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과 규장각 관장을 역임한 정옥자 서울대 국사학과 명예교수는 조선시대의 선비정신을 연구한 책 ‘한국의 리더십, 선비를 말하다’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유럽에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선비와 선비정신이 있다는 얘기다.
선비는 ‘학문적으로 뛰어나고 도덕적으로 어진 인물’을 뜻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과거 급제를 통해 벼슬을 받았고, 다른 일부는 특정 인물의 정치 세력화하기도 했다. 오늘날로 치면 공직자나 정치인인 셈이다.
선비정신이 사라진 반면, 병역을 이행하지 않고 노동도 하지 않으면서 관직을 독점하며 사회 지배층으로 군림하던 ‘양반’의 부정적 특성만 남아 있는 셈이다.
한국 사회에서 선비정신이 사라진 가장 큰 이유로는 식민지배와 한국전쟁으로 인한 ‘가난’이 꼽힌다. 못먹고 못입다가 ‘출세’를 하다보니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고, 그 이익을 자손에게 물려주기에 바빴다는 해석이다.
국사학계 거두인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는 저서 ‘미래와 만나는 한국의 선비문화’ 서문에 “선비정신은 치열한 교육열과 성취욕, 근면성, 협동정신, 신바람의 에너지라는 문화적 유전인자를 후대에 남겼다”고 썼다. 한국인의 DNA에 여전히 선비정신이 남아 흐르고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