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들썩’의 중심에 선 이는 영국작가 데이비드 호크니(82). ‘세계서 가장 비싼’이란 타이틀을 가진 그다. 그 기록도 불과 몇 달 전인 지난해 11월 세운 따끈한 것이니. 1972년에 그린 ‘예술가의 초상’ 혹은 ‘수영장의 두 사람’이라 불리는 작품이 미국 뉴욕 크리스티경매에서 9030만달러(약 1019억 6000만원)에 덜컥 팔린 것이다. ‘생존작가 중 최고가’를 다시 쓴 순간이었다. 이전까지 기록은 2013년 같은 경매서 5840만달러(약 658억 6000만원)에 팔린 미국작가 제프 쿤스의 조형물 ‘풍선 개’가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분위기가 어땠겠나. 5년 만에 깬 기록도 특별한데 3000만달러 이상 경매가를 높여놨으니.
이 자체로 말이다. 1등 좋아하는 한국인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단 소리다. 왜 아니겠나. 한국에선 생존작가는커녕 타계한 작가까지 모두 포함해도 1000억원은 커녕 100억원대 근처도 가질 못했으니까. 개막 이후 사흘간 1만 명이 봤다는 얘기가 돌고, 이런 정보도 숱하게 떠다닌다. ‘데이비드 호크니 전 싸게 보는 방법.’
돈이 작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천만에. 돈이 한다. 그림 한 점에 1019억원이란 정보가 빠졌다면 이 작가를 설명할 대형변수 하나가 사라진다. 그게 아니라면 그저 개인의 취향이 돼버릴 거고, 그게 아니라면 전시장 입장료 역시 덩달아 비싸지지 못했을 거고.
걸리적거리는 부분은 더 있다. 화가와 병행해 사진작가로도 소개할 만큼 호크니는 한때 포토콜라주에 몰두했더랬다. 그런데 ‘회고전 규모’란 홍보가 무색하게 전시에는 1980∼90년대의 그 지점이 빠져 있는 거다. 여기에 마치 한국 단독전처럼 띄웠지만 결국 이후 베이징·함부르크로 향할 순회전이었다든가, 호크니의 작품을 가장 많이 가졌다지만 테이트미술관 한 곳의 소장품을 집중적으로 옮겨놨다는 것까지, 섭섭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글쎄. 이제 열흘 남짓한 분위기로 서울시립미술관 역시 ‘모처럼의 성공’에 한껏 들떠 있을지 모르겠다. 호크니나 전시기획을 폄하할 작정이겠나. 다만 그 안에선 무엇을 두고 성공이라고 말할 건지. 오로지 다녀간 관람객 수만이 그 잣대가 된다면 정말 곤란하지 않겠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