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골프 오너의 눈물

  • 등록 2015-10-08 오전 1:00:51

    수정 2015-10-08 오전 1:00:51

폭스바겐 골프. 폭스바겐코리아 제공.
[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나는 폭스바겐 골프 오너다. 1년 반 남짓 타던 내 애마는 지금 2주째 주차장에서 놀고 있다. 지난달 말 폭스바겐의 디젤차 배출가스 조작사태가 알려진 후 차를 타고 나가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보는 듯해서 운전대에 앉기가 싫어졌다.

국내에서 특정 차급(해치백) 판매량 1위를 한 첫 수입차, 18.9㎞/ℓ의 훌륭한 연비, 환경개선부담금도 내지 않는 클린디젤차. 3000만원대의 실속있는 수입차. 차를 구입할 당시만해도 이러한 갖가지 수식어가 달렸던 차인데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생각해보면 배출가스 조작 사건이 터지기 전에도 그냥 넘어가기에는 찜찜한 일들이 있었다. 차를 산 시기는 2014년 2월 7세대 골프가 국내에 갓 출시됐을때다. 유로화는 계속 하락했고 한·유럽 FTA(자유무역협정)으로 인해 관세가 완전히 없어져 차값이 떨어질거라고 언론에서 연일 보도됐다.

하지만 눈여겨보던 골프는 2014년 새해들어 차값이 40만원(1.6 TDI블루모션) 올랐다. 스펙 변동은 없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본사의 정책’이라고만 해명했다. 그래도 당시에 골프는 계약하면 3개월은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신차라고 해서 할인율도 거의 없었다. 그렇게 비싸진 골프를 구입했다.

골프는 계속해서 인기를 끌더니만 2014년에 해치백 차종 판매 1위에 올랐다. 수입차 점유율은 15%를 넘겼고 독일차가 70%, 디젤이 70%를 차지했다. 내 차는 그야말로 2014년에 가장 ‘트렌디한 차’였다. 40만원의 섭섭함이 잊혀질때쯤 폭스바겐코리아는 올해 초에도 차값을 70만원 올렸다. 이번에도 이유는 ‘본사 가격 정책’. ‘비싸야 좋은 차’라는 수입차의 고가 전략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은 때다.

올해 9월부터 배출가스 기준이 강화된 유로6 환경기준이 적용됐지만 가격을 올린 골프는 유로6가 아닌 유로5 모델이었다. 올해 상반기 국산차들은 순차적으로 디젤차의 엔진을 유로6 기준으로 변경했다. 유예기간이 11월까지지만 메르세데스-벤츠나 BMW도 인기 차종을 중심으로 유로6 모델 교체가 이뤄졌다.

폭스바겐의 행보는 달랐다. 유로6를 들여오는 대신 유로5 모델을 공격적으로 팔아댔다. 지난 3월부터 시작된 무이자할부는 수개월째 이어졌다. 두자릿수 할인을 받았다는 구매담이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차를 산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프로모션이 계속되면 중고차값이 떨어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슬슬 폭스바겐에 배신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연비만큼은 만족했다. 도심주행은 워낙 정차 시간이 많아 공인연비 그대로 나오지 않지만 고속도로 주행에서 20㎞/ℓ를 넘기는 계기판을 볼때마다 흡족했다. 그런데 지난 7월에는 어이없는 뻥연비 파문이 터졌다.폭스바겐코리아가 에너지관리공단 홈페이지에 골프 1.6 TDI 블루모션의 연비를 18.9㎞/ℓ에서 16.1㎞/ℓ로 낮춰 등록한 것이 화근이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스스로 뻥연비를 인정하기도 했다. 나중에야 사양이 다른 모델의 연비였다는 설명이 나왔다. 일종의 해프닝이지만 고연비의 대명사격이었던 골프의 이미지는 나빠졌고 회사측 대응은 실망감을 안겨줄 정도로 소극적이었다.

두달 남짓 지나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이 터졌다. 독일차를 믿었던 마음이 이제는 완전히 배신감으로 돌아섰다. 연일 계속되는 사건의 진행을 뉴스로 접하고, 소송단이 꾸려졌다는 말에 참여해야하는지 고민이 돼 틈틈히 동호회 카페의 글을 들여다보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사태가 발생한지 20여일만인 7일에야 공식적인 사과를 했다. 리콜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리콜 안내장을 받으면 나는 과연 리콜 수리를 받을까. 결정이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리콜하면 차의 연비와 성능이 낮아질 것이라고 한다.

환경을 생각하면 리콜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본전 생각이 난다. 이번 배출가스 사태로 중고차값은 이미 2~5% 정도 떨어졌다. 앞으로 환경부의 검사 발표와 리콜, 소송 등이 남아있다. 폭스바겐은 주력 차종은 11월 이후에 팔 수 없는 유로5 모델이며 재고는 수천대에 달한다. 또 한차례 폭풍 할인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중고차값은 더 떨어질 것이다. 차값은 떨어졌는데 연비와 성능까지 나빠지는 리콜을 꼭 해야할 지 고민이다. (이 기사는 취재내용을 바탕으로 1인칭 시점으로 작성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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