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머리좋은 한국인 노벨상 왜 못받나

  • 등록 2015-10-13 오전 4:01:01

    수정 2015-10-13 오전 4:01:01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올해 노벨상 발표가 모두 마무리됐다. 역시나 한국인은 명단에 없었다. 과학과 경제학 분야에서 유력 후보로 꼽힌 한국인이 아예 없었고 평화상과 문학상 부문에서는 그나마 반기문 유엔총장과 고은 시인이 거론됐지만 노벨상의 벽은 높았다.

올해에는 상대적 박탈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옆 나라들의 선전 때문이다. 일본은 물리학상에서 지난해에 이어 2연패 한데다 올해 생리의학상까지 가져갔다. 114년 노벨상 역사상 일본이 과학부문에서 배출한 수상자는 벌써 21명이다. 다른 분야까지 포함하면 24명에 달한다. 중국도 올해 생리의학상을 수상하면서 과학분야 노벨상에서 첫 테이프를 끊었다. 우리나라는 과학분야에서 단 한 명의 노벨상 수상자도 없고 그 외 분야에서 2000년 김대중 전(前) 대통령이 받은 노벨 평화상이 유일하다.

매년 노벨상 시즌이 마무리되면 아쉬움과 함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단기 성과에 대한 집착, 기초과학에 대한 무관심, 일관되지 못한 국가 정책 등이 늘 이유로 꼽힌다.

사실 우리나라의 연구개발(R&D) 투자가 적은 것은 아니다. 올해 정부의 R&D 예산은 18조9000억원에 달한다. 2010년까지 매년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였고 그 이후로도 5~6%씩 늘려왔다. 국내총생산(GD) 대비 R&D 규모는 4%가 넘어 전 세계 1위다.

정부가 과학기술 육성에 늦게 눈을 뜬 것도 아니다. 1966년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홍릉에 우리나라 최초 과학연구기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를 설립하고 국내외 박사 인력들을 대거 초빙해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그렇다고 한국인들의 지능이 낮은가. 아니다. 과학이나 수학과 관련된 각종 국제경진대회를 한국 영재들이 휩쓸고 있고 미국 아이비리그에 장학생으로 입학하는 한국인도 많다. 이렇게 우수한 인적자원을 가진 한국에서 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을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교육에 있다. 천편일률적 주입식 교육이 낳은 창의력 부재가 문제다. 산후조리원부터 시작되는 사교육 경쟁 때문에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생각해야 하는 어린 시기에 영어를 배우고 구구단을 외워야 하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남보다 앞서 가야 성공한다는 강박관념에 창의력의 싹을 애초부터 잘라버리는 것 아닌가 싶다.

얼마 전 미국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에 동시 합격했다는 한국인 고교 유학생의 주장을 두 학교가 부인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성적 지상주의가 부른 낯부끄러운 사건이었다.

지나친 선행교육으로 수포자(수학포기자)를 양산하고 많은 학생들을 자살충동으로 몰고가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주소다. 현재 한국식 교육은 영재를 둔재로 바꿔버린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물론 노벨상을 받는 것 자체가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노벨상은 차곡차곡 쌓아온 노력에 따른 결과물이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기 위해 지금부터 기초과학분야에 투자하고 과학영재를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는 식은 곤란하다.

그보다 기본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를 가장 많이 만나봤다는 올로프 아멜린 노벨박물관장은 노벨 수상자들이 근엄하고 진지할 것 같지만 상당히 꾸밈없고 유쾌하다고 말한다. 이런 장난기와 실험정신이 창의력의 근본이다.

아이폰으로 모바일 혁명을 불러일으킨 스티브 잡스 전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잘해야 중소기업에 입사해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았을 것이란 우스갯소리도 그냥 듣고 넘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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