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은의 지구 한바퀴]19.런던 노천에서 맥주를

  • 등록 2015-10-10 오전 5:00:00

    수정 2015-10-10 오전 5:00:00

[이데일리 김재은 기자] 런던까지 왔는데 근위병 교대식을 안 보고 갈 순 없다. 오전 11시30분부터 시작하는 근위병 교대식을 보기 위해 서둘러 조식을 먹고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적어도 40~50분전에는 도착한 것 같은데 이미 버킹엄궁 근처 광장은 사람들로 빽빽이 들어차있다. 우리도 나름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버킹엄궁 정면에서 왼쪽편에 자리를 잡았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말에 올라탄 경찰을 필두로 근위병들이 등장한다. 길쭉한 털모자와 회색코드를 입고 열맞춰 걷는 모습들을 보고 있자니 TV속에 들어온 느낌이다.

근위병 교대식을 앞두고 버킹엄궁 앞을 행진중이다. 사진=김재은 기자
딱 11시30분 정각이 되니 버킹엄궁의 정문이 열리고 근위병 교대식이 진행된다. 안쪽에서 진행되는 터라 자세히 보이진 않지만, 절도있게 구령에 맞춰 교대식이 이뤄지는 듯 하다.

교대식이 끝나고 버킹엄궁에서 웰링턴 아치(Wellington Arch)까지 걸었다. 12월인데도 낙엽이 많이 쌓여있어 가을같은 느낌도 든다.

웰링턴 아치는 1825년 워털루 전투에서 영국군이 나폴레옹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웰링턴 공은 워털루 전투에서 승리를 이끈 장군이자 1828년부터 30년간 수상을 지내기도 했다. 근위병 교대식을 끝낸 기마병중 일부는 이 웰링턴 아치를 지나간다고 한다.

런던에서의 사실상 마지막 날인 오늘 우리는 쇼핑과 관광을 즐기기로 한다. 일단 택시를 타고 해롯(Harrods) 백화점으로 향했다.

해롯백화점 지하 오이스터 바. 사진=김재은 기자
이미 점심시간이 지난지라 해롯백화점 지하에서 럭셔리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좋은 레스토랑도 아니고, 뷰도 없건만 가격은 후덜덜하다. ‘Oyster Bar’라고 이름 붙여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기껏해야 10자리 남짓되는 작은 규모다. 오이스터 바인 만큼 오이스터와 새우샐러드를 시키고는 병맥주도 하나 주문했다. 예상은 했지만, 가격대비 양은 무지 조금이다. 게다가 석화의 신선도도 그리 훌륭한 편은 아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칵테일 새우에 아일랜드 드레싱을 얹은 새우샐러드는 더 별로다. 주문한 3가지중 사실 맥주가 젤 나았다. 그래도 언제 먹어보겠냐 싶어 기념 사진을 좀 찍고, 시장을 반찬 삼아 시킨 음식들을 깨끗이 해치웠다.

점심으로 주문한 비싼 오이스터와 실망스러운 새우샐러드. 사진=김재은 기자
이젠 쇼핑을 할 차례. 럭셔리한 해롯 백화점의 인테리어는 감동스러운 수준이 아니다. 서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백화점 인테리어와 비슷하지만, 고풍스러운 느낌이 살짝 가미됐다고나 할까. 영국의 브랜드 바버에서 시아버지 점퍼를 하나 구입하고, 신랑 스웨터를 샀다. 파운드화가 비싸 그리 싸지 않지만, 한국보다는 30~40%이상 저렴한 것 같다. 나름 비싼 옷인데도 밀리오레 비닐백같은 카키색 해롯 쇼핑백에 넣어준다. 해롯의 쇼핑백을 들고 다니면 ‘나 돈 좀 있다’ 표현하는 것이라는데, 내가 보기엔 그저 동대문 쇼핑센터 느낌의 폴리백이다.

해롯백화점 쇼핑을 마치고는 중심가쪽으로 걸어오며 ‘탑걸’에서 스키니 진과 스웨터 등을 득템했다. 이건 생각보다 싸게 잘 산지라 맘에 쏙 든다. 택시를 타고 리젠트 스트리트로 이동했다.

리젠트 스트리트에 자리한 세계 최대 버버리 매장(본점)모습. 사진=버버리 홈페이지
영국 브랜드인 버버리 매장에서 버버리 코트를 보지 않을 수 없는 탓이다. 리젠트 스트리트에 자리한 세계 최대 버버리 런던 본점은 1층부터 4층까지 다양한 상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층마다 계단으로 연결돼 쇼핑이 편리하다. 여기서 우린 트렌치코트, 스웨터와 머플러 등 양가에 드릴 선물을 몇 개 구매했다.

호텔 근처에 자리한 대영박물관(British Museum)도 들렀다. 쇼핑에 너무 피곤했지만, 그래도 안 볼 수는 없을 터. 대영박물관은 대영제국때 수탈해 온 유물들이 많아 입장료를 별도로 받지 않고, 관람객 스스로 기부하도록 별도의 기부박스를 만들어뒀다.

대영박물관에 있는 미이라 모습. 사진=김재은 기자
시간이 없으면 이집트관만이라도 보라는 친구의 조언을 따라 다른 곳은 대충 둘러보고, 미이라가 있는 이집트관을 좀 자세히 살펴봤다. 그 옛날에 사람이며, 고양이며 이렇게 미이라로 만들어뒀다는 게 좀 놀랍긴 하다. 어디선가 썩는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다.

한시간여 대충 둘러본 우리는 호텔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했다. 저녁 8시 40분 런던아이를 타기로 예약했기에 잠시 졸다가 나왔다. 이번엔 런던 지하철을 타보기로 한다. 홀본역까지 걸어가 런던아이가 있는 워털루역까지 이동했다. 런던 지하철은 아담하고 생각보다는 깨끗하다. (서울 지하철에 비하면 더 낡긴 했다.) 워털루 역에서 런던아이까지 걷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야외에 스케이트장도 마련돼 있다. 예약된 표를 찾고, 근처 기념품 가게에서 런던의 상징인 이층버스 등 귀여운 마그넷을 몇 개 샀다. 싸진 않았는데, 오늘 사지 않으면 아예 못 살것 같아서….

런던아이쪽에서 본 빅벤과 웨스트민스터 궁전(영국 국회의사당). 사진=김재은 기자
날이 추워 그런지 런던아이를 타는 관람객은 많지 않다. 가벼운 소지품 검사를 거쳐 타원형 캡슐의 런던아이에 올랐다. 신랑이랑 둘이 탔으면 좋았을 텐데, 다른 관광객 가족과 함께다.

런던아이가 서서히 올라가며 템즈강 맞은 편에 위치한 빅벤과 웨스트민스터 등이 화려한 야경을 뽐낸다. 저 동쪽으로는 밀레니엄 브릿지, 세인트폴 대성당 등이 화려한 조명을 받아 반짝거린다.

런던아이에 탑승해 바라본 런던 시내 야경. 사진=김재은 기자
기념사진도 찍고, 런던의 야경을 만끽하며 런던아이에서 시간을 보낸 우리는 런던의 길거리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템즈강을 따라 동쪽으로 걸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길거리 음식을 파는 곳들이 넘쳐난다.

템즈강변에 자리한 길거리 음식점들. 춥지만 분위기는 최고. 사진=김재은 기자
밤이라 상당히 추웠지만, 맥주와 핫도그, 볶음면을 먹으면서 런던의 마지막 밤을 기념해본다. 사실 딱히 맛이 좋진 않았지만, 템즈강변의 화려한 야경과 불빛들이 모든 걸 압도한다. 그저 런던이라 좋고, 런던이라 즐겁다. 완전 로맨틱한 분위기 그 자체다.

골든 주빌리 브릿지와 런던 시내 야경. 사진=김재은 기자
적당히 배를 채운 우리는 골든 주빌리 브릿지를 걸어서 건넜다. 걷다가 지치면 택시를 타고 들어가리라 맘 먹었는데, 택시가 보이질 않는다. 인적도 드물어 살짝 겁도 난다. 그래도 런던아이를 배경으로 점프샷도 찍고, 북쪽으로 계속 걷다 무사히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택시를 타고 오는 길에 화려한 조명의 트라팔가 광장을 지났다. 낮에 왔으면 참 좋았겠다 싶지만, 아쉬움이 있어야 다음에 런던을 또 오겠지 싶어 접어두기로 한다.

단 한번뿐인 신혼여행이 이렇게 끝나고 있다. 런던이 마지막 여행지라 더 애틋할 것 같은 느낌. 다음엔 날씨 좋은 봄이나 가을에 1~2주 여유있게 오리라 다짐한다. 이젠 짐을 싸고, 내일 비행기를 타면 ‘현실’이다. 그래도 22박 25일간의 추억은 앞으로 평생을 함께하는 데 있어 적지 않은 에너지가 되겠지. 이젠 런던도, 우리의 끝날 것 같지 않던 신행과도 작별인사를 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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