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메르스 충격에 따른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1.5%까지 내린 지 닷새가 지났다. 경기 부양이냐, 가계부채 안정화냐를 놓고 저울질하던 한은이 메르스에 놀라 금리 인하의 칼을 덜컥 뽑아든 것이다. 금리 인하는 우리의 경제 상황이 그만큼 심각하다는 방증이지만 이번 조치가 중장기적으로 약발을 이어갈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무엇보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가속화되면서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실제로 가계부채 핵심인 수도권의 주택담보대출이 300조원을 넘어서는 등 전체적으로 1100조원에 이르러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경제활성화 노력이 성과를 거두면서 가계 소득이 증가한다면 그나마 다행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그러나 경제가 미처 회복되기 전에 미국 금리인상 등 글로벌 악재가 닥쳐 가계에 부담을 줄 경우 자칫 국내 경제가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리를 내려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유동성 함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예측 가능한 금리 조정으로 시장 충격을 줄이면서도 시장의 기대 여지를 남겨 소비·투자 심리를 자극하는 데 실패한 셈이다. 메르스 충격파를 줄이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해도 다소 조급한 정책적 판단이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경기진작 효과가 미미한 가운데 자금이 부동산과 증시 등에 몰릴 경우 자산 버블을 초래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실물경기가 뒷받침되지 않는 자산가격 상승은 경제에 부담만 줄 뿐이다.
이제라도 금융당국은 경제 불안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 금융시장과 환율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시나리오별 대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메르스 충격과 금융시장 불안이 겹칠 경우 소비심리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어 특단의 내수 진작책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정부도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포함한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펼쳐 경제활성화에 군불을 지펴야 한다. 경제를 살리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