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차이 50년, 세 여성작가가 바라보는 현대 사회

일민미술관 'IMA Picks'
'35세' 이은새, '63세'홍승혜, '83세' 윤석남 작가
회화 조형물 통해 각기 다른 세대의 시각 반영
  • 등록 2021-11-23 오전 5:00:00

    수정 2021-11-23 오전 7:48:51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예술작품은 작가 고유의 감성과 개인사가 엮인 결과물인 동시에 작가가 살아가는 한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작가들은 자신이 알게 모르게 살아가는 시대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개최한 기획전 ‘이마 픽스’(IMA Picks)는 여성 작가 세명의 개인전을 통해 현 시대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이은새(35)·홍승혜(63)·윤석남(83)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 사이에는 최대 50년 가까운 세대 차이가 존재한다. 그만큼 각 전시에서는 다른 세대를 살아온 여성들이 바라본 현 시대에 대한 다른 시각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

가장 아래층은 이번 참여 작가 중 가장 어린 이은새 작가의 전시 공간이다. 이 작가의 작품은 현대인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여러 상황 속 변화의 불안정한 순간, 찰나를 강렬하게 느낄 수 있다. 이번 개인전 ‘디어 마이 헤잍 -엔젤-갓’(Dear my hate-angel-god)에 들어서면 벽에 걸린 커다란 회화 작업에서 현대 사회의 불안정한 모습을 작가 특유의 거칠고 힘찬 붓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화려한 색채는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또 이번에는 회화뿐만 아니라 PET 필름, 쇠와 같은 이질적 재료를 이용한 설치작품을 함께 전시했다. 전시장 중간에 세워져 거대한 거울 같기도 하다. 뒤섞인 생각이 응축된 추상적 작품이 직관적인 회화와 어우러져 한층 더 현대인들의 불안하고 복잡한 심리를 대변하는 듯하다.

중간 세대 격인 홍승혜 작가는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무대처럼 꾸민 전시 ‘무대에 관하여’를 선보인다. 홍 작가의 작품에서는 보다 사회적인 고찰이 강화된다. 중심도 위계도 없는 민주주의와 혼란이 혼재한 현실을 마치 하나의 연극처럼 설정해 전시장 안으로 그대로 들여왔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중심의 원형 무대를 중심으로 또 다른 픽셀 구조물들과 나무 의자 등 가구와 포스터, 악보 등이 전시장에 혼란스럽게 설치돼 있다. 이들 작품은 각각 모두 연출가 또는 극장장의 역할로 무대 뒤에서 나름의 역할을 소화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 무대 위에는 5점의 조각이 있는데, 홍 작가와 제자 4명이 각각 참여해 만들었다. 각 작품은 이들 조각가의 자아 혹은 분신의 일종으로 무대 위에서 각자의 퍼포먼스를 꾸려 나간다. 홍 작가는 “무대란 예기치 못한 예술적 사건과 삶의 시간이 뒤엉키는 현재의 장소”라며 “예술이 평범한 일상에 닿고, 그로 인해 우리 모두가 공통의 세계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가장 위층에서는 윤석남 작가의 개인전 ‘소리없이 외치다’가 열린다. 최신작을 선보인 다른 두 작가와 달리 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과거 그렸던 미공개 드로잉과 자화상, 80년대 정치적 상황을 나무 틀에 그린 회화를 비롯해 자연스러운 미의식을 위해 캔버스를 완전히 이탈했던 2000년대 이후 작업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1939년 만주에서 태어나 마흔이 지난 나이에 작품활동을 시작한 작가의 연대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그는 한국전쟁과 격동의 시대를 거치며 어머니와 딸, 여성으로서 스스로 억압된 여성 주체를 한국 현대미술의 주요 장면으로 소환해왔다. 어두운 색채감에 기괴하게 그려진 여성들이 담긴 초기 작품부터 목판에 그려진 따스한 전통적 여성의 모습, 자신의 조력자가 돼 준 일본인 친구들을 그린 최근 작업까지 여성의 사회적 위상의 변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전시를 기획한 윤율리 일민미술관 선임큐레이터는 “세 작가의 작품 속에 담긴 조형성을 느끼며 각기 다른 세대를 경험해 온 여성작가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마주한 세계를 새롭게 탐색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개최중인 ‘이마 픽스’ 중 이은재 작가 개인전 ‘디어 마이 헤잍-엔젤-갓’ 전시 전경(사진=일민미술관)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개최중인 ‘이마 픽스’ 중 홍승혜 작가 개인전 ‘무대에 관하여’에 걸린 ‘ 공중무도회’(Aerial Dance, 2020-2021) Polyurethane on plywood, 144x117.6x120cm(사진=일민미술관)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개최중인 ‘이마 픽스’ 중 윤석남 작가 개인전 ‘소리 없이 외치다’에 걸린 ‘고카츠 레이코’(Kokatsu Reiko, 2021), 한지에 채색, 210x94cm(사진=일민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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