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니지먼트]⑭거짓말 잘해야 인정받는 회사

전국민 창업,부업을 책임지는 게 목표인 회사
진주에서 국내 대표 IT기업 도약을 꿈꾸는 이단아
국내 대표 재능마켓 운영업체 크몽의 박현호 사장
  • 등록 2014-04-25 오전 6:00:00

    수정 2014-04-25 오전 6:00:00

[이데일리 류성 산업 선임기자] 경상남도 중서부에 있는 인구 30여만명의 작은 도시 진주.

국내 정보기술(IT)산업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서울과는 무려 300km 가량 떨어져 있다. 이런 지리적 약점에도 국내 IT업계의 최강자 등극을 노리는 ‘이단아’가 이곳에 둥지를 틀고 있다. 국내 온라인 재능마켓 분야에서 시장을 80%이상 점유하고 있는 크몽이 그 주인공이다.

“아마추어 문화가 주류인 회사는 결국 프로정신으로 무장한 기업들을 이길 수 밖에 없다. 아마추어는 성과와 관계없이 일을 즐기면서 재미로 하는 반면 프로는 일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는 부담과 스트레스 때문에 일 자체를 기본적으로 즐길 수 없다.”

박현호(37) 크몽 대표는 “일을 일로 보지 않고 재미있는 놀이로 여기고 즐기는 사람이 결국 최후의 승자가 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아마추어들이 모여 일 자체에서 재미를 찾다보니 어느덧 이 분야에서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독보적인 업체로 성장했다”고 자부했다.

그는 “사업의 성공보다는 일에 대한 열정과 재미로 비즈니스를 시작했다”면서 “이 때문에 회사를 설립할 때 회사 위치는 그다지 중요한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파격적’으로 IT업체임에도 남들과는 다르게 진주라는 지방 소도시를 보금자리로 선택한 이유다. 박 대표가 진주를 선정한 데는 그의 고향인 경남 산청 바로 옆에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배경으로 작용했다. 국내 대부분의 IT 업체들이 서울 및 수도권을 중심으로 포진하고 있는 현실을 정면으로 무시한 셈이다.

제품을 사고파는 온라인 오픈마켓을 운영하는 대표 업체가 옥션이나 G마켓이라면, 크몽은 제품 대신 ‘재능’의 온라인 거래를 중개하는 국내 최대기업이다.

크몽에서는 월 평균 5000여 건의 재능이 거래된다. 크몽 홈페이지에는 각자가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재능을 팔겠다는 ‘재능 판매자’ 7000여 명의 리스트가 빼곡하게 등록돼 있다. 판매자는 자신이 팔려고 내놓은 재능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스스로 책정한 재능의 판매가격까지 제시하고 있다.

재능을 사려는 사람은 판매자가 내놓은 재능과 가격을 보고 선택해 회사에 통보하면 재능 거래가 이뤄지는 구조다. 지금까지 크몽을 통해 6만7000여건의 재능이 거래됐다. 크몽에서 자신의 재능을 한번 이상 판매한 사람이 2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재능판매’ 사업은 대중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톱10’ 재능 판매자의 평균 연매출은 수천만 원에 달한다.

크몽의 주요 수익원은 기존의 온라인 오픈 마켓 운영업체와 비슷하게 거래 수수료에서 나온다. 크몽은 재능거래 금액의 20%가량을 수수료로 뗀다. 요즘은 재능 판매자와 구매자가 가장 많이 찾는 대표 사이트라는 이미지가 굳어지면서 광고수익도 부쩍 늘고있다.

대한민국 온라인 재능 마켓 최대 운영업체인 크몽 직원들의 캐리커쳐. 하단 중앙 사진은 박현호 대표. 크몽 제공
“대한민국 모든 국민에게 창업이나 부업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사명감과 보람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누구나 자기만의 독특한 재능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박 대표는 “판매하려는 재능이 굳이 전문가 수준일 필요가 없다”며 “예컨대 시간이 남는다면 ‘심부름을 확실하게 해주겠다’는 식의 재능을 팔면 된다”고 강조했다.

많게는 하루 500건 가량씩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희한한 것도 많다. ‘고양이 목욕시켜주기, 이별통보 대행서비스, 노래 대신 불러주기, 탭댄스 춰주기’ 등등… 지금까지 거래된 재능판매 가운데 단일 건수로 가장 큰 판매금액를 기록한 것은 웹툰 제작대행으로 500만 원에 달했다. 평소 웹툰제작을 취미로 하던 한 만화가가 올려놓은 재능을 보고 모 병원에서 병원을 소개하는 웹툰 제작을 의뢰하면서 거래가 성사됐다.

박 대표는 무엇보다 사업 모델 자체가 흥미진진해 “재미를 주목적으로 하는 아마추어적인 기업 문화가 강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다보니 크몽에서는 ‘노는 것과 일하는 것’의 구분이 모호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10여 명의 회사 구성원 대부분이 크몽에 합류하기 위해 잘나가던 서울에서의 대기업 직장생활을 접고 진주로 ‘낙향’을 선택했을 정도로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애착과 열정은 남다르다.

박 대표는 회사의 입지적 특성이 여러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직원을 채용할때는 지원자들의 회사에 대한 열정과 로열티를 평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에서의 생활을 접고 크몽에서 일하기 위해 머나먼 경상도 진주로 오겠다는 의지 자체가 지원자의 모든 것을 보증하는 ‘수표’이기 때문이다.

“재미를 위해 설립한 회사이니만큼 회사 운영도 초심을 잃지 않고 어느 회사보다 재미있게 해나갈 방침이다.” 크몽의 비즈니스 모델만을 보고 의기투합해 먼 곳에서 합류한 직원들에 대해 회사도 세심한 배려로 보답하고 있다. 우선 회사 구성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제공하기 위해 전체 주식의 50%를 배정해 놓았다. 이미 10% 가량은 직원들에게 나눠 준 상태다.

진주에 내려온 직원들을 위한 회사의 주거비 지원 정책도 파격적이다. 주거비용은 전액 회사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1인당 평균 보증금 500만 원에 월 30만~40만 원 가량을 지원한다. 박 대표는 이 정도 규모면 진주에서의 주거비는 서울에 비해 저렴한 편이어서 “넘치지는 않지만 모자라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재미있게 일하자.’ 크몽이 대내외적으로 선포한 회사의 핵심가치다. 나중에 혹시나 재미있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초심이 사라질까 봐 아예 회사의 핵심가치로 못을 박아놓은 것이다. 재미있게 일하는 데만 치중하다 지난 2011년 사업초기에는 고객센터 전화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직원들의 재미를 방해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모두가 밤늦게까지 재미삼아 일에 매달리다 보니 낮에는 휴식을 취해야 했던 때였다. 박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그야말로 재미삼아 회사를 만들었지 수익성이나 사업 성공은 생각지도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런 창업정신은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크몽의 거짓말 문화가 이를 뒷받침한다. ‘거짓말을 잘하는 직원이 일도 잘한다.’ 크몽에서는 거짓말 하는 것을 공식적으로 권장한다. 거창한 거짓말을 누구나 하다보면 회사 문화가 훨씬 재미있어진다는 믿음에서다. 거짓말이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조직문화를 부드럽고 즐겁게 해주는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게 박 대표의 경영철학이다. 물론 거짓말은 나중에 진실을 알려줘야 하는 조건으로 허용된다.

회사내 거짓말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가 바로 박 대표 자신이다. 실제로 그는 지난 1일 만우절에도 ‘대형 사고(?)’를 쳤다. ‘아마존이 크몽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는 내용의 거짓 기사(사진)를 회사의 공식 블로그 및 자신의 페이스북에 떡하니 올려 놓은 것이다. 만우절 거짓 기사라고 나중에 해명을 했지만 지금도 상당수 진주사람들은 크몽이 아마존에서 대규모 투자를 받은 것으로 이해하고 있을 정도로 수준 높은(?) 거짓말 실력을 발휘했다.

‘펀 경영’을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거짓말을 권장,칭찬하는 기업답게 이 회사의 박현호 대표는 지난 4월1일 만우절에 직접 크몽이 아마존에서 대규모 투자를 받는다는 거짓 기사를 자신의 페이스북 및 회사 블로그에 올려 회사 안팎을 시끌벅적하게 만들기도 했다. 크몽 제공
크몽의 ‘쿠킹데이’도 박 대표가 ‘펀(fun) 경영’을 위해 유지하고 있는 독특한 기업문화다. 쿠킹데이는 한 달에 한 번씩 박 대표가 직접 전 직원들을 위해 요리를 해주는 날이다. “요리가 수준급은 아니지만 내 자신이 직접 요리한 음식을 직원들과 함께 나눠 먹다 보면 서로를 이해하고 아껴주는 마음이 저절로 든다.” 매주 월요일에는 점심 식사 후 회사에 들어오지 않고 주변 경치 좋은 곳으로 나가 머리를 식히며 휴식하는 시간을 갖는 것을 정례화하고 있다. 일보다는 재미를 추구하는 회사문화가 낳은 크몽만의 별난 제도인 셈이다.

크몽은 고객들과의 ‘펀 경영’에도 각별하게 관심을 쏟는 회사로도 정평이 나 있다. 연말마다 주요 재능 판매자들을 모두 초대해 만찬을 대접하며 푸짐한 시상을 한다. 지난해에는 재능 판매자 50명을 초대해 각종 상과 부상을 수여했다. 상 이름도 재미있다. ‘면상’(예쁜 재능 판매자들), ‘나혼자 밥상’(눈에 튀는 재능 판매자), ‘즐거운 상상’(한번도 안팔리는 재능 판매자), ‘맨날 왔상(맨날 크몽에 온 사람들) 등 세상에 없는 10여가지 갖가지 기발한 상을 만들어 시상한다.

“창업자나 벤처들에게 필요한 모든 재능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로 사업영역이 대폭 확장될 것이다. 이미 디자인, 마케팅, 영업, 사업계획서 작성, 웹사이트 구축 등 회사를 설립하거나 운영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재능을 크몽에서 일괄적으로 구매해 활용하는 사례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전 국민의 창업과 부업을 책임지는 국민 대표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박 대표의 꿈이 ‘펀 경영’을 통해 하나하나 영글어가고 있다. 특히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고 진주에서 온라인 재능거래 1위 기업으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한 크몽은 5월에는 ‘서울 진격’을 통해 ‘아마추어들의 실력’을 만천하에 보여주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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