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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촉즉발 위기 속 마주 앉은 미·러…외교적 노력 이어가기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의 프레지던트 윌슨 호텔에서 만나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 약 1시간 30분에 걸쳐 회담을 벌였다.
양측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감을 해소하기 위한 돌파구를 전격 마련하는 데는 실패했으나 외교적 해결을 이어가기로 뜻을 모았다. 일단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서는 한발 물러났다는 평가다.
미·러 외교수장은 이번 만남을 통해 양측의 입장을 한층 더 깊이 이해하게됐다고 입을 모았다. 블링컨 장관은 “서로의 입장을 더욱 분명히 이해하는 길에 접어들었다고 믿는다”고 했고, 라브로프 장관은 “유용하고 솔직한 대화였다”고 평가했다.
두 장관은 추가 회담에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했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 검토 결과와 고위급 회담의 진전 상황에 따라 정상간 회담도 가능할 전망이다. 블링컨 장관은 “우선 외무장관급에서 후속 대화를 할 생각”이라며 “정상회담이 유용하고 생산적이라는 것이 입증된다면 우리는 충분히 그럴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정상회담은) 충분히 준비돼야 한다”면서, 외무장관급에서 논의가 성숙한 뒤 정상 간 회동이 가능할 것이고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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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제안에 대한 미국 입장 다음주 나온다…‘시간벌기’ 해석도
이제 국제사회의 시선은 러시아의 제안에 대한 미국의 답변에 쏠린다. 라브로프 장관은 미국측의 서면 답변에 대해 “러시아의 제안에 대한 미국의 답변”이라고 표현했으며, 블링컨 장관은 “우리의 우려와 아이디어를 다음 주에 러시아와 보다 상세하게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의 요구에는 나토의 동진(東進)을 법적으로 구속력 있게 중지하는 것과 구소련에 속해 있던 폴란드나 발트해 국가들에서 나토군을 철수시키는 것 등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앞서 나토 회원국들이 개방정책을 지지해 왔다는 점을 분명히 했으며, 유럽에서 미사일 배치와 군사훈련의 상호 감축을 제안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라브로프 장관은 “동맹을 선택할 자유에 대한 논쟁이 반복됐다”면서 “동맹을 선택할 자유는 다른 국가에 안보에 손상을 입히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성립된다”고 주장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이번 회담을 통해 당장의 군사적 긴장감 완화에는 성공했으나 양측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시간 벌기’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각도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은 동맹국들을 규합하고 비상 옵션을 계획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갖고 러시아는 잠재적인 침략에 앞서 외교적 노력을 다 했다는 명분과 함께 더 많은 병력을 동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이미 지난해 11월 우크라이나와 접경 지역에 10만 대군을 배치했으며, 최근에는 합동 군사 훈련을 이유로 우크라이나의 북쪽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벨라루스에 무기와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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