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세월호 사고’ 틈타 국회가 ‘날치기’했다고?

  • 등록 2014-04-21 오전 6:20:00

    수정 2014-04-21 오전 6:20:00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한 명이라도 더 살아나오기를’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기원하는 가운데 인터넷 상에서는 그런 국민의 마음을 배신하는 얘기가 떠돌아다녔다. 국민의 눈이 세월호에 쏠려있는 것을 틈타, 국회가 민감한 법안을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상에 논란이 된 ‘세월호 참사 와중에 국회에서는 날치기하고 있네요’라는 게시물을 보면 △주한미군주둔비용 증액(연간 9200억원) 전격 통과 △철도요금·운임 인상, 화물 운임료 인상 △수서발 고속철도(KTX) 매각방지 법제화 무산 △국회에서의 폭력행위를 금지한 국회선진화법 법안 등이다.

국회 출입 기자로서 국회가 정말 이런 일을 했는지 앞뒤의 정황을 자세히 풀어본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한미방위금협정

사실 한미방위분담금 국회 비준이 기정사실화된 것은 세월호 침몰 사건보다 앞선 지난 14일이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의원들은 외교부·국방부 실무자들과 비공개간담회를 열고 비준안의 4월 국회 처리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야권은 방위비 분담금 이자수익, 주한미군기지 건설비용 전용, 한국인 근로자 처우 문제 등을 들어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비준동의에 반대해왔으나 정부·여당은 야권의 요구사항을 정부 후속대책 및 부대조건 명시라는 방안으로 받아들이면서 협상은 급물결을 탔다. 오는 25일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비준안을 통과시켜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보탰다.

그 후 15일 외통위는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연달아 열고 비준안을 본회의에 올렸다. 16일 본회의 일정도 이전부터 잡혀있었다. 매번 국회가 열리기에 앞서 여야 원내지도부는 머리를 맞대고 본회의를 열 날짜를 미리 정한다.

자충수에 빠진 철도소위

철도요금·운임 인상안 권고안 및 수서발 KTX 민간 매각 방지 법제화도 ‘오비이락(烏飛梨落)’의 성격이 강하다. 철도소위가 활동결과보고서를 채택한 것을 세월호 사건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전인 16일 오전 10시께였다. 더군다나 철도소위가 더 이상 진전된 합의를 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 같은 채택날짜를 잡은 것은 전날인 15일이다.

논의 과정부터 노조 측의 참여가 철저하게 배제돼 있어 국토부와 코레일의 일방적인 주장만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탓에 철도소위가 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였다. 특히 공청회나 청문회 등 외부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의사일정도 없었다.

생산적 논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석 달 반이라는 시간동안 질질 끌었다는 얘기다. 철도소위 소속의원들도 이 같은 사실을 알았는지 지난달 말 활동을 마감하려고 했다. 그러나 철도노조가 철도소위 구성에 획기적 역할을 했던 김무성·박기춘 의원실을 점거농성하면서 소위 활동기한이 1달 더 연장됐다. 이때도 제대로 된 논의를 하지 못하고 소위는 연장 두 번째 회의 만에 활동결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당론 채택’과 ‘법안 통과’는 무엇이 다를까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이 통과됐다’는 얘기는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는 것이 와전됐다. 정작 법안 통과는 어려워 보인다. 국회선진화법 개정 절차도 국회선진화법에 의해 ‘국회의석 수 3분의 2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19대 국회 현재 의석수는 새누리당이 158석, 새정치연합이 130석, 정의당·통합진보당이 각각 5석으로 새누리당 의원 전원이 찬성하더라도 41명의 찬성표가 더 필요하다.

세월호 사고 이후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1%의 사실에 기반한 99%의 거짓에 넘어가지 않도록 정신줄을 단단히 부여잡을 때다. 국회도 왜 이런 ‘오해’가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게 하는지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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