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차기대표 경선, ‘눈치작전’ 모락모락

[이데일리 김경원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 N빌딩.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2명이 최근 이곳 6층과 9층에 각각 사무실을 마련했다. 내년 2월8일 실시 예정인 전당대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이들의 시계는 12월 중순에 맞춰져 있다. 문재인 의원의 출마선언 여부에 따라 입장을 밝힐 방침이기 때문이다.

23일 새정치연합에 따르면, 내년 1월 7일까지 전당대회 경선 등록을 마감할 예정이다. 전당대회준비위(전준위)는 이에 앞서 12월 초순 전대 룰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대 룰은 기존 방식에서 크게 변하지 않을 전망이다.

현행 규정상 당 대표는 4명 이상, 최고위원은 8명 이상 출마할 경우 예비경선을 하고 본경선 인원은 전준위에서 결정하도록 돼 있다. 예를 들어 당 대표에 4명이 도전했다면 예비경선을 통해 전준위에서 결정한 인원으로 추린 후 본선을 치르게 된다.

전대 룰이 최종 결론나면 문 의원은 당 대표 출마여부를 결정, 비대위원직 사퇴여부를 밝힐 계획이다. 그는 출마 시 비대위원직을 내려놓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새정치연합 내 당권에 도전할 인물로 거론되는 10여명 의원들의 입장표명은 이때부터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당 대표 도전에는 문 의원을 비롯해 박지원·정세균 비대위원의 ‘빅3’와 함께 김동철·김영환·박주선·전병헌·추미애 의원 등이 활동 중이다. 여기에 김부겸 전 의원과 이인영·조경태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4선의 김영환 의원은 벌써부터 전대 준비에 나섰다. 비대위를 향해 ‘쌍문동 체제’(문희상·문재인 의원)라고 비판한 김 의원은 “당권주자가 3명으로 가시화돼 예선전을 치룬 듯한 인상을 보인다”고 했다. 김 의원은 12월 중순쯤 출마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최고위원을 역임한 추미애 의원과 원내대표를 맡았던 전병헌 의원도 당권 도전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이들은 문 의원 등 ‘빅3’와 충돌을 피하면서 꾸준히 세력 확대를 꾀하는 중이다.

물밑에서 경쟁하는 후보들과는 달리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장인 김동철 의원은 지난 21일 “계파의 대립구도를 방치한 것은 지도부의 무능한 리더십 때문”이라며 “정치생명을 걸고 당 대표직에 도전하겠다”고 밝히며, 일찌감치 당권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김 의원은 출마선언과 함께 ‘빅3’를 겨냥했다. 그는 문 의원을 향해 “선거 패배 책임으로 정계은퇴까지는 아니더라도 2선으로 후퇴하는 게 정치·도의적 자세”라고 했고, 박 의원에게는 “문화관광부 장관, 원내대표 2번, 비대위원장까지 지내셨으니 존경받는 원로로 남으시라”고 말했다. 정 의원에게도 “비대위원 직의 위상과 권한을 유지한 채 당 지도부 선거에 나서겠다는 발상은 부도덕하다”고 따졌다.

사실 당권 출마 후보자들은 한목소리를 ‘계파 청산’을 외치고 있다. 당내 최대 지분으로 알려진 친노(친노무현)계의 수장인 문 의원도 이에 동의한다. 그는 “당이 계파 갈등으로 지새우는 모습을 불식시키는 게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정치권은 새정치연합 당권 도전에 나설 예비후보들이 문 의원의 눈치를 보고 있는 가운데, 과연 계파 간 갈등을 청산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