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우커들이 일본을 더 찾는 것은 엔저에 따른 가격 경쟁력 때문일 수 있지만 결코 그 이유만은 아니다. 일본은 엔저 효과 외에 특유의 전통과 유서가 깃든 관광자원에 외국인들에게 호감을 주는 숙박과 음식, 국민 몸에 밴 친절 등 관광 인프라가 견고하다. 거기에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 증대를 위해 민관이 합심해 다양한 노력을 쏟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비자 정책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인에 대해 비자 발급을 완화했다. 그 결과 올 들어 이들 국가의 일본 방문자가 23~59%씩 늘었다.
일본의 제도 운영상의 융통성도 놀랄 만하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의 부가세에 해당하는 소비세를 기존 5%에서 8%로 올렸다. 그러나 요우커 등 외국인 관광객들에 대해 요건만 되면 점포에서 직접 소비세를 면제해주거나 소비세를 문 경우에도 그 전액을 간편한 절차를 통해 환급해준다.
이에 따라 관광정책 당국자들은 요우커들이 상품을 싹쓸이 쇼핑하는 것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볼거리, 먹거리, 잠자리를 더 늘려야 한다. 뿐만 아니라 부가세 환급 등 관광관련 행정도 관광객들에게 감동을 주지는 못할 망정 욕이 나오게 해서는 안된다. 거기에 일선 관광업 종사자들과 일반 국민들의 친절도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외국 언론인들과 여행사 관계자들을 모아 관광안내원 복장을 하고 서울 관광 1일 가이드로 나섰다고 한다. 그런데 서울시가 외국인 관광객 숙박요금의 2%가량을 ‘여행자 체류세’(city tax)로 거두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말이 들린다. 세수확충도 좋지만 소탐대실이 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
“털도 안 뽑고 날로 먹을려고 한다”는 속담이 있다. 무슨 일을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성급하게 추진하고 반대급부를 챙기려는 것을 뜻한다. 요우커를 상대하는 우리 관광산업이 딱 그 꼴이다. 날로 먹을 수도 없지만 그렇게 하다보면 체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