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 요우커를 날로 먹겠다는 생각 말아야

  • 등록 2015-05-28 오전 3:01:01

    수정 2015-05-28 오전 3:01:01

[석동현 변호사·전(前)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지난해 한 해동안 600만명이나 입국했던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이 최근 한국보다 일본을 더 많이 찾아 우리 관광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4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수는 138만명으로 작년보다 11% 늘었지만 일본 관광국은 4월 방일(訪日) 외국인 수가 176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늘었다고 발표했다.

요우커들이 일본을 더 찾는 것은 엔저에 따른 가격 경쟁력 때문일 수 있지만 결코 그 이유만은 아니다. 일본은 엔저 효과 외에 특유의 전통과 유서가 깃든 관광자원에 외국인들에게 호감을 주는 숙박과 음식, 국민 몸에 밴 친절 등 관광 인프라가 견고하다. 거기에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 증대를 위해 민관이 합심해 다양한 노력을 쏟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비자 정책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인에 대해 비자 발급을 완화했다. 그 결과 올 들어 이들 국가의 일본 방문자가 23~59%씩 늘었다.

일본의 제도 운영상의 융통성도 놀랄 만하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의 부가세에 해당하는 소비세를 기존 5%에서 8%로 올렸다. 그러나 요우커 등 외국인 관광객들에 대해 요건만 되면 점포에서 직접 소비세를 면제해주거나 소비세를 문 경우에도 그 전액을 간편한 절차를 통해 환급해준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비자업무를 맡고 있는 법무부도 지난 몇 년간 중국과 동남아시아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비자요건을 대폭 완화했다. 5~6년전부터 요우커들이 몰려든 것도 바로 그 결과다. 그러나 쇼핑과 일부 의료분야를 제외하면 볼거리나 식사, 숙박 등 관광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에 따라 관광정책 당국자들은 요우커들이 상품을 싹쓸이 쇼핑하는 것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볼거리, 먹거리, 잠자리를 더 늘려야 한다. 뿐만 아니라 부가세 환급 등 관광관련 행정도 관광객들에게 감동을 주지는 못할 망정 욕이 나오게 해서는 안된다. 거기에 일선 관광업 종사자들과 일반 국민들의 친절도가 더해지면 금상첨화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외국 언론인들과 여행사 관계자들을 모아 관광안내원 복장을 하고 서울 관광 1일 가이드로 나섰다고 한다. 그런데 서울시가 외국인 관광객 숙박요금의 2%가량을 ‘여행자 체류세’(city tax)로 거두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말이 들린다. 세수확충도 좋지만 소탐대실이 되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

정부당국의 오락가락 정책 때문에 요우커가 한국보다는 일본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구매력도 있고 가족 여행지 결정을 좌우하는 ‘큰손’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대 이후 태어난 중국 젊은 세대)들은 전쟁을 겪지 않아 일본에 별다른 반감이 없다. 중국과 일본이 정치나 영토 문제로 갈등을 빚는다고 해서 이들이 일본보다 한국을 더 많이 찾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

“털도 안 뽑고 날로 먹을려고 한다”는 속담이 있다. 무슨 일을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성급하게 추진하고 반대급부를 챙기려는 것을 뜻한다. 요우커를 상대하는 우리 관광산업이 딱 그 꼴이다. 날로 먹을 수도 없지만 그렇게 하다보면 체하기 마련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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