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상에 논란이 된 ‘세월호 참사 와중에 국회에서는 날치기하고 있네요’라는 게시물을 보면 △주한미군주둔비용 증액(연간 9200억원) 전격 통과 △철도요금·운임 인상, 화물 운임료 인상 △수서발 고속철도(KTX) 매각방지 법제화 무산 △국회에서의 폭력행위를 금지한 국회선진화법 법안 등이다.
국회 출입 기자로서 국회가 정말 이런 일을 했는지 앞뒤의 정황을 자세히 풀어본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 한미방위금협정
야권은 방위비 분담금 이자수익, 주한미군기지 건설비용 전용, 한국인 근로자 처우 문제 등을 들어 재협상을 요구하면서 비준동의에 반대해왔으나 정부·여당은 야권의 요구사항을 정부 후속대책 및 부대조건 명시라는 방안으로 받아들이면서 협상은 급물결을 탔다. 오는 25일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비준안을 통과시켜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보탰다.
그 후 15일 외통위는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연달아 열고 비준안을 본회의에 올렸다. 16일 본회의 일정도 이전부터 잡혀있었다. 매번 국회가 열리기에 앞서 여야 원내지도부는 머리를 맞대고 본회의를 열 날짜를 미리 정한다.
자충수에 빠진 철도소위
철도요금·운임 인상안 권고안 및 수서발 KTX 민간 매각 방지 법제화도 ‘오비이락(烏飛梨落)’의 성격이 강하다. 철도소위가 활동결과보고서를 채택한 것을 세월호 사건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전인 16일 오전 10시께였다. 더군다나 철도소위가 더 이상 진전된 합의를 낼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 같은 채택날짜를 잡은 것은 전날인 15일이다.
논의 과정부터 노조 측의 참여가 철저하게 배제돼 있어 국토부와 코레일의 일방적인 주장만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탓에 철도소위가 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였다. 특히 공청회나 청문회 등 외부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의사일정도 없었다.
생산적 논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석 달 반이라는 시간동안 질질 끌었다는 얘기다. 철도소위 소속의원들도 이 같은 사실을 알았는지 지난달 말 활동을 마감하려고 했다. 그러나 철도노조가 철도소위 구성에 획기적 역할을 했던 김무성·박기춘 의원실을 점거농성하면서 소위 활동기한이 1달 더 연장됐다. 이때도 제대로 된 논의를 하지 못하고 소위는 연장 두 번째 회의 만에 활동결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당론 채택’과 ‘법안 통과’는 무엇이 다를까
세월호 사고 이후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1%의 사실에 기반한 99%의 거짓에 넘어가지 않도록 정신줄을 단단히 부여잡을 때다. 국회도 왜 이런 ‘오해’가 국민의 분노를 자아내게 하는지 민심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