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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마세라티의 초청으로 이뤄진 ‘2018 올 모델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행사에 참가해 송도 경원제에서 인천 네스트호텔을 두 차례 왕복하는 약 100㎞ 구간을 통해 ‘마세라티 삼총사’를 한 번에 경험했다. 짧고 단순한 시승코스로 인해 차량의 온전한 주행성능을 만끽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지만, 연속된 교차 시승을 통해 직관적으로 구별되는 모델별 특징은 더욱 뚜렷하게 체감됐다.
처음 시승한 모델은 지난해 출시 이후 프리미엄 수입 SUV 세그먼트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르반떼의 S트림이다. 올해 초 종영한 드라마 ‘도깨비’에서 주인공의 차량으로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쿠페형 디자인을 선택해 지붕에서 트렁크로 떨어지는 선이 꽤 유려해 차량의 첫인상은 작아 보이지만, 실제 제원을 살펴보면 전장×전폭×전고는 5005×1970×1680㎜로 풀사이즈 SUV로 봐도 무방할 크기다. 휠베이스 역시 3004㎜로 랜드로버 레인지로버보다도 길다.
르반떼를 시승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전후 무게 배분과 에어 스프링 서스펜션 및 전자제어식 쇽업소버를 통해 느껴지는 차체 안정감이었다. 같은 코스를 오가면서 등과 허리에 오는 부담이 3개 차종 중 가장 적었고, 특히 요철이나 비포장도로를 지날 때 매우 부드럽게 차가 지면을 누르고 가는 느낌이 편안하게 다가왔다. 물론 다른 2개의 차종이 스포츠카 형태의 워낙 낮은 차체 무게중심을 갖춘 점도 고려해야겠지만, 이를 떠나서도 르반떼가 주는 안정감은 동급 대형 SUV 가운데서도 수준급이라고 자신할 만하다.
두 번째 시승 모델인 콰트로포르테S Q4는 최고출력 430마력, 최대토크59.㎏·m의 힘을 낸다. 이는 이전 모델보다 20마력, 3.1㎏·m 증가한 수치다. 제로백 4.8초를 갖춘 모델답게 고속도로에서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시속 100㎞는 눈 깜빡할 사이 계기판에 찍혀있었다.
콰트로포르테는 시원한 가속은 기본이고, 마세라티가 스스로 자랑하던 ‘소리’의 미학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줬다. 전 모델에 적용했다는 마세라티 ‘액티브 사운드 시스템’은 콰트로포르테에서 가장 웅장하고 멋있게 발현됐다. 르반떼가 다소 소심하고, 기블리는 크기만 키운 느낌이라면 콰트로포르테는 서킷 위에서 듣던 레이싱카의 배기음을 정확히 구현해 달리는 가속감과 함께 몇 배 더 가슴 뛰게 만드는 효과를 자아냈다. 판매가격은 1억538만~2억3330만원이다.
1억원을 호가하는 차량에 갖다 붙이기엔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마세라티 제품군 안에서의 기블리는 르반떼와 콰트로포르테의 장점을 적절히 조화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차량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디자인의 경우 전면부는 콰트로포르테를 그대로 빼다 닮았지만 옆으로 돌아서면 위아래로 더 넓어진 창문과 평면적인 캐릭터라인으로 일반적인 세단에 더 가깝게 그려졌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성격은 도로 위에서도 맥을 같이 한다.
한편 3개 차종에서 느낀 공통적인 아쉬움은 △차종별 특징에 따른 차이 없이 천편일률적인 계기판 디자인과 △전면부에 비해 마세라티만의 색깔을 발견하기 어려운 밋밋한 후면부 △고급스러운 실내 디자인을 망치는 조악한 수준의 인포테인먼트 터치스크린 △스마트폰을 놓을 자리조차 없는 부족한 수납공간 등이었다. 스마트폰 자동충전이나 한 단계 발전한 내비게이션 등을 선보이고 있는 최근 수입차 동향과 비교하면 다소 뒤처진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