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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의 조직 비호 의혹부터 성추행 사건 판결로 비롯된 불공정한 양형 논란까지, 이어지는 각종 의혹에 대한민국 사법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는 크게 추락하는 모양새다. 사법부의 이같은 행태에 시민들은 법관 선출제와 같은 다양한 개혁 방안도 제시하고 있다.
사법부 잇따른 영장기각, ‘셀프’ 면죄부?
이번 주 공개된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의 법원 행태는 충격적이었다. 사건에 연루된 전직 법관이 퇴직 후 기밀자료를 불법 반출한 혐의를 받은 것은 물론, 법원은 이들에 대해 청구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잇따라 기각했다. 특히 법원이 심리를 사흘이나 끌며 영장을 기각한 끝에 전직 대법원 연구관이 해당 자료를 모두 파기하는 믿기 힘든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 주 국회에서 진행된 신임 헌법재판관, 헌법재판소장 청문회에서도 해당 문제가 화두가 됐다. 그러나 김기영 재판관 후보자,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모두 관련 질의에 “해당 판사가 잘 판결했을 것”이라는 답변만을 내놨다. 이들은 통계적 특이성을 인정하면서도 ‘내 판결이 아니니 말을 못하겠다’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청문회에서 사법개혁 의제는 현역 국회의원들의 말다툼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여상규 자유한국당 의원과 회의 도중 거친 말을 주고받았다. 판사 출신인 여 의원이 사법개혁에 대한 질의를 제지하는 행동을 취했기 때문이다. 여 의원은 공연히 질문을 막아 사법부의 ‘제식구 감싸기’ 의혹에 불을 붙였다.
“제멋대로 형량”, 형사재판 논란
아내의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크게 논란이 된 한 남성의 성추행 사건 재판에 대한 의혹도 한 주 내내 이어졌다.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이 남성은 재판에 증거로 제출된 CCTV영상에서 추행 행동이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1심에서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특히 공개된 판결문에서 판사가 피해자 진술에 크게 의존한 것이 뚜렷해 논란이 확산됐다. 법원 측이 뒤늦게 피의자가 범행을 끝까지 부인했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했다고 밝히면서 비난이 폭발했다. 현행 형법상 양형 기준에 맞는지 의심스러운 의견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같은 판사가 이전에 내린 판결과의 일관성도 없다는 것이 밝혀져, 해당 판사를 징계하라는 청와대 청원이 등록되기도 했다.
“법관도 직접 뽑자”
방법이 어찌됐든,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부의 전횡을 내부 자정으로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 국민들의 공통된 인식으로 보인다. 판사가 ‘법 감정과 판결 사이의 괴리’ 운운하면 문제가 적당히 무마되던 시대는 지난 것이다.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 이후 수립된 현 정부 한국 사회 구성원의 요구와 기대는 그 이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사법부의 공정성에 대한 질문이 날이 갈수록 격렬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