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노블레스오블리주]선비정신을 복원하자

  • 등록 2015-10-06 오전 3:00:00

    수정 2015-10-06 오전 3:00:00

[세종=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조선시대 선비들이 자기수양을 통해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의 자세와 자신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관대한 박기후인(薄己厚人) 등 선비의 삶과 정신 속에서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찾아야 한다.”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과 규장각 관장을 역임한 정옥자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는 조선시대의 선비정신을 연구한 책 ‘한국의 리더십, 선비를 말하다’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유럽에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선비와 선비정신이 있다는 얘기다.

선비는 ‘학문적으로 뛰어나고 도덕적으로 어진 인물’을 뜻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과거 급제를 통해 벼슬을 받았고, 다른 일부는 특정 인물의 정치 세력화하기도 했다. 오늘날로 치면 공직자나 정치인인 셈이다.

그러나 오늘날 공직자나 정치인에게서 ‘수기치인’이나 ‘박기후인’ 같은 덕목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기득권을 지키는 데만 급급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위 공무원들의 ‘낙하산’ 인사가 끊이지 않고 있고, 본인은 물론 자녀가 병역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도 넘쳐난다. 남을 돕는 기부에 유난히 인색한 것도 공직자들이다. 국회의원들은 본연의 책무인 입법활동에는 소홀하고 각종 특권을 내려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선비정신이 사라진 반면, 병역을 이행하지 않고 노동도 하지 않으면서 관직을 독점하며 사회 지배층으로 군림하던 ‘양반’의 부정적 특성만 남아 있는 셈이다.

한국 사회에서 선비정신이 사라진 가장 큰 이유로는 식민지배와 한국전쟁으로 인한 ‘가난’이 꼽힌다. 못먹고 못입다가 ‘출세’를 하다보니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고, 그 이익을 자손에게 물려주기에 바빴다는 해석이다.

한국 전쟁 이후 최빈국이었던 한국은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며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3위의 경제 대국이 됐다. 외형적으로 선진국의 면모를 갖춘 것이다. 이제 내실을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름아닌 선비정신의 복원이다.

국사학계 거두인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는 저서 ‘미래와 만나는 한국의 선비문화’ 서문에 “선비정신은 치열한 교육열과 성취욕, 근면성, 협동정신, 신바람의 에너지라는 문화적 유전인자를 후대에 남겼다”고 썼다. 한국인의 DNA에 여전히 선비정신이 남아 흐르고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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