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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정권 땐 현안마다 1:1 회담 주장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여야정협의체 개최와 5당 대표 회동으로 막힌 정국의 물꼬를 틀 수 있기를 바란다. 여야정협의체부터 조속히 개최하길 기대한다”며 “야당이 동의한다면 여야정협의체에서 의제 제한 없이 시급한 민생 현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자유한국당이 요구하는 원내교섭단체 3당 간 여야정협의체와 황교안 대표와의 1:1 회담에 대해서 선을 그은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 회동, 여야정협의체를 5당과 함께하는 것에 대한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 역시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5당 대표 회동을 통해 논의하고 더 필요하다고 하면 원하는 당 대표와 1:1 회동도 할 수 있다”며 ‘선(先) 5당 영수회담·후(後) 한국당과 1:1 회동’ 기조를 이어갔다.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2014년 7월 “제1야당이 새롭게 출범했고 신임 당 대표가 새롭게 선출이 됐다면 청와대에서 영수회담을 요청하고 초청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박근혜 전(前) 대통령에게 영수회담 수용을 촉구했다.
실제로 민주당은 보수 정권 시절 주요 현안이 생길 때마다 관례처럼 1:1 영수회담을 주장해왔다. 가장 최근에는 탄핵 국면이던 2016년 11월 추미애 당시 대표가 의견 수렴 없이 박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제안했다가 당 내외 비판에 직면해 이를 철회하기도 했다.
2013년, 靑 5자 회동 제안에는 격앙 반응
특히 민주당은 지난 2013년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국정조사 증인 채택을 둘러싼 이견으로 장외투쟁을 벌이면서는 당 대표와 영수회담을 청와대가 거부하자 강력 반발했다. 현재 공직선거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에 반발해 장외투쟁을 하면서 1:1 영수회담을 요구하고 있는 황교안 대표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2013년 김한길 대표가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요구했는데, 우리당 원내대표와 새누리당 대표·원내대표까지 포함하는 5자 회동을 청와대에서 역제안하자 ‘2인분을 시켰는데 5인분을 가지고 나왔다’면서 격앙된 반응이 나왔었다”며 “우리가 정권을 잡은 뒤 입장이 바뀐 건 맞다”고 했다.
한국당은 결국 문 대통령이 구색 맞추기를 위한 대화를 고집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한국당 핵심관계자는 “5당 회동을 고집하는 건 대화할 태세가 안 돼 있고 의지도 없는 것”이라며 “1:1 영수회담은 청와대에서 전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데 그런 진정성을 안 보이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일단 황교안 대표가 1:1로 회동을 하자고 하면 1:1로 하는 게 맞다”며 “5당 회동은 기준도 없다. 원내교섭단체를 기준으로 하면 3당이 하는 것이고, 의석수를 가진 정당은 모두 들어오라고 하면 민중당이나 대한애국당도 불러야 한다”고 꼬집었다. 신 교수는 “기준도 없이 5당 회동을 주장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야당의 정의라는 건 권력을 가진 여당을 견제하는 건데 범여권이라는 건 야당이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