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관광성공사례탐방⑬] 국궁매력 세계에 알리다 '부리다'

민족무예 '국궁'
체험장으로 문턱 낮추니
매달 수백명 관광객 다녀가
"다례·붓글씨 등과 연계
전통 널리 알릴 것"
  • 등록 2014-08-26 오전 6:00:00

    수정 2014-08-26 오전 6:00:00

서울 마포구 난지한강공원 난지국궁장에서 김정 대표가 국궁 시범을 보이고 있다. 난지국궁장은 일반인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활쏘기 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체험시설을 마련해 두고 있다.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박근혜 정부 국정운영의 화두는 단연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창조경제 실현이다. 관광분야에서도 창조경제 실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관광산업의 융·복합을 위한 다양한 사업이 그 일환이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사업은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이다. 2011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관광부문의 창업과 연계,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취지 아래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을 실시하고 있다. 공모전의 성과는 눈부시다. 지난 3년간 총 180건의 창조관광사업을 발굴, 그중 113개의 아이디어가 사업화됐다. 또 319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성과를 올렸다. 지난 3월에 열린 올해 공모전은 개최 이래 가장 많은 총 1470건의 아이디어가 접수돼, 그중 90개가 최종 선정됐다. 16대 1의 경쟁률이었다. 이데일리는 문화체육관광부·한국관광공사와 공동으로 공모전에 당선한 업체 중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업체를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부리다 김정 대표와 직원이 국궁 시범을 보이고 있다. 국궁의 양궁과 달리 활 시위를 귀 끝까지 당겨 쏘는 것이 특징이다.
△국궁, 한류로 부흥을 엿보다

국궁(國弓)은 활을 쏘아 표적을 맞혀 승부를 겨루는 우리나라의 전통무술. 조상의 얼과 슬기가 담긴 전통무예를 바탕으로 한 스포츠라는 점,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확산되고 있다. 또 혼자서도 수련할 수 있고 건강과 정신수양에 알맞은 스포츠라는 점에서도 관심이 높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의 전통 활쏘기인 국궁은 상대적으로 크게 대중화되지 못한 채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현재 우리의 국궁인구는 3만 5000여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전통무예인 태권도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다. 조선시대까지 무인은 물론 문인들의 필수 수련 항목이 바로 궁술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초라할 정도다. 국궁의 위세가 크게 꺾인 때는 조선말, 신식 총포가 군대에 보급되면서부터다. 서양식에 대한 조건없는 찬사와 거꾸로 우리 전통에 대한 일방적인 비하가 팽배했던 개화기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국궁은 갑자기 설 자리를 잃었다. 그나마 침체일로를 걷던 국궁이 최근 다시 주목을 받은 건 사극 드라마와 영화들이 ‘뜨면서’다. 한류 전파의 주역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제는 국궁장에서 외국인 관광객들과 마주치는 것도 낯설지 않다.

국궁의 시위를 풀어 놓은 ‘부린활’. 국궁은 평소 보관을 위해 시위를 풀어 활의 탄력을 유지한다.
△턱 높은 국궁, 체험으로 낮추다

이번에 소개할 업체는 민족 고유의 전통 스포츠인 국궁을 누구나 쉽게 체험할 수 있도록 관광상품으로 개발해 운영하고 있는 ‘부리다’다. 지난해 열린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에서 발탁됐다. 김정(33) 부리다 대표는 “외국의 경우 활쏘기 체험을 관광코스로 활용해 좋은 평가를 얻는 곳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국궁이라는 훌륭한 전통문화가 있음에도 잘 살리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며 “국궁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쉽게 접할 수 있게 하려고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강규상 한국관광공사 관광벤처팀장은 “우리 민족의 얼이자 전통인 국궁이 그동안 너무나 홀대를 받았다. 부리다는 국궁의 전통을 계승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관광객과 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국궁 체험장을 운영, 현대에 맞는 새로운 관광상품브랜드로 키워나가고 있는 유망업체”라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국궁장인 남산 석호정에서 국궁을 함께 수련하던 동료 3명과 함께 지난해 회사를 창업했다. 회사명인 부리다는 ‘부린활’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부린활은 보관을 위해 시위를 풀어둔 활을 말한다. 김 대표는 “시위를 풀어 놓은 활은 ‘하트’를 뒤집어 놓은 모양이다. 활시위를 걸어 놓으면 팽팽해져 긴장감이 넘친다. 하지만 풀어놓은 활은 여유롭다. 늘 긴장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여유를 찾도록 시위를 풀고 여유롭게 ‘나’를 채우라는 의미다”라고 덧붙였다.

김 정 부리다 대표와 직원이 국궁 활쏘기 기본 자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법학도에서 국궁사업가로 변신한 부리다 대표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난지한강공원의 난지국궁장에서 부리다의 김정 대표를 만났다. 난지국궁장은 지난해 7월부터 부리다가 위탁 운영을 맡아오고 있는 곳. 김 대표는 이곳에 근거리 국궁체험코스를 마련, 초보자나 외국인들도 어려움 없이 국궁을 접할 수 있는 관광상품을 개발해 운영해오고 있다. 하지만 김 대표의 진짜 직업은 학생이다. 자세히는 법학 대학원생이다. 법학도인 그가 국궁에 발을 들여놓은 건 5년 전. 김 대표는 “공부를 하다 머리를 식힐 겸 남산을 산책하다 석호정에서 활쏘는 사람들의 모습에 반해 국궁을 배우기 시작했다”며 “국궁을 배우면서 많은 이들이 국궁을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궁을 배우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우리 전통국궁의 현실이 너무 척박했던 탓이다. 김 대표는 “전통과 격식을 너무 강조하다 보니 대중과 자연히 멀어지게 된 것”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프랑스에서 우연히 규도(궁도)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봤다. 매우 개방적이고 체계적이었다. 또 일본 정부는 미국 등 전 세계에서 규도센터를 운영하는 등 세계화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은 편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 국궁은 너무 폐쇄적이다. 일반인들이 국궁을 접할 기회조차 갖기 쉽지 않은 것이 우리 국궁의 현주소다.”

부리다의 김정 대표. 서울 마포의 한강 난지국공장을 서울시와 한강공원관리공단에서 임대, 운영하고 있다.
△창업 1년차…40명 방문객 680명으로 늘어

지난해 7월 창업했으니 이제 첫 돌을 맞았다. 한 해 동안 고비도 여러 번 있었지만 성과도 많았다. 난지국궁장 개장 당시 한 달에 40여명에 불과하던 방문객이 올 6월에는 680명까지 늘었다. 고객층이 다양해진 것도 힘이 나는 점이다. 한국문화를 체험하고 싶어하는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특히 가족체험객이 늘어났다. 물론 그간 힘든 점도 많았다. 김 대표는 “대다수의 스타트업 기업처럼 행정규제나 지원 등에 대한 정보, 노무와 세무 등 운영에 대한 지식 등 부족한 게 너무나 많다 보니 사업 정상화에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사업이 본격적인 궤도에 오르게 된 건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에서 수상하면서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사업화 자금(사업화지원비 2500만원·상금 600만원)을 비롯해 컨설팅·창업교육·영업망 연결 및 확충 등 세세한 면까지 지원했다. 사업지원비(1000만원)도 추가로 지원했다. 이와 관련해 강 팀장은 “지난해 공모전 당선업체 중 사업주의 추진역량과 성장가능성, 그동안의 성과 등 중간평가 후 상위 15개 업체를 선정해 추가 자금지원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창조관광공모전에 당선되자 시장에서 잘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사업화 자금부터 컨설팅·영업망까지 아이 키우듯 기업성장을 세심하게 살펴주는 점이 특별했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도 있다. 창조관광 공모전 당선업체나 외부업체 간 네트워크 형성이 부족한 것이다. 김 대표는 “신생업체가 살아남는 데 필요한 정보를 갖출 수 있도록 기존의 수상업체들이나 외부 업체와의 개별적인 상담이나 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조성해 주었으면 한다”며 “신생업체들이 통상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지에 대한 조사와 그에 대한 해결방안 등을 모아놓은 자료집이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 마포의 한강 난지국궁장에서 김 정 대표가 국궁 시범을 보이고 있다. 난지국궁장은 일반인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활쏘기 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체험 시설을 마련해 두고 있다.
△발목 잡는 규제가 문제… 필드아처리 등으로 국궁 알릴 것

이제 시작인 만큼 갈 길이 멀다. 풀어야 할 숙제는 차고 넘친다. 체험장 섭외, 프로그램 구성, 타프로그램과의 접목, 수익모델 찾기 등이 그것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난지국궁장의 체험비 현실화다. 김 대표는 “신생업체들의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가 가장 큰 문제다. 난지국궁장이 난지도에 들어선 지 10년째다. 하지만 체험비는 여전히 10년 전 가격인 2000원(화살 10개)이다. 화살촉 하나가 최소 5000원 이상인 점을 고려한다면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가격대”라며 “경쟁 입찰로 난지국궁장을 위탁 운영하고 있지만 2년이라는 짧은 계약기간과 각종 규제로 확장은 커녕 보수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그의 꿈은 여전했다. 목표는 국궁의 대중화다. 김 대표는 “자연에서의 골프코스처럼 게임을 하며 즐길 수 있는 국궁의 ‘필드아처리’를 곧 선보일 것”이라며 “다른 전통문화, 특히 붓글씨나 국악, 다례 등의 선비문화나 기타 전통무예들과 함께할 수 있는 연계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라고 말했다. “국궁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우리 전통문화를 더 쉽고 재밌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며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우리 문화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평가해야 하는 일이 중요하다.”

한강 난지국궁장의 국궁 거치대. 부리다는 난지국궁장의 운영을 맡아오고 있다.
김정 대표와 직원이 서울 마포구 난지한강공원 난지국궁장에서 국궁 시범을 보이고 있다. 난지국궁장은 일반인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활쏘기 체험을 즐길 수 있도록 체험 시설을 마련해 두고 있다.
국궁의 기본 자세인 각지끼기와 각지손잡기. 엄지손가락에 각지를 끼우고 검지와 중지로 엄지손톱을 감싸듯이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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