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업 보고 샀는데”…개미 뒤통수 때리는 쪼개기 상장

[개미 울리는 물적분할]
분할 발표 이후 주가 하락…개미 인내심은 이미 ‘한계’
“쪼개기 상장, 이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
  • 등록 2022-01-07 오전 12:00:00

    수정 2022-01-07 오전 7:57:00

[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퇴직 후 생계를 위해 시작한 전업투자자입니다. 말이 전업이지 손실이 누적되고 있어 답답합니다…기업의 물적분할을 금지 시켜 주십시오.”

개인투자자의 눈물을 뽑는 물적분할 재상장 관련 청원이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쏟아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주주가치 훼손을 이유로 이른바 ‘쪼개기 상장’을 반대해왔다. 하지만 대기업들의 쪼개기는 줄지 않고 있다. 지난해 SK케미칼(285130)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한국조선해양(009540)현대중공업(329180) 등이 줄지어 물적분할 이후 재상장을 단행했다. 올해는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엔지니어링 등이 상장을 앞두고 있다.

이에 금융시장 전문가 집단과 정치권 등에서도 주주 보호를 위한 관련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개미들의 인내심은 이미 ‘한계’

국내 ‘쪼개기 상장’이 뜨거운 감자가 될 수밖에 없는 데에는 지난해 유독 물적분할 후 재상장이 몰렸기 때문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이후 물적분할을 완료한 회사는 84개사인 가운데 이중 재상장된 3개 자회사 모두 지난해에 상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물적분할 이후 앙꼬없는 찐빵이 된 모회사는 주가 하락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주가하락은 주주에겐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에게는 공매도보다 무서운 게 물적분할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실제로 물적분할을 발표 다음날 7개 기업 중 5개 기업의 주가가 하락했다. 만도(204320)가 -11.17%로 가장 많이 하락했고 그 뒤를 △SK이노베이션(096770)(-8.8%) △한국조선해양(-7.58%) △LG화학(-6.11%) △POSCO(005490)(-4.58%) 등이 이었다. 최근 클라우드 사업을 물적분할하겠다고 발표한 NHN(181710) 역시 발표 다음 거래일 주가가 9.87%나 떨어졌다. 이날은 2.76% 하락하며 무려 4거래일 연속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개인투자자는 물적분할이 사전에 인지하지 않는 이상 피할 수 없는 악재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한 청원인은 “물적분할을 통해 기업은 더욱 이익을 얻고 손실은 개인과 국민연금 등 투자자가 떠안는 구조”라고 울분을 토했다.

관련 주가 폭락 외에도 모회사 주주가 배제된 채 일반공모를 통해 상장한다는 것도 문제다. 이관희 서울대 교수는 “대주주의 경우 쪼개기 상장을 활용해 지배력과 이익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반면, 소액주주는 일방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최대주주의 경우 주가가 오르건 말건 관심이 없다”며 “지주사의 경우 자기 의결권 지배력이 중요하지 기업가치 자체에 대한 니즈가 적다. 여기서 개인주주와 니즈가 극명하게 갈린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물적분할, 이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

국내 증시의 뜨거운 감자로 자회사 물적분할 후 재상장 리스크가 부각되다 보니 자연스레 코리아 디스카운팅으로 이어진다는 전문가 지적도 나온다.

이상헌 연구원은 “지주사건 아니건 초기 사업부를 분할시키는 게 아니라 이미 커진 사업부를 상장시키는 게 구주주 지분가치 희석을 야기한다”면서 “상장시키는 자회사가 좋으면 상장 자회사를 사지 누가 모회사를 사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같은 디스카운트 요인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분할 시 신주인수권을 구주주에게 준다든지 혹은 동시상장을 막는 제도가 제안되는 상황”이라면서 “투자자들의 인식이 높아진 만큼 제도 개선을 통해 경영진과 소액주주 니즈의 간극을 좁힐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이제 대주주와 소액주주가 같은 방향을 보는지 치열하게 검증해야 한다”면서 “차기 행정부에서는 상법개정을 적극적인 논의의 장으로 끌고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정책적 보완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많은 전문가들이 우리 주식시장이 여타 선진국에 비해 저평가 받고 있다”면서 “핵심 사업부를 떼어낸 후 발생하는 지주사 디스카운트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물적분할 후 모자회사 동시상장으로부터 피해받는 소액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진일보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상황에 금융 당국은 제도 개선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구체적 방향이나 가이드가 제시되기 까지는 시간이 거릴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 보호 필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동시 상장 자체를 제한하는 방안에서는 불가하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송영훈 한국거래소 상무는 “물적분할 및 자회사 상장 등 의사 결정 추진과정에서 소액주주 이익이 보호되도록 법적·실질적 개선방안을 검토·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모자회사 동시상장을 글로벌 선진시장에서 모두 허용하는 상황에서 우리 시장에서만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