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인터뷰]"부자는 현명한 '아내'가 만든다"

  • 등록 2014-04-17 오전 6:00:00

    수정 2014-04-17 오전 6:00:00

▲오승택 NH농협은행 안양시지부 계장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그를 만난 건 밤 9시반이 넘어서였다. 밤늦게 끝나는 그의 대학원 수업에 맞춰야했기 때문이다. 입사 8년차인 오승택(사진, 35) NH농협은행 안양시지부 계장은 매주 이틀간 퇴근 후 서울로 올라와 금융공학MBA 수업을 듣는다. 박사 학위까지 따는 게 그의 최종 목표다.

아직 신혼인 오 계장은 최근 강남 아파트 한 채를 분양받았다. 매달 75만원씩 월세가 들어오는 아파트가 두 채다. 얼핏 보기에 그는 ‘꽤 잘 나가는’ 은행원처럼 보인다.

그는 수도권 소재 2년제 전문대학 출신이다. 고졸 공채로 들어온 탓에 한 달 월급도 대졸 공채보다 낮다. 부모님 덕을 본 것도 아니다.

오 계장이 대학에 입학하던 해, 세대차로 매일 다퉜던 부모님은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매달 50만원은 지금도 혼자 사는 어머니의 용돈으로 나간다. 그는 “예전엔 웃음이 별로 없었다”며 “지난 10년은 남들처럼 살기 위한 발버둥이었다”고 말했다.

부끄러운 은행원..“본인 계좌 잔고는 0원”

평범한 듯하면서도 비범한 오 계장은 ‘짠돌리 카페’ 재테크 수기를 모은 ‘돈이 모이는 생활의 법칙’ 책의 첫번째 주인공이다. 그는 글을 통해 신용카드를 끊고 본격적인 재테크를 시작한 숨은 이야기를 공개했다.

“모든 소비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자신이 왜 이 돈을 쓰고 있는지 스스로 성찰하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어릴 적부터 부모님의 잦은 다툼으로 우울한 청소년기를 보냈던 그는 스스로에 대한 보상심리가 가장 컸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고생을 하며 살았으니 “이 정도는 써도 된다”며 ‘억지 합리화’를 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항상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밥을 먹고 데이트를 했다. 백화점 세일 쿠폰이 날아올 때면 어김없이 필요 이상으로 카드를 긁었다. 월급보다 카드값이 더 많을 때가 허다했다.

3년동안 직장 생활을 했지만 통장잔고는 항상 ‘0원’이었다. 고객들에겐 매일 각종 금융상품을 팔면서 정작 본인의 재테크는 빵점이었던 셈이다. 특히 나이 어린 후배가 매달 50만원씩 적금을 붓는 것을 보고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을 받았다.

백화점의 상술에서 나를 지키는 ‘소비 자아’

오 계장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름대로는 재테크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신용카드도 혜택 별로 나눠 썼고 명품을 산 것도 아니었다. 특별히 과소비를 하거나 사치를 한 적이 아니라는 얘기다.

“월급은 250만원 정도인데, 카드값으로 250만원 정도가 나갔어요. 대부분이 할부였죠. 빚이 빚을 낳는 구조적 함정에 빠져 있었던 거에요.”

그는 당시의 소비 패턴에 대해 ‘세상에 나를 맞추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회상했다. 내가 소비의 중심에 있지 않고 세상의 시선에 무게 중심이 있었기에 본인의 능력 범위를 벗어났다.

이때부터 그는 확고한 ‘소비 자아’ 확립에 나섰다. ‘소비 자아’ 확립이란 외부 변수가 아닌 오롯이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만 소비를 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세일 때면 백화점에 갔어요. 물건을 더 싸게 사기 위해서였지만 정작 더 많은 소비를 했죠. 요즘에는 아무리 세일을 해도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사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말 필요한 물건이면 세일이 아니라도 삽니다.”

요즘 그의 한 달 카드값은 120만원 정도다. 이중 80%는 체크카드다. 과소비를 막기 위해 체크카드 최고 결제액을 3만원으로 정해놨다. 3만원을 넘어가면 신용카드로 전환된다.

물론 그도 소비 욕구가 되살아 날 때가 있다. 최근들어 11년 된 중고차를 새 차로 바꾸고 싶어졌다. 하지만 아내가 그를 말렸다. 주택담보대출 이자도 갚아야 하는데 조금만 참자고 했다.

오 계장은 “조용히 타이르는 아내의 말을 듣기로 했다”며 “가끔씩 충동 구매 욕구를 느끼지만 옆에서 제어해주는 아내가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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