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13조 배당 들어온다"…재투자 수요에 주가 오르나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오는 16일 특별배당을 포함해 13조원이 넘는 결산배당금을 지급할 예정인 가운데, 주주들의 배당금 재투자에 따른 매수세가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달 들어 외국인 순매수가 4거래일 연속 이어지며 8만 6000원선까지 반등했지만, 이후 순매도로 돌아서며 8만원 초중반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8년 5월 액면분할 이후 11번의 배당일 중에서 외국인이 순매수했던 5번만 주가가 상승했던 만큼, 이번 결산배당일에도 외국인의 순매수 여부가 주가 방향을 결정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액면분할 이후 배당금 지급 당일 주가 변동률 및 외국인 매매 추이. (자료=마켓포인트)

11일 마켓포인트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16일 주주들에게 지급할 배당금은 특별배당금이 주당 1578원, 보통주 354원, 우선주 355원 등 총 13조 1242억원에 달한다. 보통주 100주를 가진 개인투자자라면 19만 3200원(세전)이 입금된다는 얘기다. 특히 전체 주식의 54% 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배당 규모는 약 7조 74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작년 한해 삼성전자에서 받은 배당금 1조 4400억원의 5배가 넘는 수준이다.

천문학적 액수의 자금이 주주들에게 일시에 지급되면서 삼성전자 주가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반도체·디스플레이·스마트폰·가전 등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와 국내 시가총액 1위란 상징성 등으로 장기 투자자 비중이 높아, 확보한 배당금으로 주식에 재투자하는 수요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사태로 코스피지수가 지난해 3월 1400대까지 추락했다가 반등을 시작한 직후, 배당금 지급일이었던 그해 4월 17일 당일 삼성전자 주가는 4만 9000원에서 5만 1400원으로 4.9%나 급등했다. 이날 외국인(510만주)·기관(240만주)은 750만주 가량을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이끌었다.

2018년 5월 액면분할 이후 삼성전자의 배당금 지급일에 주가 방향을 결정하는 수급 주체는 단연 외국인 투자자였다. 외국인의 순매수 여부에 따라 총 11번의 배당금 지급일 중 5번은 주가가 상승했고 6번은 주가가 하락했다. 주가가 상승했던 △2018년 5월 16일(4만9200원→4만9850원·1.32%↑) △2019년 5월 20일(4만1200원→4만2000원·1.94%↑) △2019년 8월 20일(4만3600원→4만4450원·1.95%↑) △2020년 4월 17일(4만9000원→5만1400원·4.90%↑) △2020년 5월 19일(4만8800원→5만300원·3.07%↑) 등 5번은 모두 외국인이 순매수에 나섰고, 주가가 하락한 나머지 6번은 어김없이 순매도했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외국인들에게 배정된 배당금 규모가 7조 7400억원으로 예상되고, 배당금 지급 이후 외국인의 재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업종에 주목할 시점”이라며 “배당금을 받고 재투자가 이뤄지는 4월에 배당주 수익률이 가장 양호하고 외국인과 기관도 가장 관심이 높은 달”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