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트럼프가 노벨평화상을 원한다면

  • 등록 2019-07-01 오전 1:00:00

    수정 2019-07-01 오전 9:07:12

[이데일리 김정민 경제부장] 부동산 재벌에 불과(?)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적 인기를 모은 계기는 2004년부터 NBC에서 방송한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 The Apprentice)를 진행하면서다. 지원자들이 피자집 운영 등 다양한 테스트를 거쳐 최종 우승자가 트럼프가 운영하는 회사 중 한 곳을 경영하는 권리를 얻는 리얼리티쇼다. ‘어프렌티스’을 진행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매 방송회차마다 지원자를 한명씩 탈락시키면서 “당신은 해고야”(You Are Fired)라고 외쳐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출하고 주연까지 맡은 역대급 리얼리티쇼인 ‘비무장지대(DMZ) 북미회담’이 극적으로 성사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기 위해 넘어온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9일 아침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처음 제안한 뒤 북측이 이를 승낙하는 데 5시간이 걸렸고 남북미 3개국 정상은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얼굴을 맞댔다. 즉흥적으로 이뤄진 만남이다 보니 한계는 분명했다. 종전선언도, 합의문도 공동성명도 없었다.

그러나 분단과 대결의 상징이던 DMZ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역사적인 행보다. 지난해 4월 27일 판문점 남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손을 맞잡고 월경한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까지 북한 땅을 밟았다.

판문점에서 만큼은 ‘군사분계선’이 넘을 수 없는 장벽이 아닌 콘크리트 경계석에 불과하다는 점을 전세계에 알린 것이다.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진일보한 걸음이다. 미국 언론들도 미국 대통령이 전쟁 상대국인 북한 땅을 밟은 것은 휴전협정 이후 66년만에 이뤄진 평화를 위한 중대한 진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오랜 적대 관계였던 우리 두 나라가 이렇게 평화의 악수를 하는 것 자체가 어제와 달라진 오늘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날 번개 회동이 갖는 의미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발언이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북미가 3차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을 재개하기로 한 것도 상당한 성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제 불능의 좌충우돌 같지만 실제로는 철저한 계산속 아래 움직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DMZ 회담을 깜짝 제안한 이유 중 하나가 민주당 경선에 쏠린 미국민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선거전략의 일환이란 분석이 나온다.

G20 정상회의에서 만난 시진핑 주석과의 회담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자 이를 만회하기 위해 김 위원장과의 회동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재선을 위한 리얼리티쇼에 남북이 들러리를 섰다는 혹평도 들린다.

하지만 DMZ 만남을 제안한 트럼프 대통령의 속셈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가 재선을 위해 노벨평화상을 원한다면 남북이 힘을 합쳐 응원하고 도울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평화상과 대통령 자리를 챙기고, 우리는 한반도 평화를 얻는다면 엄청나게 많이 남기는 장사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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