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이 돈이다]을도 갑이 되는 관계의 힘

"외국에서 살다오셨나봐요" 웃는 인사 한마디에 취업
직장인도 이직시 외부 인맥 중요..관심분야 교육모임이 좋아
  • 등록 2014-09-21 오전 6:00:00

    수정 2014-09-21 오전 11:23:57

[이데일리 성선화 기자] 인간관계의 갑과 을. 우리나라만큼 분명한 나라도 드물다.

만약 물품을 팔아야 할 하청업체 직장인이라면 납품기업 대표에게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세계 최대 비즈니스인맥 BNI의 존윤 한국 대표는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을도 얼마든지 갑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을은 갑의 인간적인 고충에 대해 관심이 없다”며 “갑의 진정한 고민을 읽고 도움을 줄 때 서로 윈윈(win-win)하는 수평적 관계로 발전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갑에게 무조건 받기만 할 때 을은 영원히 을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갑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고 콕 짚어 줄 때 을도 대등한 관계가 될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 ‘원하는 바’를 속시원히 털어놓지도 않고, 자신이 ‘줄 수 있는 것’을 정확히 알지도 못한다는 점이다. BNI(http://www.bni-korea.com/)는 바로 이런 인맥을 시스템화해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었다. 입소문을 통한 비즈니스 소개 시스템을 구축했다. 쉽게 말해 사교클럽에서처럼 ‘자기 잇속’을 숨기지 말고 솔직하게 털어놓자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눈에 보이지 않는 인맥이 돈이 될까. ‘취업 전 3년’의 저자 선현주 고려대 교수(경영학과)는 “직접적으로 돈이 되지 않더라도 인맥은 보이지 않는 자산(휴먼 캐피탈)”이라며 “비즈니스맨들 뿐만 아니라 직장인들에게도 인맥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명동 이데일리 본사에서 국내 휴먼 네트워크 전문가들과 함께 ‘돈맥 토크’를 진행했다.

존윤 BNI한국 대표
먼저 도와주려는 ‘인맥 생산자’가 돼라

성선화 기자(이하 성)=인맥을 돈으로 보고 관리한다는 건 거부감이 든다.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는다.

존윤 BNI 대표(이하 윤)=물론 그렇게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솔직하지 못한 게 더 큰 문제라고 본다. 대부분의 사교클럽이 ‘어떻게 인맥 덕 좀 볼까’라는 생각으로 모였지만 정작 본심은 숨긴다. 본론부터 꺼내는 게 아니라, 술자리에서 형과 동생이 된 뒤 사업 얘기를 시작한다. 일의 순서가 잘못됐다는 생각이다. 우리 BNI모임에선 처음부터 사업 얘기를 먼저 꺼낸다.

선현주 교수(이하 선)=상당히 서구적인 마인드다. 우리나라 정서에는 조금 맞지 않는다고도 할 수 있다.

=그렇게 느낄 수도 있지만 통계는 정반대다. BNI는 미국에서 출발한 글로벌 회사지만 최근 가장 급속히 성장하는 나라가 일본, 홍콩, 베트남, 인도 등 아시아 국가다.한국에서도 2년전부터 급성장세다. BNI는 사업가들이 빠르게 신뢰를 쌓고 대놓고 비즈니스를 함께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인맥을 시스템화한다는 비즈니스 모델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다. 무엇보다 조직 운영이 잘 될까 의문이다.

=인맥을 통해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협업 시스템을 점검해준다. 개인들이 주먹구구식으로 활용하던 인맥을 체계화한 것이다. 핵심은 받기보다는 주려는 사람들만 가입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에는 남에게 도움을 받으려는 ‘인맥 소비자’만 너무 많다. 우리는 먼저 도움을 주려는 ‘인맥 생산자’를 원한다.

=사실 기자들도 비슷한 일을 한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서로 연결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중간에서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소개를 통해 돈을 벌었는지 알수도 못한다.

먼저 도움을 주는 사람을 어떻게 검증 가능한가.

=우리 멤버들이 BNI를 통해 잠재고객이나 인맥을 소개받고 돈을 번 일은 모두 기록된다. 다른 멤버들을 얼마나 도와주었는지가 점수로 매겨지고, 기여가 낮은 사람들에게는 일정기간 코칭과 훈련을 제공한다. 그래도 나아지는게 없으면 그룹에서 퇴출된다. 우리 주변에 도움을 받기만하는 ‘블랙홀’같은 사람들이 있는데 BNI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없다.

=직장인들보다는 사업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할 것 같다.

=그렇다. 무언가 팔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 사무직 직장인들은 받지 않는다. 40~50명이 한 그룹을 이루는데 한 그룹에는 각 업종 별로 한명씩만 선발하기 때문에 변호사, 보험 업계는 대기자가 수십명일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직장인, SNS에 회사 험담 금물

=직장인들도 적극적인 인맥 관리가 필요한가.

=물론이다. 2007년 고대 경영대학원에서 경력개발센터장과 MBA실장을 역임하던 당시에 필요성을 알았고, 그때부터 전 직장 동료 및 고객 그리고 같이 공부한 동기들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이번 추석때 보니 인사를 전하는 그룹이 18개이던데, 계속 늘고 있다.

=인맥리스트가 18개나 된다니 놀랍다.

=직장인들이 가장 약한 부분이 조직 내부가 아닌 사회 전반에 수평적으로 연결되는 네트워크다. 이런 인맥들이 있어야 회사와의 협상에서 레버리지가 있고 직장에서 당당할 수 있다. 최근 기업들의 직무들이 대부분 세분화 돼 있기 때문에 해당 조직을 떠나면 마땅히 할 일이 없다. 조직 내에서 임원이 된다해도 2~3년 내에 퇴출되기도 한다. 그때서야 관악산으로 출근하며 인맥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직장인들에게 인맥이 더욱 중요해지는 때는 이직이나 재취업할 때다. 지인은 취업 기회나 추천을 주기도 하지만, 탈락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자신의 SNS활동을 조심해야 한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채용 전에 레퍼런스 체크하거나 지원자의 SNS을 살펴본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이직을 하면서 SNS에 전 직장과 상사에 대해 험담을 적는 것은 금물이다. 그런 친구는 그 어떤 회사도 뽑지 않으
선현주 고려대 교수/커리어코칭 전문가
려 할 것이다.

인맥관리, 지속적인 ‘팔로잉’ 이 생명

=지금까지 인맥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인맥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지속적인 연락, 즉 ‘팔로잉’이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았다면 적절한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게 좋다. 받는 데만 익숙한 사람들은 팔로잉을 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사람이 받는 도움은 일회성에 그치게 된다.

=남에게 도움을 주기만 하고 받지 못하는 사람도 문제다. 자신이 베푼 호의를 상대방이 계속 받기만 할때는 적극적인 피드백을 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상대방과의 연락을 끊는다든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요구한다든지 하는 것이다.

=선의로 도움을 줬는데도 전혀 피드백이 없는 경우가 있다. 불쾌한 건 아니지만, 다음번에 또 도움을 주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행히 ‘풀 같은’사람이 있다. 소개를 해주면 사람들을 끈끈하게 붙여주어서 그 사람과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도록 하는 풀 같은 사람이다. 나의 휴먼캐피탈을 공유받은 사람이 팔로잉이 없으면 후속 관리에 내가 힘을 더 써야 해서, 그렇게 관계를 자르는 ‘칼 같은’ 사람은 다시는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없어진다.

=우연히 중고책 서점에 갔다가 아르바이생 한명이 웃으며 “외국에서 살다 오셨나와요?”라고 인사를 건넨 것이 계기가 되어 직원으로 채용했다. 평소에 사람들 대하는 태도가 상당히 중요하다. 누가 누구를 알고, 어떤 기회를 가져 올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들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부터 현대 그룹 등 대기업들이 상시 채용을 본격화했다. 대학 입시로 치면 정시보다 수시 채용이 늘어나는 셈이다. 이럴 경우 인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취업준비생이라면 무보수라도 원하는 업종에 직접 부딪히고 인맥을 쌓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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