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냉장고 바지 입어 보셨나요?” 일명 동네 아주머니들이 즐겨 입는 헐렁한 ‘몸배 바지’를 떠올렸다면 곤란하다. 입으면 시원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냉장고 바지’가 남녀노소 불문하고 올해도 유행이다. 한 번 입으면 그 시원함과 편안함에 매료돼 자꾸만 입게 된다는 이 옷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휴가 때 착용해 화제를 끈 바 있다.
| 제일모직의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가 내놓은 일명 ‘냉장고 바지’다. 이 제품은 지난해 완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인기리에 팔리면서 품절을 예고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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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업계에 따르면 더운 여름철을 맞아 ‘냉장고 바지’ ‘냉장고 티셔츠’ ‘냉장고 속옷’ 등 시원한 소재 의류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인견·린넨·폴리에스테르 등의 소재로 만든 이 옷은 가볍고 바람이 잘 통할 뿐 아니라 구김이 적고, 품이 여유로워 체형을 가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통상적으로 몸의 온도를 1~2도 낮춰줘 여름 필수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제일모직의 제조·직매형의류(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폴리에스테르와 레이온 소재의 ‘냉장고 바지’ 생산량을 지난해 대비 50% 이상 늘렸다. 이송이 에잇세컨즈 과장은 “작년보다 물량을 크게 늘렸음에도 지금까지 판매율이 70%를 넘을 정도로 인기다”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완판(완전판매)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명동·광화문·강남 등 서울은 물론 부산 도심을 가면 냉장고바지를 입고 있는 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명동 한 의류 매장에서 만난 회사원 황연주씨(여35)는 자칭 ‘냉장고바지’ 예찬론자라고 소개했다. 황씨는 “처음엔 홈쇼핑에서 나와 가격도 저렴하고 호기심에 구입했는데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 딱”이라며 “냉장고 냉기처럼 시원해 즐겨 입는다”고 말했다.
| 지난해 당시 미국 CNN 홈페이지에서 소개된 ‘냉장고 바지’ 내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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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쇼핑몰 옥션에서도 올 1월부터 6월까지 냉장고 바지 1만2000여장이 팔려나가 상반기 히트상품 16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엔 남성복과 아동복으로까지 확대되는 모양새다. 또 바지뿐 아니라 티셔츠, 원피스, 속옷 등으로 제품군도 넓어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 CNN에서도 ‘한국의 냉장고 바지’를 보도한 바 있다. CNN은 “최근 한국은 ‘쿨링’에 맞춘 패션 아이템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수 침체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의류 업계 내 ‘냉장고 바지’가 효자 상품으로 등극했다”며 “가격대도 1만원 이하부터 5만~6만원 선으로 저렴할 뿐 아니라 디자인과 색상도 다양해 전 연령대에게 고루 잘 팔린다”고 설명했다.
| 지난해 휴가 당시 박근혜 대통령 페이스북에 올라온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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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일모직 에잇세컨즈 ‘냉장고 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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