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진흥법 '갈등씨앗' 되나…3대쟁점 '갑론을박'

시행 앞둔 '문학진흥법' 문학계 내부 논의 '활활'
지자체 간 국립한국만학관 유치 경쟁 과열 조짐
정부·문학단체 간 시행령·시행규칙 이견 충돌도
  • 등록 2016-05-30 오전 5:50:55

    수정 2016-05-30 오전 7:40:46

오는 8월 ‘문학진흥법’ 시행을 앞두고 문학계에서 국립한국문학관 건립과 문학진흥정책위원회 구성, 문학관 전문인력 육성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특히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에는 500억원의 국비가 투입되는 만큼 전국 24개의 지자체가 유치경쟁에 뛰어들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현재 인천문화재단이 운영 중인 인천시의 한국근대문학관 .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오는 8월 4일 시행을 앞둔 ‘문학진흥법’을 놓고 모처럼 문학계 내부의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립한국문학관의 건립과 문학진흥정책위원회의 구성, 문학관 전문인력 육성을 두고 각종 문학단체를 비롯해 지자체 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계에서는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충분한 논의 없이 급조된다면 오히려 문학진흥법이 문학계 내부의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국립한국문학관 ‘동상이몽’ 어디에 짓나

문학진흥법 제정과정에서 가장 관심을 끈 것은 국립한국문학관 설립이었다. 문학진흥법 제18조는 국가를 대표하는 문학관으로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을 명시했다. 국립한국문학관은 문학유산과 원본자료의 체계적 수집·복원, 보존·아카이브, 연구·전시, 교육기능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들어선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토지구매비용과 건축 비용 등을 합쳐 500억원의 예산을 확보해 늦어도 8월까지 부지를 선정하고 공사에 돌입해 2019년에 완공할 계획이다.

그런데 문제는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이 가시화되면서 국립한국문학관을 유치하려는 지자체 간의 경쟁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5일 부지공모를 마감한 결과 16개 시도에서 총 24곳의 지자체가 신청서를 냈다. 문학계 관계자는 “근래 문화 관련 정부의 국책사업 중 규모가 가장 크고 예술의 여러 장르 가운데 가장 보편적인 ‘문학’의 컨트롤타워를 세우는 사업이다 보니 유치경쟁이 치열하다”며 “여기에 지자체 단체장들이 자신의 치적을 위해 과도하게 열기를 부추기는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한국문인협회·한국작가회의·한국소설가협회·한국시인협회·국제펜클럽한국본부 등 문학 5개 단체는 사상 처음으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과열로 치닫는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을 걱정하는 한목소리를 냈다. 5개 단체는 “부지 선정에 지역안배나 정치논리가 개입하면 안된다”며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공간으로서 상징성, 미래를 내다보는 확장성, 모든 국민이 향유할 수 있는 접근성,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지향하는 국제교류 가능성을 유치기준으로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학계에서는 어느 지역이 선정되든 간에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중앙도서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문화시설이 집중돼 있는 서울에 국립한국문학관마저 들어설 경우 지방의 반발이 클 것으로 보인다. 최원식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여러 지역에서 들어온 제안서를 공정하게 평가해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부지를 선정해야 한다”며 “결과를 공개했을 때 5개 단체 모두 수긍하고 국민도 수긍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학진흥정책위원회 ‘유명무실’ 실권 있나

문학진흥법에 따르면 문학진흥에 관한 주요 사항을 자문하기 위해 문체부 장관 소속으로 문학진흥정책위원회를 두게 돼 있다. 이는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상설위원회나 집행기구가 아닌 것이다. 현재 시행령 제정안에는 문체부 예술정책관과 문화예술위원장·한국문학번역원장·국립한국문학관장을 포함한 15인 이내에 위원으로 문학진흥정책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으로 했다. 정기회의는 반기별로 1회, 1년에 2회 열게 돼 있다.

최동호 한국시인협회장은 “책임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반드시 상설기구로 운영해야 한다”며 “문학진흥법에 명시한 ‘문학진흥정책 5개년 계획’ 수립 등 문학관련 주요 정책 사안을 지휘·감독하는 권한과 책임을 위원회에 주고 문학진흥법 하위 법령 제정에 작가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문학관 전문인력 ‘중구난방’ 누구를 뽑나

문학관 등록 요건 중 하나인 ‘문학관 전문인력’의 자격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국립한국문학관과 공립·사립문학관의 등록을 위해선 문학관 전문인력 채용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자격조건. 문학진흥법 시행령안은 ‘문학관 학예사’ 자격을 일반대학원 국문학 전공 석사학위 이상자 혹은 정학예사 자격을 가진 사람, 문학관에서 5년 이상 근무한 경력자로 한정했다.

이에 대해 전보삼 한국문학관협회장은 “작가의 삶은 철학이나 사학적인 관점에서도 볼 수 있다”며 “국문학 전공자라고 한정하지 말고 문예창작과 혹은 인문학 전공자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정과리 연세대 국문과 교수는 “현재 운영 중인 박물관이나 학예사 선발제도에서 문학을 선택과목으로 지정하는 방식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또 일부 전문가는 국어교사에게 ‘문학관 학예사’의 자격을 주자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자칫 박물관·미술관학예사의 자격 취득과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김정훈 문체부 예술정책과장은 “일부 지자체가 국립한국문학관의 유치를 두고 확인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며 혼탁양상으로 몰고 가 주의를 준 상태”라며 “과도한 유치활동이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청회를 통해 문학계 전반의 의견을 수렴했고 법 시행 이전까지 최대한 문학계의 의견을 반영해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문학진흥법은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의 도종환 의원이 발의한 법안으로 올해 2월 제정돼 오는 8월 4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문학진흥기본계획 수립 △문학진흥정책위원회 구성 △한국문학번역원 조항 이관 △국립한국만학관 설립 등을 뼈대로 한다. 이중 토지구마배용과 건축 비용 등을 합쳐 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은 문학진흥법의 핵심으로 꼽히고 있다.

국립한국문학관 부지공모 신청 24곳 지자체 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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