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X파일]오너家 2·3세 평판관리는?

삼성, 오랜 후계수업 세련된 리더십
현대, 유교적 가풍 예의바른 소문 자자
일부는 도덕성·소송전 등 이미지 타격
  • 등록 2014-12-19 오전 4:36:38

    수정 2014-12-19 오전 7:27:21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재벌그룹 안팎에서는 오너 일가의 ‘평판관리’로 비상이 걸렸다. 이른바 ‘땅콩리턴’ 사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대한항공 사례는 ‘슈퍼갑(甲)질’ 논란을 넘어 재벌가 2~3세가 검증도 없이 경영권을 이어받는 것이 옳은 일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여론에 불을 댕겼다. 경영 승계를 위한 사전정지 작업이 한창인 재벌가에서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오너 리스크’..황태자를 관리하라

‘오너 리스크(Owner Risk)’는 업력이 오래된 대부분 재벌 기업의 큰 고민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기업과 오너 일가를 불리해서 평가해야 한다고 하지만, 한국적인 토양에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얘기다. 오너인 최고경영자의 이미지나 정체성(PI:President Identity)은 기업의 정체성(CI:corporate identity)으로 직결된다. 삼성그룹 하면 이건희 회장이, 현대차 하면 정몽구 회장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들의 말 한마디에 그룹의 방향이 결정되고, 대내외 활동이나 이미지에 따라 기업의 평판도 판가름난다.

특히 2~3세 경영으로 넘어가는 삼성, 현대, LG 등 굵지 대기업들은 후계자의 대·내외적인 이미지나 평판에 따라 대권(?)승계에 연착륙할 수 있다. 또 한번 만들어진 평판이나 이미지에 따라 조직을 장악하고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도움이 되고 기업의 마케팅 측면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삼성 영국 신사vs 현대 양반가 종손

선대와는 다른 이미지와 리더십으로 차별화를 꾀해야 하는 황태자들의 정체성은 아직 뚜렷하지 않지만 조금씩 자기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재벌가의 대표 주자격인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은 오랜 기간 후계자 수업을 받으면서 귀족적인 이미지를 형성했다. 삼성가를 일구기 위해 선대에는 압축 경제성장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제왕적 리더십을 구축했지만, 부드럽고 세련된 형태로 다른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건희 회장이 와병으로 무거운 짊을 짊어진 이 부회장은 그룹의 주요사안을 차분하게 챙기면서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줬다. 소송전만 난무했던 애플과 특허소송은 화해 모드로 해결했고, 오랫동안 직업병 피해자 모임과 협상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한편으로는 한화에 방산과 화학 계열사를 넘기는 과감한 면모도 드러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의 장남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유교적인 가풍이 깊은 현대가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 양반집 장손의 이미지다. 소탈하고 겸손하면서도 예절 바른 태도는 재계 안팎에서도 소문이 자자하다. 정의선 부회장이 런던올림픽 때 현지까지 직접 달려와 양궁선수들을 응원하는 모습은 아직도 대중에게 각인돼 있다. 대를 이어 비인기 종목인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고, 푸근하게 선수들을 안아주던 모습은 친화력 있게 다가왔다. 나이보다 더 안정감을 주는 흰머리는 자연스럽게 내버려두는 감각도 놓치지 않았다. 반면 사업가의 이미지는 ‘모던 프리미엄’이다. 헤드셋을 직접 끼고 나와 유창한 영어로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거나 이코노미스트를 즐겨 읽는 습관 등은 글로벌 리더의 이미지를 만들어 가고 있다. 미래 자동차 기술력 확보 등 신차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이 조금씩 자기색을 드러내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 순간에 추락한 3세들, 한진·효성

반면 그동안 봉사활동이나 사회적 공헌 등 어렵게 쌓아온 그룹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한번에 갉아먹은 사례도 많다. 논란에 중심에 선 한진가의 맏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도를 넘는 행동과 진정성 부족한 대응 등으로 기업 뿌리마저 흔들고 있다. 평소 거침없고 과감한 추진력으로 ‘여걸’로 포장됐던 평판이 한 순간에 무너졌다.

효성그룹도 3세로 인해 타격을 입은 사례다. 서울대-하버드 등 손색없는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경영수업을 받아온 3형제는 조석래 회장의 자랑거리였다. 보수적인 효성의 이미지에 활기를 불어넣는 젊은 에너지로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둘째아들 조현문씨가 작년 2월 효성의 주식을 대부분 팔고 형제들을 향해 소송전을 벌이고, 수백억원대 배임 혐의 등을 주장하면서 부자·형제간 싸움이 끝나지 않고 있다. 탈세 등의 혐의로 과징금을 내고 법적 공방에 시달리고 있는 오너가의 행적은 ‘탄탄한’ 효성그룹의 이미지를 희석했고, 앞으로 미래 전망마저 불안하게 하고 있다.

4세 경영 준비하는 LG·두산

4세 경영을 준비하는 재벌가도 있다. 구본무 LG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상무가 지난달 임원 대열에 합류하면서 LG가는 4세 경영 체제를 드러내고 있다. 구 상무는 LG가의 ‘장자 승계 원칙’에 따라 2004년 구 회장의 아들로 입적된 후 지주사 지분을 꾸준히 늘려 그룹 전반에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친부인 구본능 희성전자 회장의 우호 지분을 더하면 지분이 10%에 육박, 구 회장에 이어 2대 주주에 오를 수 있어 후계자의 입지가 탄탄한 편이다.

재계 최고령 기업으로 꼽히는 두산그룹은 3세인 ‘용’자 항렬에 이어 ‘원’자 항렬의 4세 경영을 준비하고 있다. 집안 큰 어른인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 박정원 (주)두산 회장과 차남 박지원 두산중공업 부회장이 그들이다. 박정원 회장은 삼촌인 박용만 그룹 회장을 도와 주택용 연료전지 업체인 퓨얼셀파워, 건물용 연료전지 원천기술을 보유한 미국 클리어엣지파워를 잇따라 합병·인수하면서 연료전지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는 데 이바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부회장은 두산중공업의 전신인 한국중공업의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두산중공업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변모시켰다.

재벌가 3~4세는 대부분 3∼4년 만에 초고속 승진, 임원이 되고 몇 년 안가 부사장·사장 타이틀을 거머쥐고 경영자의 지위에 오른다. 고속도로를 달린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경영 대권을 잡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더 많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한국의 재벌은 왕조처럼 운영된다”고 지적했다. 왕위 이양 작업을 하듯이 손쉽게 대물림 하는 것을 빗댄 것이다. 세간의 눈총을 뒤로하고 이미지를 뛰어넘는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실력으로 증명해야 하는 것이 은수저를 물고 나온 이들의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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