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마저 불신하는 줄기세포 치료제, 안착 방안은

임상 시험 횟수 적어 효과 입증 불신 자초
상용화 보다 기초 및 원천 연구 집중할 때
  • 등록 2012-04-23 오전 6:00:00

    수정 2012-04-23 오전 6:00:00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4월 23일자 1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정유진 기자] 8년째 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김철수(52·가명)씨는 올해 들어 혼자 볼일을 보고 밥먹는 일조차 힘들어졌다. 김씨는 최근 ‘희귀·난치 질환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임박’이라는 소식을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듣고 있다. 그래서 줄기세포 치료제를 유일한 희망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병원에서는 꾸준한 약물·재활 치료만이 치료법이라고 말한다. 실제 동료 환자 가운데 줄기세포 치료제를 백방으로 구하다가 임상 시험에 참여, 상태가 오히려 나빠진 경우도 있다. 김씨는 과연 줄기세포 치료제가 치료에 도움이 될 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2년 동안 3개의 줄기세포 치료제가 판매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임상 시험 규모가 극히 작은데다 치료 효과마저 과장돼있다는 의견이 분분해 의사들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줄기세포 치료제가 의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급성심근경색 치료제인 ‘하티셀그램-AMI’가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 치료제 허가를 받았다. 올들어 연골재생 치료제 ‘카티스템’과 크론병(만성 염증성 장 질환) 치료제 ‘큐피스템’도 각각 식품의약품안전청의 허가를 얻었다. 치매·척추 손상 등 13개 분야의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임상 시험도 진행중이다.

허가는 늘었지만 임상 횟수가 적어 안전성과 치료 효과를 믿을 수 없다는 현장 의료진의 목소리가 높다. ‘카티스템’의 허가 당시 임상 시험 대상은 43명으로 이 가운데 42명이 유효한 치료 결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큐피스템’ 역시 33명 대상의 임상 시험에서 27명이 치료 효과를 보였다.

김효수 서울대병원 순화기내과 교수는 “식약청이 ‘하티셀그램-AMI’ 등 줄기세포 치료제의 판매 승인을 융통성 있게 해 준 것”이라며 “치료약으로서 효과를 고려한다면 추가 임상 시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전문의는 “1899년 개발된 아스피린의 부작용이 지금까지 보고되고 있다”며 “환자에게 뭘 믿고 줄기세포 치료제에 수천만원의 비용을 감당하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실제 ‘하티셀그램-AMI’으로 심근경색 치료에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1500만원의 비용이 든다.

줄기세포 ‘기술’ 개발 노력보다 ‘상업화’에 치중한 탓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상업화에 치중하다 보니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업체의 홍보에 치중하고, 관련 기업의 주가만 비정상적으로 상승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분석이다.

미국·일본 등 줄기세포 기술 선진국은 기초·원천 기술개발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게 사실이다. 2001~2010년 발표된 줄기세포 관련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논문에서 한국은 7~8위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상위권 국가와 격차도 크다. 미국의 10분의1, 일본의 3분의1 수준에 머물고 있다.

김동욱 연세대 의대 생리학교실 교수는 “줄기세포 치료제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실제 활발한 적용을 위해 연구자와 의사가 함께 임상 시험 과정에 참여해야한다”며 “기초 및 원천 연구에 더욱 집중할 때 비로소 시너지 효과도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보건산업술과장은 이에 대해 “객관적인 치료 효과를 증명하는 논문이나 특허를 내는 것이 줄기세포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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