짬뽕’의 삼양식품 주가도 3만2000원(2013년 5월)에서 현재 2만2000원대로 내려앉았다.

팔도 관계자는 “처음 꼬꼬면이 나왔을 때는 정말 대단했다. 제품이 없어서 못팔 정도였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사람들이 원래 빨간 국물 라면을 다시 찾더라. 우리가 제품을 더 잘 만들고, 더 마케팅을 잘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제과업계 관계자는 “허니버터칩이 지금은 인기라고 하지만, 수십년간 짠맛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언제 돌아설지 모른다”면서 “섣불리 단맛 감자칩 제품을 내놨다가 이 시장이 주저앉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지금 제품 출시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해태제과 측은 “하얀국물 라면 때와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해태제과 관계자는 “다른 과자는 단맛이 많은데 유독 감자칩만 짠맛 일색이었다”면서 “미국에서 처음 감자칩이 들어오면서 미국식 짠맛 감자칩에 익숙해진 것일 뿐, 원래 우리 국민들의 입맛은 단맛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단맛 감자칩이 롱런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는 주장이다.

결국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익숙한 짠맛으로 돌아갈지, 잊고 있었던 단맛을 계속 찾게될 지를 쉽게 예단하기는 어렵다. 어찌보면 시간은 살아남은 자의 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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