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빚 독촉만 하는 국책銀

  • 등록 2014-10-31 오전 6:00:00

    수정 2014-10-31 오전 8:56:28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국내 산업계의 대동맥 역할을 해야 할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이 제대로 된 역할은커녕 자기 앞가림도 벅차 보인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자금줄이 꼬인 동부그룹의 구조조정만 봐도 그렇다. 산업은행이 주도적으로 대수술에 착수했지만, 때늦은 대응이라는 평가다. 동부제철이 2007년 열연공장을 신증설 할 때 순차입금이 7900억원이었고, 기업의 현금창출 능력을 보는 EBITDA(세전·이자지급전이익)가 735억원, 순이자비용이 733억원 가량 이었다. 빌린 돈의 이자를 겨우 갚을 정도인 동부에 2조원 가량을 빌려준 게 산업은행이다.

포스코나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는 최근 5년 동안 경쟁적으로 증설에 나선데다 경기 불황 속에 공급과잉의 구조적인 늪에 빠져 동부제철을 인수할 여력이나 의지가 크지 않았다. 그런데도 산업은행은 경쟁입찰 대신 동부발전당진과 인천제철을 한데 묶어 포스코에 시장 평가보다 높은 값에 떠넘기듯 인수를 제안했고,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 불투명한 ‘지명식’ 매각방식을 강행했다가 실패하면서 매각시기마저 지연시켰다는 동부의 원성만 샀다. 산업은행은 검증 안 된 기술을 담보로 투자금이 6조원이나 되는 한보철강의 제철소 건설에 5조원을 지원해 준 전과도 있다.

산업 전반에 관한 고민을 엿볼 수 없기는 수출입은행도 별로 다르지 않다. 자금난으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최근 2년간 팔아치운 자산만 8조원에 달한다. 언제 경기가 회복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가운데 경기변동에 민감한 컨테이너선만 남았다. 팔 수 있는 것은 다 팔아 적자 폭을 메우는 형국이다. 글로벌 경쟁선사는 연료 소모가 적고 친환경적인 대형선박 발주에 나서고 있는데, 국내 해운업계는 구경만 할 뿐이다. 그런데 외국 선사의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우리 수출입은행이다. 국내 조선소에서 배를 발주한다는 이유에서다. 우리 손으로 지은 배가 우리나라 해운업계의 숨통을 죄는 꼴이다. 해운업계에서는 국내 해운업계에 돈을 빌려주거나 배를 대여해주는 방식을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빚쟁이 역할만 하는 국책은행은 ‘무용지물’이다. 잘못된 투자나 자금회수는 국민 혈세뿐 아니라 산업계의 근간까지 망칠 수 있다. 투자은행의 관점에서 전문가를 키우고, 산업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특히 자금회수를 위해 기업을 매각하더라도 당장 높은 금액을 제시하는 곳보다 인수 후에도 높은 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지 시너지를 고려하고, 일부 지분을 보유해 수익을 나누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은 귀담아 들을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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