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사회]130원 오른 최저임금, 공익위원이 대표하는 '공익'이란

최저임금위원회, 정부 추천 공익위원들이 결정적 역할
노동자위원보다 사용자위원 안에 편중된 중재안
문재인 정부 평균 인상률, 지난해·올해 급락으로 이전 정부와 비슷
  • 등록 2020-07-19 오전 12:30:00

    수정 2020-07-20 오후 6:05:52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법과사회]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존재하는 법이 때로는 갈등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법과 사회’에서는 사회적 갈등, 논쟁과 관련된 법을 다룹니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1.5% 오른 872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1987년 최저임금위원회가 생긴 이래 역대 최저인상률을 기록하게 됐습니다.
14일 새벽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열린 제9차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2021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기준 8720원으로 최종 의결됐다. 사진=뉴시스


정부 측 공익위원, 최저임금 사실상 결정

최저임금법 제14조는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위원회 구성에 대한 사항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조항에 따라 최임위에는 ‘근로자를 대표하는 위원’, ‘사용자를 대표하는 위원’, ‘공익을 대표하는 위원’이 각 9명씩 배치됩니다.

노동자 단체와 사용자 단체 추천으로 각각 위촉되는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대척점에 있는 의견을 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정부가 추천하는 공익위원들의 안이 최종안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때문에 최임위에서는 사용자위원의 인색한 제안과 공익위원의 소극적 태도에 질색한 노동자위원들이 집단사퇴하고, 공익위원이 사용자위원 안에 가깝게 제시한 안을 표결해 결정하는 일이 반복돼 왔습니다.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두해 대폭 인상된 것이 이례적인 사례였을 뿐입니다.

최저임금 인상 어려운 최저임금위원회 구조

사실 위원회를 구성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구조는 다른 해외 국가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특히 유럽 지역의 주요 산업국가에서는 최저임금 수준을 평균임금의 50% 정도로 설정해 별도의 논의 없이 최저임금이 유지되도록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노동자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최저임금 수준을 해마다 바뀌는 ‘사회적 평균’에 연동시키는 것은 어찌 보면 대단히 합리적입니다.

반면 한국의 최임위는 노동자 조직화가 미약해 노동자단체 목소리가 낮은 상황에서 공익위원들마저 사측에 편중된 의견을 제시한 전례가 많아 최저임금 인상이 쉽지 않은 구조로 돼 있습니다.

공익위원은 3급 이상 공무원, 노동경제, 노사관계 부교수 이상 직위의 학자, 연구기관 박사 연구원 등이 추천되는데 그동안 위촉된 70여명의 공익위원 절반 이상이 교수였고 대부분 전문분야가 경제학, 경영학에 치우쳐져 있습니다.

올해 공익위원의 발언을 봐도 이들이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소득중심 성장론에 부합하는 인물들인지 의심스럽습니다. 공익위원 간사를 맡은 한 교수(경영학부)는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노골적으로 “최저임금은 어느 정도 우리가 사회적으로 감내할 수 있는 수준까지는 인상이 됐다”고 주장합니다.

대한민국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저임금 노동자(중위 임금의 3분의2 미만 임금을 받는 노동자) 비율이 가장 높은 수준인 대표적인 임금 불평등 국가입니다. 공익위원의 이같은 인식이 ‘정부 측 공익위원’의 것임을 믿기 어려운 정도입니다.
1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열린 최저임금 인상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공익위원들에게 의미하는 공익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률은 첫해 16.4%에서 이후 10.9%, 2.9%, 1.5%로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습니다. 그 결과 현 정부 집권 기간 동안 평균 인상률은 7%대로 이전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와 크게 다르지 않게 됐습니다. 올해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론은 그 구호와 달리 실질 면에서 해마다 퇴색되는 인상입니다.

대한민국 5100만 인구 가운데 경제활동을 하는 인구는 2500만명, 이 가운데 타인의 사업장에 고용돼 임금을 받는 임금노동자는 2000만명 정도로 추정됩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정한 공익위원들이 대표하는 공익은 경제활동 종사자 태반에 이르는 이들이 아니라 기업을 운영하는 사용자들에게 기울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같은 역할의 정당성에 대한 시비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최소한 이들이 ‘공익위원’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지는 의심스러운 셈입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그림 같은 티샷
  • 홈런 신기록 달성
  • 꼼짝 마
  • 돌발 상황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