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질병?]②묻지마 범죄가 게임 탓?…근거없는 몰아가기에 韓게임산업 '비상'

규제보다 무서운 질병 낙인…효자산업 무너질라
해외선 수출역군, 국내선 사회악
작년 상반기 매출 6조5873억원
음악·영화 합친 것보다 많아
  • 등록 2019-05-13 오전 5:02:00

    수정 2019-05-13 오전 5:02:00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김혜미 노재웅 기자] “오랫동안 비판받아 온 ‘셧다운제’처럼 눈에 보이는 규제보다 더 무서운 것이 사회적 인식이다. 가뜩이나 우발적인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게임이 마치 원인인 것처럼 취급되는데 단순히 오랜시간 이용한다고 해서 장애 취급을 받는다면 악용될 소지도 있다.” -국내 대형 A게임사 관계자

“글로벌 시장은 점점 성장하고 있는데 한국 게임산업이 위축될 계기가 될 것 같아 우려된다. 특히 게임산업 종사자들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까 두렵다.”-국내 중견 B게임사 관계자

중국 등 아시아권에 ‘한류열풍’을 불러왔던 한국 게임업계가 이번 달 2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보건총회를 앞두고 각종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지난해 6월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ICD-11)에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포함시킬 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이번 달 최종 표결을 실시할 예정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가 사실상 ICD-11에 등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임, 음악·영화보다 더 큰 콘텐츠 산업이지만..

한국 게임산업은 영화나 음악 등을 합한 것보다 많은 규모의 매출을 올리는 주요 콘텐츠 산업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8년 상반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산업은 2018년 상반기 6조5873억원의 매출액을 기록, 콘텐츠 산업의 12.0%를 차지했다. 음악산업의 2조8732억원, 영화산업의 2조7567억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규모다.

특히 수출규모는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2018년 상반기 한국 게임의 수출액은 2조143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49.1% 증가했다. 올해 게임 수출은 사상 처음으로 40억달러(약 4조7120억원)를 넘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세계 게임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도 적지 않다. 2017년 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1620억7900만달러로, 이 가운데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6.2%다. PC게임 시장점유율은 12.15%로 3위, 모바일 게임은 9.5%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게임업계는 묻지마 범죄 등 사회를 경악케 하는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전적으로 게임이 그 원인인 것처럼 취급되는 점을 우려해왔다. 지난해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발생 당시에도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피의자가 하루 5시간 이상 게임에 몰입했다며 게임중독이 그 원인이라고 지목해 논란이 됐다. 올해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사원 총격 테러 용의자가 인기게임 ‘포트나이트’로 살인훈련을 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각종 사건사고가 벌어질 때마다 게임업계는 늘상 죄인 취급을 받아왔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요 게임 대기업들의 매출 상당부분이 해외에서 나오고 있지만 기반은 국내에 있다”며 “국내에서 게임산업을 경시하고 부정적으로 여기는 현상이 지속된다면 한국 게임산업은 갈수록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민 서울대 인지과학연구소장은 “게임 과잉이용자가 동아시아 지역에 많은 편이기는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워낙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며 “특히 한국에서는 질병적 관점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기존에도 게임 과용을 중독이라는 질병이라고 생각해왔는데 WHO의 질병코드 등록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체부·게임협회 “반대” vs 복지부 “WHO 결정 곧장 수용”

한국 정부는 WHO의 ICD-11 등재 가능성과 관련해 부처간 이견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 ‘게임산업 진흥’ 책임을 맡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게임산업협회 등과 함께 WHO에 반대 의견을 전달했으나, 보건복지부는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화를 지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물론 WHO가 게임이용장애를 ICD-11에 포함시킨다해도 국내에 당장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ICD-11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2022년부터 게임이용장애가 질병으로 분류되는데, 국내 적용은 2025년부터나 논의될 수 있다. 이에 앞서 통계청은 ICD-11을 한국질병분류코드(KCD) 개정에 반영할 지 여부도 결정해야 한다.

문체부는 관련 연구나 포럼 등을 열어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는 방향이 최선이라고 보고 있다. 게임이용장애가 본격적으로 KCD에 반영되는 시기가 2027년 이후일 것이므로 지속적으로 인식 변화를 유도하는 한편 궁극적으로는 코드에 포함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정부 차원에서 확실히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보건복지부는 실제로 게임 때문에 진단받고 있는 아이들이 있고,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위해서는 ICD-11에 등재되고 국내에도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특히 WHO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근거와 논의를 바탕으로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절대적인 신뢰를 보이는 입장이다. 전문가 일부는 보건복지부의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로비로 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에 포함하게 됐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셧다운제’를 도입했던 여성가족부는 문체부와 복지부가 주무부처라면서 한 걸음 물러선 상태다. 여가부 관계자는 “문체부와 복지부가 합의해서 결정하면 따라가는 것으로 방침을 정해두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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