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금공·산은 주도…지속가능채권 시장 7조원 육박했다

ESG 원화채 발행 1년…총 6.7兆 추산
산은·수은·주금공 등이 초기시장 조성
친환경·포용 성장 흐름에 해외는 '붐'
다만 민간 금융권은 아직 발행 소극적
  • 등록 2019-05-17 오전 5:55:00

    수정 2019-05-17 오전 6:38:31

[그래픽=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국내 채권시장에 원화로 발행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채권 규모가 7조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5월 KDB산업은행이 처음 3000억원 규모의 채권을 내놓은 이후 불과 1년 만에 확 커진 것이다.

원화로 된 ESG채권 시장은 걸음마 단계다. 산은을 비롯해 주택금융공사, 한국수출입은행 등 금융공공기관이 전체의 90% 비중을 차지하며 시장을 주도하는 상황이다. 원화채 지속가능채권 출범 후 1년은 사실상 정부의 시장 조성기였던 셈이다. 추후 국내외 친환경·포용적 성장 바람을 타고 관련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큰 가운데 금융사를 비롯한 민간 기업들이 적극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SG 원화채 발행 1년…총 6.7兆 추산

16일 이데일리가 최근 1년간 국내 각 기관의 ESG 원화채 발행 내용을 집계해보니, 총 6조7052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산은이 지난해 5월 국내 최초의 원화 녹색채권(3000억원)을 찍은 이후 1년 만에 7조원 가까운 시장으로 커진 것이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한다. 이를테면 녹색채권(그린본드)은 신재생 에너지 등 친환경사업에 자금 사용이 제한된다. 사회적채권(소셜본드)을 통해 조달한 돈의 사용 목적은 고용 확대, 중소기업 육성 등이다. 지속가능채권은 녹색채권과 사회적채권을 합친 것이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ESG채권은 국제 인증과 사후 관리 등 발행 기업 입장에서 비용이 들 수밖에 없다”며 “해외는 채권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ESG까지 고려해 금리를 낮게 산정하며 발행 기업의 비용을 나누지만 국내는 아직 (채권 신용등급 평가시) 비재무적인 요인까지 고려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해외는 유엔(UN) 등을 중심으로 사회적책임 트렌드가 확산되는 기류다. 기후 변화에 따라 자연재해가 증가하고 환경·지배구조에 대한 규제가 강화하는데 따른 것이다. ESG채권만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기관이 있을 정도다. 송 실장은 “앞으로 기업도 친환경·사회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해외처럼) ESG채권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갈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도 했다.

산은·수은·주금공 등 초기 시장 조성

상황이 이렇다보니 초기 시장은 주로 금융공공기관에서 조성하고 있다. 국책기관 특성상 정부 정책을 보좌해야 한다는 측면이 없지 않다. 산은은 지난해 5월과 10월 각각 3000억원씩 녹색채권과 사회적채권을 찍었다. 국내에 처음 ESG 원화채를 들여온 게 산은이다. 이번달에는 4000억원 규모의 지속가능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산은 자금부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금리 메리트가 없어 오히려 비용이 더 드는 구조”라면서도 “포용적 금융 흐름상 다른 기관들도 발행을 준비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산은은 최근 발행 때도 국제자본시장협회(ICMA)가 제정한 가이드라인에 부합한 내부 관리체계를 구축했고, 외부의 삼정회계법인으로부터 사전 검증보고서도 받았다. 추후 자금 사용 내역과 환경·사회 개선 기여도 등도 공개해야 한다. 이 모든 게 비용이다. 그럼에도 전세계 투자업계의 주류 중 하나로 자리 잡은 ESG가 정부 정책에도 반영되자, 초기 시장 조성을 주도하고 나선 것이다.

수은도 지난해 12월 지속가능채권을 내놓았다. IBK기업은행 역시 올해 2월(3000억원 규모)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금융공공기관을 제외하면 한국남부발전(지난해 9월 1000억원)이 유일하다.

시장 조성에 앞장서는 또다른 기관은 주금공이다. 주금공은 올해 3월 이후 모든 주택저당증권(MBS)을 사회적채권 형태로 발행하겠다고 공언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0일 8213억원어치를 찍었다. 올해 누적 규모만 4조1552억원이다. 주금공 유동화증권부 한 관계자는 “주로 연기금이나 시중은행, 생명보험사 등 기관투자자들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소셜 MBS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한 인사는 “주금공이 초기 원화채 시장을 사실상 만들고 있다고 보면 된다”며 “올해 예정된 규모만 20조원이 넘는 만큼 시장이 비약적으로 커질 수 있다”고 했다.

민간 시중은행은 아직 발행에 소극적

다만 민간 금융권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원화채 시장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은 데다 비용이 많이 드는 구조인 탓이다. 은행권에서는 신한은행(지난해 8월 2000억원)과 우리은행(올해 2월 2000억원) 정도다.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은 실적이 없다. 이외에 우리카드와 현대캐피탈이 지난달 각각 1000억원, 3000억원어치 채권을 발행했다. 전체 규모 중 민간 비중은 12%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시대가 바뀌는 만큼 재무적 요소 외에 비재무적 요소가 주요한 성과 평가 잣대임을 알고 있다”면서도 “ESG 원화채 시장이 성숙하려면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원화채 시장 조성 1년간 주요 투자자는 국내 금융사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직접 발행에 나서기는 꺼려하는 분위기가 있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몇 년 후면 국내에도 전문 투자자가 생길 것으로 예상돼 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인 발행 계획은 없다”고 했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채권팀장은 “최근 기후변화 대응이 국제회의의 핵심 의제로 채택되면서 ESG채권도 선택이 아닌 트렌드로 변화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에서도 더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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