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 덕 칼럼]'흔들흔들' 단통법은 천사? 악마?

  • 등록 2014-10-31 오전 6:00:00

    수정 2014-10-31 오전 6:00:00

[남궁 덕 칼럼]이달 1일 출생신고를 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소비자, 이동통신사, 단말기 메이커, 휴대폰 유통대리점 등 이해당사자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졸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야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법이지만, 여야 모두 ‘보완’을 합창하고 있고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도 여론 향배에 흔들리고 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얼마 전 출입기자들에게 “단말기 지원금 등에 대해 여러 지적들이 제기되고 있는데,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도 꽤 있다”며 “행복도 악마도 디테일에 숨어있다”고 말했다.

동네북 신세가 된 단통법은 천사인가 악마인가.단통법은 정보와 운에 따라 구매자마다 수십 만원씩휴대폰 구매 가격이 차이나는 걸 개선해야 한다는 비판에서 입법의 싹이 텄다. 출발점은 순수했다. 논의끝에 나온 결론은 일정 기간 고가요금제 가입을 의무화하면서 다량의 보조금을 주는 행위를 금지시키는 것이었다. 비례성을 적용해 저가 요금제 가입자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했음은 물론이다. 쓰던 폰이나 중고폰(오래된 폰), 해외 직구로 산 폰 등을 갖고 유심(가입자식별모듈)으로 이통사에 가입해도 추가로 12% 요금할인(보조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막상 법이 발효되면서 스마트폰 구입자가 느끼는 ‘체감 가격’이 오르고, 이에 따라 스마트폰 판매가 법시행전보다 30%가량 줄어드는 ‘냉각기’가 나타났다. 이해당사자들 모두 ‘X’자를 들고 나왔다. 초기 상황을 혼란으로 규정한 잣대는 ‘이익’이다. 모든 가입자에게 일정 보조금을 주도록 의무화하다 보니 최신폰을 구매하던 마니아 층에선 보조금이 급격히 줄어들고, 말발 센 이들 ’얼리 어덥터‘층의 비판 목소리가 커지면서 법이 삼천포로 빠진 것이다. 가입자가 늘지않고, 휴대폰 판매가 줄자 이통사나 단말기 메이커도 ’나쁜 법‘으로 봤다. 이게 단통법에 관한 한달 간 일기다.

단통법은 정부가 스마트폰을 생필품으로 볼 것인지, 공산품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운명이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제도시행 보름만인 지난 17일 최양희 미래부 장관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 하성민 SKT 사장 등 관련업계 대표와 조찬 회동을 갖고 “단말기 유통법이 취지를 살 릴수 있도록 협조하지 않으면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정부 스탠스를 어렴풋이 감지할 수 대목이다. 간담회 이후 SK텔레콤은 최초로 이동전화 가입비(1만 1880원, 부가가치세 포함)를 완전히 폐지했고, KT는 약정을 채우지 못하면 요금할인액에 대한 위약금을 내야 했던 것을 없애 실질적인 요금인하를 시작했다. 단말기 제조사인 삼성전자는 갤럭시S4 LTE-A의 출고가를 69만 9600원에서 64만 4600원으로 5만 5000원 내렸고, LG전자 역시 중저가 스마트폰 3종의 출고가격을 5만 5000~7만 원 가량 내렸다.

이번 파동의 피의자는 수요공급이 만들어내는 시장 원칙을 무시한 어설픈 규제 발상이다.차제에 인가제로 돼 있는 요금제부터 없애는 게 낫지 않을까. 국내 이동통신시장은 가격이든 품질이든 경쟁하기 어렵게 돼 있다. 휴대폰 요금은 미래창조과학부가 후발 사업자 보호라는 명분으로 ‘인가제’를 시행하고 있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정부 인가(허가)를 받아 요금을 정하면 2, 3위 회사가 따라가는 방식으로 가격이 정해진다. 정부가 모든 가격을 실질 통제할 게 아니라면 아예 푸는 게 낫다. 그러면 최소한 소비자만이라도 즐겁게 될 것이다. <총괄부국장겸 산업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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