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불황에 중고 명품도 안사…"수선族 늘었다"

서울 압구정 로데오 30여개 중고숍 '손님 뚝'
샤넬 루이비통 등 百매출도 하락세
눈 낮춘 명품族 "고쳐 쓰자"..수선집만 북적
  • 등록 2014-10-01 오전 6:00:00

    수정 2014-10-03 오전 10:26:20

지난달 29일 찾은 서울 압구정동 한 중고매장에는 사람이 없어 한산했다. 진열된 명품 가방만이 가득하다.
[이데일리 김미경 임현영 기자] “중고 명품요? 구매할 생각도 안 해봤어요. 명품 거품도 빠진 데다, 주머니 사정도 빠듯해서 올해는 그냥 수선해 쓰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서울 명동 A수선점 손님 양모씨)

긴 경기불황이 명품 소비패턴마저 바꿔 놓고 있다. 좀처럼 소비 심리가 살아나지 않자, 백화점 유명 명품매장들의 매출은 역신장하는가 하면 중고명품 가게를 찾는 손님들의 발길도 뚝 끊겼다. 반면 명품 수선집은 활기를 띠는 모양새다.

같은 날 찾은 서울 명동 인근의 한 중고명품 가게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실제로 루이비통은 최근 3년 간 주요 백화점마다 매출 역신장을 기록 중이다. 샤넬도 A백화점에서 올 1~8월 영업기간 중 절반이나 마이너스 매출을 냈다. 불황에도 나 홀로 호황을 누렸던 명품시장에도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둘러본 서울 명동 일대 10여곳의 명품 수선가게에는 구두부터 가방, 의류 등을 수선하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중국대사관 길목에 들어선 A수선집도 마찬가지었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앞쪽 선반에는 수선 제품을 담은 쇼핑백 40여개가 빼곡히 놓여 있었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명품 수선집을 운영해온 H명품사 황모씨는 “추석 이후 손님이 20% 이상 증가했다”며 “경기가 어려운 만큼 집에 있던 명품을 고쳐 활용하려는 심리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소공동 갤러리명품사도 추석 이후 명품 수선 고객길이 늘었다. 25년간 일해온 직원 김병열씨는 “수선뿐 아니라 낡은 명품을 고쳐 다시 쓰려는 사람들도 많다”고 전했다. 수선 가격은 브랜드보다 작업 난이도에 따라 결정되는데 간단한 수리는 2~3만원부터다.

수선집을 들른 안지혜(36)씨는 “솔직히 예전 같으면 새 가방을 샀을텐데, 요즘 불황에 물가도 비싸다보니 고쳐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부러 나왔다”고 귀띔했다.

그동안 호황을 누려온 중고명품은 찬서리를 맞고 있다. 이날 찾은 압구정 로데오거리는 인적이 드물었다. 서울 지하철 분당선 압구정로데오역 반경 500m내 30여개 중고명품 매장은 구경하는 손님조차 뚝 끊겨 침울한 분위기였다. 중국인 관광객들도 유리창 안에 진열된 가방을 훑어만 볼 뿐이었다.

B중고명품매장을 5년 째 운영해온 최모씨(60)는 오전 내내 단 한 명의 손님도 없었다고 한탄했다. 최씨는 “매출도 작년에 비해 절반 이하”라면서 “뉴스를 보니 추석 이후 경기가 풀렸다지만 여긴 해당사항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중고 명품매장은 최상류층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여유있는 사람들이 들리던 곳인데 경기가 나빠지면서 그들 마저 지갑을 닫은 듯 보인다”고 설명했다.

압구정 한양아파트 맞은 편에서 7년 째 C중고 명품매장을 운영해온 강모씨도 “매년 매출이 감소하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 쪽 상권은 죽은지 오래”라고 말했다.

강씨는 얼어붙은 소비심리 영향도 있지만 2009년부터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조성한 ‘일방통행 도로’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상권 활성화의 취지로 인도를 넓히고 일방통행 도로를 만들었지만 오히려 상권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말했다.
서울 명동 중국대사관 길목 인근에는 10여개의 명품 수선집이 몰려 있다.
명동 인근 한 명품 수선가게 선반 위에 수선 제품들이 빼곡히 진열돼 있다.
서울 명동 한 명품수선점. 이 가게 사장 황모씨가 명품을 수선하고 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돌발 상황
  • 이조의 만남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