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확진자 동선에서 '거긴' 왜 빠졌죠?"

[무플 방지] 신종 코로나 확진자 동선 '몸살'
'부작용'에도 공개해야 하는 이유
이불 밖은 위험해...과도한 공포 조성
방역 작업 후에도 기피현상 여전
  • 등록 2020-02-08 오전 12:20:00

    수정 2020-02-08 오전 9:49:45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신종 코로나 확진자 동선에서 ‘거긴’ 왜 빠졌죠?” 누리꾼 pink****은 이 같은 댓글을 남기며 서울 시내 한 대형 영화관을 언급했다.

실제로 국내 5번째 신종 코로나 확진 환자는 중국에서 입국한 다음 날인 지난달 25일 서울 성북구 ‘CGV 성신여대입구점’에 갔다. 나중에 2차 감염이 확인된 9번째 확진자와 그의 어머니도 함께 영화를 봤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이곳을 확진자 동선에 포함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파악한 것으로는 영화관에 간 건 발병 이전에 간 것으로 판단해서 동선에 넣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건당국은 5번째 확진자가 어느 상영관에서, 어디에 앉았는지 공개하지 않았고 다른 관람객도 추적하지 않았다. 다만 ‘CGV 성신여대입구점’은 방역·소독을 마친 뒤 영업을 재개했다.

이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일 “무증상·경증 환자에게서 감염증이 전파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어 기존 감염병에 비해 방역 관리를 한층 더 어렵게 만드는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도 확진자가 증상을 보이기 하루 전 접촉자까지 파악해 관리하도록 권고 기준을 바꿨다.

지난 5일 오후 세 명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입원 중인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프면 집에 있어야지”…확진자 동선 ‘몸살’

이러한 시행착오에 국민의 불안이 더해지면서 ‘확진자 동선’은 기피 대상이 됐다. 확진자가 다녀간 식당이나 숙소 등은 줄줄이 휴업에 들어갔고 ‘잠정 폐쇄’, ‘영업 중단’이라는 표현은 공포를 한층 더 키웠다.

보건당국의 확진자 동선 공개는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강화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조처다. 메르스 사태 초기 질병관리본부가 확진자 진료 병원을 공개하지 않아 병원 내 감염을 악화한 탓이다.

해당 법 제34조 2 ‘감염정보 시 정보공개’ 조항은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의 건강에 위해가 되는 감염병 확산 시 감염병 환자의 이동 경로, 이동 수단, 진료 의료기관 및 접촉자 현황 등 국민이 감염병 예방을 위해 알아야 하는 정보를 신속히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방역 당국은 공개 정보 외에 확진자 개인 신상 정보가 담긴 문건이 외부에 유출되는 경우 사법 당국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엄중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을 포함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확진자의 기억뿐 아니라 신용카드 사용 내역, 폐쇄회로(CC)TV 등 확인 작업을 거쳐 동선을 공개한다.

국내 12번째 신종 코로나 확진자인 중국인 남성이 지난달 20일과 26일 다녀간 ‘CGV 부천역점’은 좌석 번호까지 공개됐다. 접촉자를 파악하기 위해서다.

CGV 관계자는 “해당 지자체에서 ‘확진자가 언제 무슨 영화를 봤다는데 맞는가’라며 방문 사실을 확인했다. CCTV도 확인했다”며 “요청이 있으면 접촉자로 확인된 관객 명단을 제출하는 등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일 국내 12번째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다녀간 CGV부천역점 (사진=뉴스1)
이러한 과정을 거치다 보니 동선 공개가 늦어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심으로 추측과 가짜 정보가 뒤섞이는 부작용도 있다.

서울 성북구의 한 아파트는 ‘맘카페’에서 한 확진자의 거주지로 알려지며 입주민을 심란하게 했다. 입주민 A씨는 “편찮으신 할머니를 모시고 있는데 확실한 정보냐”라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급기야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단지 내 확진자는 없다”고 공지해 입주민을 안심시켰다.

상세한 동선 공개로 방역의 빈틈을 메우려다 확진자의 사생활이 드러나는 2차 피해도 발생했다. 확진자들은 “아프면 집에 있어야지 왜 이렇게 돌아다녔느냐”, “O번째 확진자는 불륜녀와 데이트 했다더라”, “아픈데 점 보러 가나”라는 등 악성 댓글의 표적이 됐다.

언제까지 ‘이불 밖은 위험할까?’

특히 확진자 동선에 있는 식당이나 상점 등은 시름이 깊다. 보건당국의 조처에 따라 방역·소독을 마친 뒤 다시 문을 열어도 ‘위험하지 않을까’하는 손님의 우려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죽 전문 프랜차이즈 본죽은 가맹점 3곳이 2명의 확진자 동선에 속했다. 3번째 확진자는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신사점, 24일 일산 고양시 정발산점을 들렀다. 또 17번째 확진자는 지난 3일 구리토평점을 방문했다.

본죽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 관계자는 “접촉자 외 대체 인력이 있는 지점이면 정상 운영이 가능하지만, 점주와 직원 1명이 운영하는 정발산점은 점주가 접촉자로 분류되면서 오는 7일까지 단축 영업을 결정했다. 당연히 매출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본사에서 각 지점의 매출 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해당 점주는 현재 (상황을) 체감하고 있을 것”이라며 “본사에서 마스크를 제공하고 있고 부자재 일정 부분 제공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오전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한국방역협회 관계자들이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야말로 ‘이불 밖은 위험한’ 상황이다. 보건당국이 확진자 동선을 발표할 때마다 업계를 비롯해 소비자 역시 ‘긴장 모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확진자 다녀간 곳, 방역했다곤 하는데 가도 될까요?”라는 질문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업계는 이러한 소비자의 우려를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애쓰고 있다.

CGV 관계자는 “부천역점에선 확진자 발생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영화 상영을 중단한 뒤 관객들에게 사실을 알리고 바로 퇴장·환불 조치했다”며 “이후 즉시 방역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확진자 발생 지점은 3차례 방역을 실시하고, 확진자 발생 지역에 있는 지점들은 관객의 불안 해소를 위해 선제적으로 긴급 방역에 들어갔다.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등 극장에 오가는 동선 모두 방역을 마쳤다”며 “방역은 자체적으로 섭외한 외부업체와 보건당국이 같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극장 안 개인 예방수칙을 안내하고 있고 손 세정제도 비치했다. 직원들은 매일 출근 시 체온을 측정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뒤 업무를 시작한다”고 덧붙였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6일 12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뒤 방역을 마친 서울 남대문 시장에서 “확진자 왔다가도 소독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99.9% 사멸”이라는 내용의 대국민 호소 담화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협회 측은 “즉각 소독과 방역 작업을 완료하고 24시간 이후 해당 시설의 출입을 권고한다”며 “적절한 방역만 이뤄진다면 감염에 대해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부작용을 감수하고도 확진자 동선을 신속하고 확실하게 공개해야 하는 이유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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