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갤러리] 무한증식하는 추상…천광엽 '옴니 no.11'

2021년 작
무수히 박힌 점 테마로 빚은 단색화
시트지에 타공한 점 뽑아 캔버스에
물감 바르고 말리고 가는 과정 반복
세포분열인 듯 미묘한 파동 끌어내
  • 등록 2021-08-31 오전 3:20:00

    수정 2021-08-31 오전 3:20:00

천광엽 ‘옴니 no.11’(사진=데이트갤러리)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붉은’ 판에 홀리듯 다가서면 뜻밖의 장면과 만난다. 푸른 바닥 위에 수없이 찍힌 빨간 점과 점이 마치 세포분열하듯 무한증식하는 세상을 목도하는 건데. 축제를 즐기는 군무랄까, 생존을 위한 꿈틀거림이랄까.

단순하지만 단순하지 않은 이 모노크롬의 화면은 작가 천광엽(63)이 ‘빚은’ 것이다. 작가는 점을 테마로 추상작업을 해온 대표적 단색화가다. 군집을 이룬 점들의 미세한 흔들림, 미묘한 파동을 잡아내는 독특한 화풍을 이어왔다. 이 작업을 위해 끌어들인 개념이 ‘옴니’(omni)다. 라틴어에서 따왔다는 이 말은 ‘전체’ ‘모든’이란 뜻을 가졌는데, 작가의 ‘옴니’는 한발 더 나아간다. ‘모든 것을 포함하고, 아무것도 지향하지 않는다’는 거다.

기법도 일반적이지 않다. ‘옴니 no.11’(2021)에 쿡쿡 찍은 저 점들이 붓 작업이 아니라니. 컴퓨터프로그래밍으로 디자인하고 플라스틱 시트지에서 타공한 거라는데, 그렇게 뽑은 점을 캔버스에 붙이고, 물감·안료를 바르고 말리고 갈아내는 과정을 무수히 반복한다고 했다. “무한한 추상성을 경애한다”는 그림. 정신을 내다본다는 그것도 결국 지난한 노동이었다.

10월 8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 데이트갤러리서 여는 개인전 ‘옴니’에서 볼 수 있다. 캔버스에 오일·혼합재료. 73×61㎝. 작가 소장. 데이트갤러리 제공.

천광엽 ‘옴니 no.31’(2020∼2021), 캔버스에 오일·혼합재료, 91×73㎝(사진=데이트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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