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경의 亞!금융]무너진 중국판 스벅 '루이싱커피'가 쏘아올린 공

'회계조작' 중국 루이싱커피, 나스닥에서 상폐 통보
배달·전자상거래·중산층 힘입어 美 증시 상장..큰손 투자도
루이싱커피 몰락에 美, 中 중소기업까지 고삐죄기 시작
판둬둬·웨이라이 정조준에…中 바이두 회장 "상장할 곳은 많다"
  • 등록 2020-05-24 오전 2:41:02

    수정 2020-05-24 오전 2:41:02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중국 토종 커피브랜드 ‘루이싱커피’가 회계부정으로 추락하고 있다. 창업 2년 만에 나스닥에 상장하며 블랙록, 싱가포르투자청 등 세계적 큰 손들의 지원을 받았던 루이싱커피는 상장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더군다나 스타벅스의 세이렌 로고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까지 모았던 이 파란 사슴의 브랜드 루이싱커피는 이제 중국 기업들이 미국 증권 당국에 철퇴를 맞을 계기까지 제공하게 돼 버렸다.
루이싱커피의 나스닥 주가 추이[CNBC제공]
스타벅스에 도전하던 중국 파란 사슴의 꿈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루이싱커피는 30.85% 하락한 1.39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올해 초만 해도 37달러에 거래됐던 점을 감안하면 무려 96%가 빠진 셈이다.

지난 19일 나스닥증권거래소는 루이싱커피에 상장폐지를 통보했다. 서한에는 “회계 부정으로 투자자들의 우려가 크고, 수차례 공시를 제대로 하지 않아 공익을 훼손했다”라고 기재됐다.

루이싱커피는 2017년 10월 중국 수도 베이징에 등장한 커피 브랜드다. 중화사상을 노골적으로 내세우며 3개월 만에 13개 도시로 영업을 확대했다. 중국 국민배우 장첸과 탕웨이의 광고도 한몫했다. 샐러드나 음료 하나만 시켜도 배달을 하는데다 80~90% 할인 쿠폰을 대거로 뿌렸다. 결국 루이싱커피의 기세에 스타벅스까지 2018년 11월 배달서비스를 시작할 정도였다. 루이싱커피는 중국 전자상거래와 빠른 배달서비스, 늘어나는 커피 문화가 결합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루이싱커피의 중국 내 매장은 올해 1월 기준으로 4910개에 이른다.

루이싱커피의 기세에 해외 투자자들도 주목했다. 지난 2019년 5월 17일 나스닥에 루이싱커피가 상장하자 큰 손들은 열광했다. 중국 내 중산층이 많아지고 중국인들이 커피를 좋아한다는 것에 착안해 블랙록, 싱가포르투자청, JP모건체이스 등은 투자금 10억달러를 기꺼이 내주었다.

하지만 모두 거품이었다. 루이싱은 2018년 16억1900만위안(280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그해 회사 측이 9000만잔의 커피를 팔았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한 잔당 18위안의 손해를 봤다는 얘기다. 물론 투자자들은 일단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몸집을 부풀리는 중국식 성장모델이라 생각하고 한 번 눈을 감았다. 공급망이 일단 구축되면 규모를 바탕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였다.

그런데 여기에 지난해 2~4분기의 매출 절반을 부풀려 기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루이싱커피가 공개한 지난해 1~3분기 매출액은 29억2900만위안, 4분기는 공개는 되지 않았지만 약 21억위안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 중 40%에 가까운 22억 위안이 허위로 작성됐다. 루이싱커피의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는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AFP제공]
루이싱커피 부실에..中 기업 정조준하는 美 금융당국

부실이 드러나자 주가는 폭락했고, 나스닥에서도 상폐 검토라는 철퇴를 내렸다. 루이싱커피는 일단 나스닥에 청문회를 열어 변호할 기회를 달라고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바로 상장폐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나스닥에서 청문회는 상장 기업 요청 후 30~45일 사이에 이뤄지는데, 이 기간까지는 상장은 유지된다. 다만 루이싱커피의 회계 부정이 자사 감사위에서 나올 만큼 모든 상황이 명백하다. 결국 30~45일은 실질적인 정리매매 기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루이싱커피가 쏘아 올린 작은 공으로, 미국 증권당국이 중국 기업 전반에 대한 감시 강화에 나설 개연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미국은 루이싱커피에 상장폐지를 통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앞으로 중국 기업 상장을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조치까지 내놨다. 미국 상원은 지난 20일 본회의에서 중국기업이 금융당국의 검사를 받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3년간 거부하면 자동 상장폐지되는 법안을 만들었다.

나스닥 역시 ‘미국 금융당국을 상대로 한 기밀유지 관련 법령이 있는 국가 기업이 나스닥에 상장하려면 2500만달러(약 310억원) 또는 시가총액 25% 넘는 자금을 공모해야 한다’는 새 규정을 도입할 예정이다. ‘정보를 취득하기 어려운 국가’에는 물론 중국이 들어간다.

제재는 여기서 더 커질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뉴욕증시에 상장한 중국 기업 중 회계 기준을 지키지 않는 곳을 눈여겨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미국이 화웨이나 알리바바의 앤트파이낸셜 등을 넘어 중국의 중소형업체들까지 정조준하고 나섰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나스닥에 상장한 중국 3위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와 중국 전기차 업체 스타트업 ‘웨이라이’가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핀둬둬는 지난해 85억4000만위안(1조4600억원)의 어닝쇼크를 낸 후, 코로나사태로 실적 부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웨이라이 역시 자체 기술개발이 지연되는데다 2016년부터 4년째 적자를 보고 있다.

중국은 루이싱커피의 사태에 대해 “엄격하게 질책하며 모든 사태를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미국의 중국기업 모두에 대한 제재에는 불편한 기색이다. 이에 중국 기업들이 미국을 피해 홍콩이나 일본, 런던 등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중국의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이자 중국 3대 IT기업 중 하나인 바이두를 이끄는 리옌훙 회장은 “좋은 회사라면 상장 장소로 택할 수 있는 곳이 많고, 절대 미국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터넷포탈업체 넷이즈와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 역시 다음달 홍콩거래소에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 기업을 정조준한다면 기꺼이 다른 시장으로 가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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