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럼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가장 흔한 원인은 이석증, 전정신경염 등 우리 몸의 균형을 담당하는 전정기관의 이상이다. 심장질환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대동맥판막협착증 등 판막질환에도 어지럼증이 생긴다. 또 3개월 이상 어지럼이 지속되는데도 각종 검사에서는 뚜렷한 이상이 없다면 ‘지속성 체위-지각 어지럼’을 의심할 수 있다. 다행히 이들 원인에 의한 말초성(기능적) 어지럼은 적절한 약물치료와 비약물적요법을 통해 의미있는 증상 개선이 가능하다.
반대로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되는 어지럼증도 있다. 뇌혈관질환의 전조증상으로 나타나는 어지럼증, 즉 중추성 어지럼증이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 어지럼증이 자주,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뇌졸중의 초기 증상일 수 있다. 이 증상은 뇌혈관이 좁아져 혈액순환에 이상이 있거나 뇌혈관이 파열돼 나타나는 신호다. 실제 뇌졸중 환자의 약 10% 정도가 뇌졸중이 발생하기 전 갑자기 어지럽고 비틀거리는 증상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복시나 편마비, 구음장애 등이 동반된 어지럼증의 경우 비교적 뇌의 이상 신호임을 알아채기 쉽지만, 어지럼증만 단독으로 나타나는 경우에는 자세한 진료과 검사 없이 확인되기 어려울 수 있다.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에서도 지속적인 만성 중추성 어지럼증이 나타날 수 있다. 초기에는 증상이 경미해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드물게는 소뇌 위축이나 운동실조증 등의 초기 단계에서 어지럼증만 단독으로 발병하기도 한다. 운동 장애가 있거나 팔과 다리를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증상과 함께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경우 의심한다.
나승희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뇌병원 신경과 교수는 “중추성 어지럼증도 조기진단을 통해 충분히 질환의 진행 속도를 늦추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 경미한 어지럼증이라도 수 개월간 지속하거나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발생한다면 방치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진료와 검사를 받고 치료계획을 세우는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